이석희 SK하이닉스 사장. SK하이닉스 제공
[파이낸셜뉴스] 미국이 SK하이닉스 중국 공장에 최첨단 공정 노광장비인 극자외선(EUV) 반입을 반대하는 것과 관련, 이석희 SK하이닉스 사장이 "아직 충분히 시간이 있다"고 22일 밝혔다. EUV는 반도체 생산 공정을 대폭 줄여 생산성을 비약적으로 높일 수 있는 장비로, 네덜란드 업체인 ASML이 독점 생산하고 있다.
이 사장은 이날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제14회 반도체의 날' 행사에 참석한 후 취재진과 만나 "(EUV를 적용한) 1A(4세대) 나노미터 제품의 양산을 지난 7월부터 국내 본사에서 시작했다"며 "아직 시간이 많이 남아있으니까 충분히 협조하면서 (EUV 장비를) 도입하겠다"고 말했다.
이는 국내 이천 공장에서 EUV를 적용한 D램의 생산을 이제 시작한 만큼 아직 후순위인 중국 공장의 EUV 도입은 시기상조라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 사장은 또 EUV 장비 도입에 차질을 빚을 가능성에 대한 기자들의 질문에 "그렇지 않다"며 "장비는 계속 들어와야 한다"고 답했다. 장비가 국내 공장에만 들어오게 되는 것이냐는 질문에 대해선 "지금은 이천 공장에서 하기에도 바쁘다"고 강조했다.
지난주 일부 외신이 미국과 중국의 전방위 패권 경쟁이 반도체 분야에서 충돌, 중국 우시 공장을 첨단화하려는 SK하이닉스의 계획이 미국 정부의 반대로 좌초될 가능성이 커졌다고 보도해 시장이 들썩였다. 삼성전자에 이어 D램 시장점유율 2위(27.2%)인 SK하이닉스는 우시 공장에서 D램을 절반가량 생산하는데 이 라인의 공정을 제때 개선하지 못하면 경쟁력이 떨어질 것이란 부정적인 내용이었다.
이 사장의 말처럼 반도체 업계에서도 SK하이닉스 우시 공장의 EUV 도입과 관련해 부정적인 영향을 논하는 것은 아직 이르다는 평가가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SK하이닉스는 이천의 M16 신공장에서 EUV를 올해 처음 도입했다"며 "중국 공장의 EUV 도입은 적어도 몇년 후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와 관련 이날 방한 중인 캐서린 타이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는 사전녹화로 방송된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인터뷰에서 "SK하이닉스가 중국에 첨단장비를 들이는 것은 국가 안보에 위험요인이 될 수 있어 제지한 것"이라며 "국가 안보는 군사나 방위에 그치지 않고 더 광범위해질 수도 있다"고 밝혔다.
이어 타이 대표는 미 상무부의 글로벌 반도체 기업 공급망 자료 제출 요구에 대해 "자발적인 절차와 과정으로 정보 요청은 반도체 공급 병목현상이 어디서 일어나는지를 규명하기 위한 미국 정부의 노력의 일환"이라면서 "모든 참여자가 선의를 가지고 장단기적으로 무엇이 부족한지를 파악하고 있다"고 했다.
한편 전날 미국 마이크론 주가가 8% 급등한 데 이어 이날 국내 증시에서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비롯해 반도체 관련주가 일제히 폭등하면서 '메모리 고점론'이 끝난 것이 아니냐는 얘기가 나왔다.
메모리반도체 시장 전망에 대한 질문에 이 사장은 "(긍정적으로 본다고 말했던) 지난 9월에 말씀드린 것에서 바뀐 것이 없다"고 대답했다.
또한 인텔 낸드플래시 사업부의 인수 진행 상황과 관련해선 "(중국 경쟁당국 등과) 적극적으로 협업하면서 협조하고 있다"고 이 사장은 전했다. SK하이닉스의 인텔 낸드 사업부 인수는 8개국에서 기업결합 승인 심사를 받고 있으며 현재 중국의 승인만 남았다.
SK하이닉스 이천 M16 라인 전경. SK하이닉스 제공
km@fnnews.com 김경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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