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유아인/ 사진제공=넷플릭스 © 뉴스1 /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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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넷플릭스 드라마 시리즈 '지옥'의 한 장면. *재판매 및 DB 금지 /사진=뉴시스
[파이낸셜뉴스] “박정자가 부활하는 시즌1 엔딩을 지켜보면서 정진수의 부활을 강력하게 바라고 있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지옥’에서 신흥종교 새진리회의 수장, 정진수를 연기한 배우 유아인이 시즌2 출연을 강력하게 희망했다. 유아인은 3일 화상인터뷰에서 ‘지옥에 대한 가장 흥미로운 반응을 묻는 질문에 “(세계 시청자들의) 시즌2에 대한 기대감”이라며 “저 역시 시즌2의 출연을 강렬하게 희망한다”고 답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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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리즈 제목이 ‘지옥’으로 아주 강렬하다. 실제로 지옥이 있다고 생각하는지?
“사후 물리적 공간으로서의 지옥에 대한 믿음은 없다. 지옥이란, 인간들이 만들어내는 고통스런 상황, 지옥 같은 마음, 그런 식의 지옥을 생각한다.”
- 사이비종교 교주라는 캐릭터를 굉장히 입체적으로 풀어냈는데 정진수를 어떻게 해석했나?
"우선 정진수는 기존 사이비종교의 교주와 차이점이 있다. 사기꾼 기질이 있으나, 사리사욕이 목적이 아니다. 자기 삶속의 절망을 사람들에게 전이하고 싶은 뒤틀린 욕망이 존재하나, 나름 정교한 논리로 세상에 이로운 것이 무엇인지 생각하고, 그걸 신념으로서 펼치는 인물이다."
- 정진수 의장이 내세우는 대의에 동의하는 시청자도 많을 것이다.
"대의라기보다는 본인의 신념인데, 자신의 신념을 폭력적으로 강요하는 순간, 더 이상 신념이 아닌 게 된 것 같다. 한편으론 논리적이나 한편으론 굉장히 초라하고 연약한 인물 같다."
- 정진수라는 인물에 대한 첫인상과 연기를 끝냈을 무렵, 이 인물에 대한 배우 유아인의 생각이 궁금하다.
"모든 캐릭터가 처음엔 구체화되어 있지 않아 늘 첫 번째 퍼즐을 찾는다. 그러다가 다른 인물과의 호흡이나 캐릭터의 대사·설정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상황에서 점점 입체화되는 과정을 거친다. 내게 정진수는 숙제 그 자체였다. 마지막에 이르러서는 이 인물에 대한 답을 찾았다기보다 더 큰 숙제가 돼 관객에게 전달되는 캐릭터가 바로 정진수라는 생각을 했다."
- 정진수를 표현하는데 있어 가장 까다롭고 도전적이었던 장면을 꼽는다면?
(잠시 고민하다) 박정자의 집에서 민혜진과 이야기하는 자리에서 농담을 하다가 아주 날카롭게 시연 대상자의 죄를 캐묻는데 그 짧은 순간에 정진수의 뒤틀린 면모부터 미스터리한 면모, 강렬한 성격까지 다 드러내야 했다. 특히 “저 양아치 아닙니다” 대사가 상당히 소화하기 까다로웠다.
- 정진수는 인간의 자율성에 회의적인 인물인데, 본인의 생각은?
"인간의 자율성이란, 인간으로서 끊임없이 고민하게 되는 주제인 것 같다. 때로는 운명을 따르는 느낌이 들었다가 그런 운명을 거부하고 내 자유를 찾는 선택 같았다가 때로는 그 반감조차 결국 촘촘하게 짜인 시나리오 안에서 자연스럽게 만들어진 운명처럼 느껴질 때가 있다. 명확한 정답은 갖고 사는 것은 아닌 것 같다. 인간의 자율성이란 살면서 느끼는 큰 의문이자 숙제 같다."
- 고지를 받은 채 20년을 살아온 정진수의 심리를 표현하는 데 있어 어려웠던 점을 꼽는다면?
"죽음을 항상 옆에 뒀기에 나답게 살아봐야지, 그런 태도가 만들어진 것 같다. 외로움과 절망, 고통에 휩싸인 인물은 그 감정에 도취되게 마련인 것 같다. 처음엔 좀 더 초월적인 인물을 상상하고 그걸 구현해보고 싶기도 했으나, 작품에 임하면서 좀 더 인간적인 정진수가 만들어지는 느낌을 받았다."
- 정진수의 캐릭터를 디자인할 때 실제로 참고한 게 있다면?
"감독님이 한 종교단체 수장의 음성을 들려준 적이 있다.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아주 대차고 선동적이고 공격적인 사운드가 아니었다. 목소리가 나지막하고 전달의지가 없는 것처럼 읊조리는 듯 말했다. 그걸 참고했다."
- “20대 때는 겉멋과 허세에 찌들어 고지를 받은 것처럼 살았다”는 말을 했는데, 그런 자신이 바뀌게 된 터닝포인트가 있나? 혹시 20대 시절 지우고 싶은 말이나 행동 등 ‘흑역사’가 있는지?
- 허세, 겉멋, 치기라고 스스로 얘기했는데, 그랬던 저 자신이 좋다. 돌아갈 수 있다면 돌아가고 싶다. 결국 죽지 않고 살아있기 때문에 염치없이 내 자신을 받아들이면서 간다. 요즘은 내가 충분히 뜨겁지 않은 건 아닐까, 솔직하지 않은 건 아닐까, 그런 생각을 할 때가 있다. 떳떳한 인간이 되도록, 나 자신을 돌아보면서 살고자 한다.
- 관객 입장에서 지옥의 명장면을 꼽는다면?
"6부의 엔딩 시퀀스. 중요한 질문은 던진다. 인간다움은 무엇일까? 그런 질문을 던진다는 점에서 ‘지옥’의 핵심 장면 같다."
- ‘지옥’의 등장인물 중 어떤 캐릭터와 본인이 가장 닮았나?
불평불만이 많은 (박정민씨가 연기한) 배영재? 가장 많이 닮지 않았나.(웃음)
- 칸영화제나 글로벌 OTT를 통해 인지도가 날로 높아지고 있는데, 혹시 작업해보고 싶은 할리우드 감독이 있나?
"(한참 생각)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 영화에 박정민과 함께 출연하고 싶다. 그리고 드니 빌뇌브 감독. 가장 좋아하는 감독이다(‘그을린 사랑’ ‘시카리오:암살자의 도시’ ‘컨택트’ ‘블레이드 러너 2046’ ‘듄’을 연출했다).
- 지금 젊은 세대 배우들 중 가장 주목 받고 있다. 관심과 평가의 중심에 놓여있는 무게를 어떻게 이겨내나?
"계속 떨리고 두렵고 공포스럽다. 이길 수 없는 것 같다. 이겨낸다기보다 생각을 안하려고 한다. 일에만 집중하려고 한다. 배우로서 기대감을 주고 싶은데, 한편으론 기대와 믿음을 깨는 표현을 하고 싶다. 계속 변화하고 다음이 어떻게 펼쳐질지 예측하기 어려운 젊은 에너지를 가진 배우로 살고 싶다.
- 20대의 유아인과 30대의 유아인은 어떤 점이 다르고, 어떤 점이 여전한가?
"선명함이 희석된 것 같다. 희미해진 것 같다. 근데 그게 좀 더 진실되게 느껴진다. 마침표를 딱 찍어서 꺼내 보이기보다 희미하거나 모호한 것에 빠져드는 것 같다. 소심함? 그건 20대와 비슷하다."
- 20대 초반 “무엇에 얽매이지 않고 자유롭게 연기하겠다. 서른 살에도 연기하고 있었으면 좋겠다”고 했는데,목표를 이뤘다. 다음 목표가 있다면?
"직업상 이상무라는 상태는 자축할만 하다.(웃음) 모르겠다. 도전, 성장이 삶의 키워드였는데, 요즘은 그 자체가 버겁게 느껴진다. 나를 못살게 굴면서 살아왔는데, 이젠 좀, 혹사시키지 않고 싶다. 다음이 자연스럽게 흘러가길 바란다.
- 지옥 팬으로서 시즌 2에서 가장 기대되는 부분은?
"정진수의 부활"(웃음)
- '지옥'은 놀람과 충격의 연속을 제공하는 작품인데, 배우 유아인이 생각하는 연상호 감독의 강점, 무기는?
"대중적이면서도 오락성에만 치중하지 않고, 오락성을 이용해 문학적인 작품을 만든다고 할까? 그게 연상호 감독의 최대 강점인 것 같다."
- ‘지옥’ 촬영의 가장 인상적인 비하인드 스토리를 꼽는다면?
"감독님이 이토록 진지하고 의미심장한 작품을 만들면서 늘 현장에서 촬영 끝날 때마다 '빨리 이 작품 보고 싶다'고 말했다. 그게 기억난다.
"
- 차기작 ‘하이파이브’에선 백수로 나오던데, 어떤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나?
"내년에 선보일 작품은, 유아인의 가장 유쾌하고 친근하고 웃긴 모습이 될 것 같다. 내겐 도전이었다. 유아인하면 골치 아픈데, 그 (편견을) 떨치고 편안하고 유쾌하게 즐길 수 있는 작품이다."
jashin@fnnews.com 신진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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