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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 지역자산화로 ‘그리드락’을 넘다

[특별기고] 지역자산화로 ‘그리드락’을 넘다

고규창 행정안전부 차관

쓸모없어 보이는 도심 공터에 누구에게나 개방되는 주차장이 만들어진다면? 관리되지 않는 공터에 무질서하게 주차를 하면 공유지의 비극이 나타날 것이다. 그 반대로 10면의 주차장을 10만명의 시민에게 나눠준다면 제대로 주차장을 사용하지 못하는 반공유재의 비극이 나타난다. 미국 컬럼비아대학 마이클 헬러 교수는 그의 저서 '소유의 역습 그리드락'에서 공유지의 비극에 대비되는 반공유재의 비극을 그리드락(Gridlock) 현상으로 본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정부가 개입하기보다 서로 자율적으로 협력해 주차장을 효과적으로 활용해야 한다. 즉 각자가 가진 조각을 합쳐서 보다 큰 조각을 만드는 방법이 필요하고 이 해결책으로 관심을 받고 있는 것이 '지역자산화'이다.

지역자산화는 주민이 공간을 공유해 함께 주인이 되는 새로운 방식의 소유이다. 예를 들면 우리 마을에 과거엔 음식점으로 사용되다가 지금은 방치된 공간을 주민들이 공동으로 매입하고 함께 사용하는 부엌으로 새단장하는 것이다. 지역자산화는 주민이 원하는 공간을 만드는 점에서 매력적이며 발걸음이 줄어든 옛 도심에도 활력을 불어넣을 뿐만 아니라 임대료 상승으로 인해 원래 살았던 주민들이 쫓겨나는 현상인 젠트리피케이션의 부작용을 해결하는 대안으로도 떠오르고 있다.

지역자산화를 할 때 가장 어려운 문제는 주민들이 공간을 사는 데 필요한 돈을 시중은행에서 빌릴 때의 어려움이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행정안전부는 2019년부터 지자체와 함께 신용보증기금, 농협은행과 협력해 은행대출에 필요한 신용보증서 발급과 은행의 융자를 지원한다.

[특별기고] 지역자산화로 ‘그리드락’을 넘다
행정안전부 제공


이러한 지원의 결실로 지역자산화의 성공 사례가 여러 곳에서 만들어지고 있다.

전남 목포시의 '건맥1897' 협동조합은 2019년 건해산물 거리 맥주 축제를 계기로 상인과 주민들이 결성한 단체로, 조합원 100여명의 출자금, 지역자산화 융자금, 그 외 민간 자금 등을 합해서 빈 상가를 매입했다. 빈 상가는 마을 맥주집(1층), 마을호텔(2~3층), 주민 휴식공간(옥상)으로 탈바꿈했고 건맥1897은 건해산물 거리에 새로운 원동력이 되고 있다.

경남 창원시의 사회적 협동조합 '도우누리'는 조합원 200여명의 출자와 지역자산화 융자를 통해 지역사회 돌봄 공간을 개소했다. 노인, 장애인, 저소득층에 맞춤형 돌봄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으며, 취업교육을 제공해 일자리 창출에도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주민 누구나 쉽게 들러서 즐길 수 있는 지역자산화가 더욱 확산되려면 주민들이 자율적으로 신뢰와 협력을 통해 공동의 자산을 만드려는 공감대가 필요하다.

2022년 지역자산화 신규 공모가 11월부터 진행되고 있다. 지역의 공간이 '방치'되지 않고 주민의 '공유 자산'이 되어 새로운 변화가 나타나도록 많은 관심과 참여가 있기를 기대한다.

skjung@fnnews.com 정상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