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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바 생산’ 모더나 수출길 열렸다… JY ‘제2반도체 신화’ 시동 [삼바 모더나백신 식약처 허가]

‘스파이크박스주’ 식약처 품목허가
美 그린라이트 바이오사이언스와 백신 원료의약품 위탁생산 계약도
이재용 부회장 ‘바이오 행보’ 성과

‘삼바 생산’ 모더나 수출길 열렸다… JY ‘제2반도체 신화’ 시동 [삼바 모더나백신 식약처 허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왼쪽)이 지난달 16일 미국 매사추세츠주 캠브리지에서 누바 아페얀 모더나 공동 설립자 겸 이사회 의장과 만나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이 부회장은 모더나와 바이오분야 협력 방안에 대해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 제공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전략적으로 육성 중인 바이오 사업이 가시적인 성과를 내면서 '제2반도체 신화'를 향해 한걸음 성큼 다가섰다. 삼성바이오로직스가 국내에서 생산한 모더나 백신이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제조판매 품목허가'를 받으면서 전 세계 수출이 가능해졌다. 글로벌 바이오 업계에서 생산력과 기술력을 인정받으면서 더 많은 가능성이 열리고 있다.

■국내, 아태지역 등 수출 전망

14일 모더나가 삼성바이오로직스에 생산을 맡긴 코로나19 백신 '스파이크박스주'가 식약처로부터 품목허가를 받았다.

이번에 모더나 코리아가 획득한 품목허가는 삼성바이오로직스의 국내 의약품 제조공장에서 생산된 모더나 mRNA 백신의 정식 품목허가로 국내 판매 및 해외 수출이 가능해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모더나와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지난 5월 코로나19 백신 위탁생산 계약을 체결했다. 이후 삼성바이오로직스는 기술 혁신을 통해 생산 소요 기간을 대폭 단축했고, 계약 체결 후 5개월 만에 초도생산 물량을 국내에 출하해 백신 수급을 확대했다. 모더나 코리아는 11월 초 '스파이크박스주'라는 제품명으로 식약처에 정식 품목허가를 신청했고, 한 달여 만에 품목허가를 획득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생산한 모더나 백신은 11월 필리핀과 12월 콜롬비아에서도 긴급사용 승인을 받았다.

업계에서는 이번에 식약처로부터 백신에 대한 품목허가를 받은 것을 계기로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생산한 모더나 백신이 국내는 물론 아시아태평양 지역 등 광범위한 지역에도 공급이 가능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존림 삼성바이오로직스 대표는 "한국 정부와 모더나의 신속한 대응과 긴밀한 협업으로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생산한 제품이 국내 첫 mRNA 백신 품목허가를 받게 된 것은 또 하나의 의미 있는 이정표를 세운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백신 공급에 대한 중요성이 증가함에 따라 안정적인 백신 공급을 위해 정부 및 고객사와 지속해서 협력해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글로벌 백신 허브'로 급부상

삼성바이오로직스는 모더나 이외에도 최근 미국 그린라이트 바이오사이언스사와 코로나19 mRNA 백신 후보물질 원료의약품 위탁생산 계약을 체결했다.

완제품(DP) 생산을 넘어 이제는 원료의약품(DS)을 생산하는 단계에 이르렀다는 의미다. 이에 따라 삼성바이오로직스는 대규모 원료의약품 생산부터 무균충전, 라벨링, 패키징까지 mRNA 백신 생산에 대한 원스톱 서비스가 가능해졌다.

이 같은 성과를 낸 배경으로 경영복귀 이후 바이오 사업을 진두지휘하고 있는 이 부회장의 노력이 한몫했다는 평가다. 이 부회장은 태스크포스(TF)를 꾸려 백신 조기생산을 독려했으며, 8월 모더나 최고경영진과 화상회의를 통해 백신 생산과 바이오산업 협력 확대를 논의했다. 그 결과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백신 공급은 예정보다 한 달 이상 단축됐다.

삼성은 8월에 미래를 위한 240조원 투자를 발표하면서 바이오시밀러를 강화해 제2의 반도체 신화를 창출하겠다고 선언했다. 삼성은 의약품위탁생산개발(CDMO) 분야 경쟁력 확보를 위해 공격적인 투자에 나설 예정이다. 5공장과 6공장 건설을 통해 글로벌 바이오 의약품 생산 허브로서 절대 우위를 확대한다는 전략이다. 시장에서는 이를 바탕으로 삼성바이오로직스가 백신 및 세포·유전자 치료제 등 차세대 치료제 CDMO에도 새로 진출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 부회장의 행보도 이와 무관치 않다. 지난달 16일 미국을 방문한 이 부회장은 누바 아페얀 모더나 공동설립자 겸 이사회 의장을 만나 바이오 분야 협력에 대해 논의했다. 재계 관계자는 "삼성이 반도체 사업을 육성했던 방식을 바이오 사업에도 적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최고경영자의 글로벌 네트워크를 활용해 해외 파트너들과의 신뢰를 다지고 빠른 의사결정과 투자를 통해 경쟁력을 키우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고 말했다.

ahnman@fnnews.com 안승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