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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천피·천스닥’ 이끈 동학개미, 연말 주가 빠지자 해외로 [2021 증시 결산 (2) 수급 주도한 개인]

11월 들어 ‘변심’
올 10월까지 87조 순매수 행진
이달 들어 3조 넘게 팔아치워
서학개미로 ‘변신’
외화증권 결제금액 4412억弗
테슬라 올해만 3조 넘게 사들여

‘삼천피·천스닥’ 이끈 동학개미, 연말 주가 빠지자 해외로 [2021 증시 결산 (2) 수급 주도한 개인]

올해 국내 증시의 주인공은 '동학개미'로 불리는 개인투자자들이다. 올해 상반기 개인투자자들이 증시에 대거 유입되면서 '삼천피'와 '천스닥' 달성에 혁혁한 공을 세웠다. 하지만 하반기에 들어서 미국의 테이퍼링(자산매입 축소), 금리인상, 원·달러 환율 상승 등으로 인해 증시가 주춤하자 그동안 지수를 받치던 개인들도 순매도세로 돌아서며 증시를 떠나고 있다.

■올해 81조 순매수, 11월 이후 변심

2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1월 4일부터 지난 20일까지 약 1년간 개인은 코스피·코스닥 시장(코넥스 포함)에서 81조2555억원을 순매수했다. 동학개미들은 올해 1월부터 10월까지 코스피, 코스닥 양대 증시에서 무려 87조원어치를 순매수하면서 지수 상승을 이끌었다.

개인들의 순매수 힘으로 코스피는 지난 6월 25일 장중 3316.08을 찍으며 새로운 역사를 쓰기도 했다.

하지만 최근 국내 증시가 지지부진하자 개인은 주식을 대거 내다팔고 있다. 이달 들어 20일까지 개인은 코스피·코스닥 시장에서 3조1916억원을 순매도했다. 이런 개인의 순매도 규모는 월별로 봤을 때 지난 2012년 8월 이후 9년여 만에 최대다.

동학개미들은 올해 들어 지난 11월 첫 월별 순매도를 기록했다. 앞서 지난 11월 한 달 동안 개인들은 코스피에서 1조7927억원, 코스닥에서 6040억원 등 총 2조3967억원어치 주식을 순매도했다. 하지만 12월 들어 개인은 3조원 넘는 매물을 시장에 내던졌다.

코스피에서 개인 거래 비중도 급감하고 있다. 유안타증권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에서 개인의 거래비중은 이달 들어 48.4%를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2월 이후 최저치로, 지난 10년간 평균인 49.8% 수준이다. 코스피 내 개인의 거래비중은 지난해 4월부터 올해 10월까지 18개월 연속 60%를 웃돌았다. 지난달 57.4%로 낮아진 후 점점 줄어드는 추세다.

증시 전체 거래대금도 줄었다. 코스피가 사상 처음으로 3000 선을 넘어섰던 지난 1월만 해도 하루 평균 26조원어치 거래됐고, 이후 상반기까지는 15조원 이상을 유지했다. 하지만 10~11월 코스피 하루 평균 거래대금은 11조원대로 줄었고, 이달 들어서는 10조6000억원가량을 기록 중이다. 시가총액 대비 거래대금은 0.48%까지 하락한 상태다.

■지친 개미들, 배타고 서학개미로

이처럼 개인이 국내 증시를 떠나는 이유는 지수가 박스권에 머무르면서 지지부진한 흐름을 이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해외주식·암호화폐 시장의 강세, 대주주 요건 회피 매물, 정부의 대출규제, 공매도 재개, 주요 기업 물적분할 등이 지수 하락의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코로나19로 인한 기저효과가 사라지며 경기가 고점을 찍었다는 논란, 상반기 주식시장 강세에 따른 피로도 증가도 차익실현 수요 증가와 맞물렸다. 유동성이 이전 같지 않다는 불안감도 작용했다.

코스피가 주춤하자 국내 증시를 떠나 해외로 가는 서학개미도 늘고 있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올해 들어 지난 11월 말까지 외화증권 결제금액은 4412억2000만달러에 달했다. 지난해 전체 결제금액 3234억달러에 비해 36.4%나 늘어났다. 횡보하고 있는 국내 증시를 떠나 해외로 옮긴 동학개미의 영향으로 분석된다.

'동학개미의 서학개미화' 현상은 국내외 시장 간 수익률 차이 때문이다. 올해 들어 지난 16일까지 S&P500(26.16%), 나스닥(19.55%), 다우(18.77%) 등 미국 증시 3대 지수가 20% 안팎의 높은 수익률을 기록한 것과 달리 코스피는 2.10% 상승하는 데 그쳤다.

■‘삼성전자·테슬라' 많이 사들여

올해 국내 주식시장에서 개인투자자들이 가장 많이 사들인 종목은 삼성전자다. 1월 4일부터 12월 20일까지 32조7036억원어치 순매수했다. 같은 기간 삼성전자우선주에 대해서도 5조1180억원의 매수우위를 기록했다. 이 외에 현대모비스(3조2657억원), SK하이닉스(2조9763억원), 카카오(2조8963억원) 등의 순으로 순매수했다.

해외주식에 투자하는 '서학개미'가 올해 가장 선호한 종목은 미국 전기차 업체 테슬라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올해 들어 지난 20일까지 개인투자자들은 테슬라 주식을 26억6264만달러(약 3조1720억원)어치 사들였다.
이어 알파벳(7억519만달러)과 애플(6억8641만달러), 메타플랫폼스(옛 페이스북·6억594만달러), 엔비디아(5억6279만달러) 등의 순이었다.

한편 전문가들은 올해 초와 같은 개인 주도의 증시 열기가 내년까지 이어지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강대석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올해 국내 증시는 연초에 흥분한 상태로 장을 시작했다가 여름 이후 부진하면서 지친 모습을 보였다"며 "국내 증시가 글로벌 증시 대비 부진한 수익률을 기록하면서 서학개미가 동학개미보다 우월한 성과를 냈다"고 진단했다.

kmk@fnnews.com 김민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