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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쁘면 초과근무, 근무시간 저축하는 근로시간계좌제 도입해야"

[파이낸셜뉴스] 과거 대량생산 체제에 어울렸던 노동법 규제를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적합하게 손질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특히 근로시간의 획일적 규율방식에서 벗어나 유연한 규율방식을 모색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권혁 부산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6일 한국경제연구원으로부터 연구 의뢰받은 '노동관계 법제도 선진화를 위한 정책과제' 보고서에서 이같이 밝혔다.

보고서는 근로자와 사용자가 근로시간을 협의하는 방식인 독일의 근로시간계좌제 도입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근로시간계좌제란 업무량이 많을 때 초과근무를 하면 초과시간을 저축해두고 일이 적을 때 휴가 등으로 소진하는 제도다.

독일의 경우 단체협약을 통해 근로시간계좌제가 채택되면 근로자는 근로시간을 필요에 따라 자율적으로 조절할 수 있다. 근로시간계좌제의 유형으로는 정산기간이 월 또는 년 단위로 설정된 단기근로시간계좌와 단위 기간이 1년 이상인 장기근로시간계좌가 있다.

권 교수는 "독일의 경우 근로시간계좌제에 관한 단체협약이 점점 늘어나고 있는 추세"라며 "근로시간 생애주기를 염두에 두고 근로자가 자신의 필요에 따라 질병 치료, 교육이나 훈련을 위해 장기간 휴식 시간 확보 등 자율성을 보장받을 수 있는 근로시간계좌제는 노사가 상생할 수 있는 모델로 적합하다"고 설명했다.

현행 근로기준법은 단순 직공 중심의 근로자상을 전제로, 근로시간의 양에 비례한 임금체계를 고수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에는 근로의 질과 성과가 근로시간의 양에 비례하지 않기 때문에 근로시간의 양이 아닌 성과 중심 임금체계로의 개편이 필요하다는 분석이다.

보고서에서는 가산임금 대상 범위를 명확하게 하기 위해서 노사 간 합의를 존중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노사가 가산임금 산입대상금품, 가산할증율 등을 합의로 정해 두면 이러한 합의를 존중해 통상임금 등의 산입범위를 둘러싼 모호성과 그에 따라 초래되는 분쟁은 사전에 막아야 한다는 것이다.

권 교수는 "구체적인 임금의 결정은 노사 합의로 도출하도록 하면서 가산임금이나 임금 산출 방식에 있어 산업환경 변화에 따른 다양성을 인정하지 못하는 것은 모순"이라며,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근로시간에 비례한 성과체계가 작동하지 않기 때문에 성과 중심의 임금체계를 보편화하는 노력도 병행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보고서는 저출산 고령화 시대에 고령자에 대한 노동법적 규제 완화도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이 외에도 글로벌 스탠다드에 어긋나는 사용자의 대체근로금지제도와 부당노동행위제도 등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km@fnnews.com 김경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