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들어 주식형만 21개 새로 출시
일년새 규모 2조4000억 불어나
중소형 증권사 뛰어들며 급성장
자산 30% 매니저 역량으로 투자
패시브 대비 양호한 수익성 매력
규제 문턱까지 낮아지자 확장세
액티브 상장지수펀드(ETF) 순자산 규모가 4조5000억원을 넘어서는 등 매서운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증시가 지지부진한데다 적은 자금으로 다수 종목에 투자할 수 있다는 편리성, 패시브 ETF 대비 양호한 수익성이 투자 매력으로 작용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중소형사들의 진출로 시장 몸집이 더욱 불어나고 있다.
11월 3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기준 국내 상장된 액티브 ETF는 주식형 24개, 채권형 14개 등 총 38개다. 주식형의 경우 올해만 21개가 출시되며 급격히 늘었다. 이는 기존 채권형에만 적용되던 액티브 ETF 출시 허용 범위가 지난해 7월 주식형으로 확대되면서다. 이후 운용사들은 경쟁적으로 나름의 전략을 갖춘 주식형 액티브 ETF를 선보였다.
이에 따라 시장도 빠른 속도로 커지고 있다. 펀드평가사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지난 11월 29일 기준 38개 상품의 순자산 합계는 4조5301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 연말 순자산 규모 2조1289억원에 비해 112.7%나 늘어난 수준이다. 1년이 채 안 되는 기간 동안 2조4000억원이 불어나며 덩치가 2배 넘게 커진 셈이다.
개별 펀드 성과도 우수하다. 이달 들어 지난 29일까지 'KODEX K-메타버스액티브'는 6.68%의 수익률을 기록했고, KBSTAR 비메모리반도체액티브(5.12%), TIGER 글로벌BBIG액티브(2.80%) 등도 선전했다. 9월 초 대비로 따지면 '네비게이터 친환경자동차밸류체인액티브'와 'TIGER 퓨처모빌리티액티브'는 각각 7.52%, 7.71% 수익률을 달성했다. 이 기간 코스피지수는 각각 2.33%, 9.28% 떨어졌다.
눈에 띄는 점은 대형 증권사뿐 아니라 중소형 증권사들도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 11월 16일 강방천 회장이 이끄는 에셋플러스자산운용과 존 리 대표의 메리츠자산운용은 동시에 액티브 ETF를 상장시켰다. 각각 플랫폼 비즈니스 모델, IT·미디어·통신 산업에 주력해 투자하겠다는 전략을 내세웠다. 브이아이자산운용, 흥국자산운용 등도 각각 1개, 2개 상품을 선보인 상태다.
액티브 ETF는 펀드매니저들이 운용 여력을 확보하고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비교지수를 추종하는 70% 자산 외 나머지 30% 범위에서 편입 종목과 그 비율을 재량껏 선택할 수 있다. 이에 분산 투자 효과를 확보하면서도 기초지수를 웃도는 초과수익 달성을 목표로 한다. 수급이 중요한 패시브 ETF 시장에서 대형사에 밀린 중소형사들이 액티브 ETF 시장에 도전할 수 있는 이유다.
금정섭 KB자산운용 ETF전략실 실장은 "주식형 액티브 ETF가 올해 다수 상장되면서 순자산 규모가 커졌고, 특히 메타버스·미래차·신재생 등 테마형 상품들이 성과를 내는 동시에 자금을 끌어 모으며 시장을 견인했다"고 말했다. 이어 "공모펀드 성장성이 다소 더뎌지면서 매니저 역량과 테마 아이디어를 갖춘 중소형사들이 액티브 ETF 시장에 진입한 영향도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자산운용업계에선 액티브 ETF 시장이 공모펀드 시장을 넘어서며 성장세를 이어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국거래소가 관련 규제 문턱을 낮추려는 의지도 성장세에 한껏 힘을 실어주고 있다.
손영훈 거래소 본부장보는 지난 9일 "현재 0.7인 비교지수 상관계수 인하를 생각하고 있다. 3개월 연속 상관계수 유지에 실패했을 때 상장폐지 하는 기준도 6개월로 넓히는 등 제도를 개선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김승철 NH-Amundi자산운용 패시브솔루션본부장은 "참조지수 대비 초과 수익을 추구하는 게 액티브 ETF 특징인 만큼 상관계수 완화 시 보다 적극적 운용을 할 수 있는 여지가 많아진다"며 "액티브 ETF 시장의 성장을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ETF는 주식시장에서 거래되는 펀드인 만큼 홍보력에 따른 인지도에서 성과가 갈릴 것"이라고 말했다.
금 실장도 "규제 완화로 운용 자율성을 보장하면 상품 다양성과 운용 역량의 극대화를 이룰 수 있다"며 "이에 더해 공모펀드 기준에 준해 설정한 '10% 룰(1개 종목을 자산의 10%까지만 편입할 수 있는 규정)'까지 개선한다면 시장 활성화가 탄력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taeil0808@fnnews.com 김태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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