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오넬 메시(파리 생제르맹)가 11월 30일(한국시간) 프랑스 파리의 떼아뜨르 뒤 샤틀레에서 열린 제65회 발롱도르 시상식에서 '2021 발롱도르' 트로피를 들고 웃고 있다. /사진=뉴시스
‘잔디 위의 마술사’ 리오넬 메시(34·파리 생제르맹)가 통산 7번째 발롱도르를 품에 안았다. 메시는 11월 30일(한국시간) 강력한 경쟁자 로베르트 레반도프스키(바이에른 뮌헨)를 제치고 또 한번 축구 황제에 등극했다.
발롱도르는 매년 최고의 활약을 보인 축구선수에게 주어지는 상이다. 지난 2009년 22살의 나이에 첫 발롱도르를 수상한 메시는 7번이나 전 세계 축구 기자들의 선택을 받았다. 이로써 메시는 크리스티아누 호날두(36·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의 발롱도르 경쟁에 사실상 종지부를 찍었다.
통산 5차례 발롱도르를 수상한 호날두는 올해 6위에 그쳤다. 전성기를 넘긴 호날두가 메시의 기록을 넘어서긴 어려워 보인다. 시상식에 불참한 호날두는 자신의 목표가 메시를 능가하는 것이라고 보도한 기사에 대해 날선 반응을 보였다.
다른 종목이긴 하지만 메시의 7번째 수상은 로저 클레멘스(59)를 떠올리게 한다. 클레멘스는 통산 7번 사이영상(최고의 투수에게 수여하는 상)을 수상했다. 둘 다 최다 수상 기록이다. 그러나 메시의 트로피가 100% 순금이라면 클레멘스의 것은 도금에 불과하다. 겉만 금빛이다. 금지약물과 거짓말로 내부가 오염됐기 때문이다.
클레멘스는 대단한 투수였다. 통산 4672개의 탈삼진으로 이 부문 3위(1위는 놀란 라이언의 5714개)에 올라 있다. 354승으로 역대 통틀어 9번째 많은 승을 올린 투수다. 그보다 많은 승을 거둔 투수들은 대부분 공룡과 함께 살던 주라기에 속해 있다.
클레멘스는 22살에 메이저리그에 데뷔했다. 2년 후 그는 첫번째 사이 영상을 받았다. 다승(24승 4패) 평균자책점(2.48) 1위였다. 기자들은 그에게 MVP까지 덤으로 안겨주었다. 그 해 한 경기서 20명의 타자를 삼진으로 돌려세우는 신기록을 세웠다.
뉴욕 양키스 시절의 로저 클레멘스
2001년 국내 나이로 40살의 클레멘스는 6번째 사이영상을 차지했다. 몇 경기를 앞둔 채 20승1패의 경이로운 성적을 기록 중이었다. 나중에 2패를 추가했지만 사이영상을 의심하는 팬은 아무도 없었다.
이 무렵 슬슬 검은 연기가 새 나오기 시작했다. 아무래도 수상했다. 클레멘스는 원래 투피치 투수였다. 직구와 커브. 전성기 시절 직구는 158㎞ 근처를 맴돌았다. 나이 들면서 포크볼을 메뉴에 추가했다. 스피드는 여전히 150㎞ 초반을 웃돌았다.
2000년대 초반은 금지약물의 전성기였다. 너도 나도 약물로 힘과 근육을 키웠다. 그러나 클레멘스는 약물 복용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심지어 은퇴 후 의회 청문회에 나가서도 그런 적 없다고 발뺌했다.
그의 말은 진위 여부가 가려지지 않았다. 그러나 물증은 없지만 새록새록 생겨나는 심증만은 어찌할 수 없었다. 기자들은 은퇴한 그에게 마지막으로 줄 수 있는 영예를 퇴짜 놓았다.
‘명예의 전당’에 오르려면 75%의 동의가 필요하다. 그러나 클레멘스는 9번 연속 입성에 실패했다. 올초엔 61.6%에 그쳤다. 이제 그에게 남은 기회는 단 한 번뿐이다. 10번까지만 기회가 주어지기 때문이다.
메시는 “2년 전이 마지막일 줄 알았다. 너무 행복하다”고 수상소감을 밝혔다. 하지만 클레멘스의 소감을 들을 일은 영영 없을 것 같다.
texan509@fnnews.com 성일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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