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기상여금을 통상임금 소급분에 포함할지를 두고 현대중공업 노사가 벌인 6300억원 규모 분쟁에서 대법원이 노조 측의 손을 들어주자 경영계가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재계는 이번 판결에 대해 현실에 부합하지 않는 판결로 산업 현장에 혼란과 갈등을 초래할 우려가 크다고 지적했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16일 대법원이 판결 근거로 제시한 "기업이 일시적 경영상 어려움에 처하더라도 사용자가 합리적이고 객관적으로 경영 예측을 했다면 그러한 경영상태의 악화를 충분히 예견할 수 있었다"는 것과 관련해 "대법원은 해외 경제상황 변화와 이에 따른 영향을 모두 예측할 수 있는 영역이라고 판단했지만 오늘날 산업은 제4차 산업혁명이라고 불릴 만큼 급격하게 변화하고 있으며 코로나19 등 예측할 수 없는 위기와 변화가 수시로 발생한다"고 주장했다.
지난 9년 동안 이어진 재판의 쟁점은 민법상 '신의성실의 원칙'(신의칙)이다. 통상임금 소급분 등 추가임금 지급으로 기업에 중대한 경영상의 어려움이 초래되거나 존립이 위태로워지면 민법의 대원칙인 신의칙을 위반한 것이므로 지급하지 않아도 된다는 내용이었다. 신의칙 여부를 놓고 1심은 노조의 손을, 2심은 사측의 손을 들어주었다.
이번 판결에 대해 경총은 "누구도 예측할 수 없는 급변하는 경제환경을 기업의 경영자가 예측해 경영악화를 대응해야 한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까운 요구"라면서 "현실과 전혀 부합하지 않는 납득하기 어려운 판단으로 산업 현장에 혼란과 갈등만 초래할 우려가 크다"고 밝혔다.
경총은 또 "노동의 사법화 문제가 꾸준하게 제기되고 있는 상황에서 이번 판결로 이 같은 우려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며 "법원은 노사의 자율적 관행과 신뢰관계를 존중하고 급변하는 경영환경과 산업 현실에 부합하는 합리적인 판단을 내려주길 바란다"고 촉구했다. 경영계는 통상임금 논란의 본질이 입법 미비에 있는 만큼 조속히 신의칙 적용과 관련한 구체적인 지침이 필요하다고 호소했다. 추광호 한국경제연구원 경제정책실장은 "코로나19 재확산에 따른 경기회복 지연, 대내외 경영환경 악화 등 국가경쟁력이 약화된 상황에서 신의칙을 인정하지 않은 판결로 예측하지 못한 인건비 부담이 급증해 기업 경영의 불확실성이 높아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km@fnnews.com 김경민 기자
이 시간 핫클릭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