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사용료 낼필요 없다'서 '자체 기술 OCA 강조' 전략 수정
상호무정산 방식 제시...SKB "ISP간 정산 방식.. CP적용 안돼"
[파이낸셜뉴스] '망 사용료'를 둘러싼 SK브로드밴드와 넷플릭스의 법정공방이 2라운드에 돌입했다.
넷플릭스는 항소심에서 전략을 바꿨다. 망 중립성을 내세우며 망 이용대가를 내지 않아도 된다는 기존 논리를 사실상 폐기하고, 자체 콘텐츠전송네트워크(CDN)를 통해 트래픽 절감에 기여하기 때문에 '망 이용대가를 낼 필요가 없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에 SK브로드밴드 측은 "오픈커넥트얼라이언스(OCA) 설치는 망 이용대가 지급 거부의 근거가 될 수 없다"고 반박했다.
■넷플릭스 "자체 기술로 트래픽 절감" SKB "면제이유 안돼"
26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지난 23일 서울고등법원에서 넷플릭스가 SK브로드밴드를 상대로 낸 채무부존재 확인소송 항소심 첫 변론준비기일을 진행했다. 넷플릭스는 2심에서 "망 사용료는 있지만, 낼 필요가 없다"는 새로운 주장을 냈다. 넷플릭스가 내세운 OCA는 자체 개발한 CDN으로 데이터 트래픽을 줄이기 위해 복제 서버를 통신사와 가까운 곳이 두는 것을 말한다.
즉 자체 CDN 기술인 OCA로 통신사들의 트래픽을 절감해주기 때문에 망 이용대가를 따로 낼 필요가 없다는 논리다. 넷플릭스는 이를 근거로 빌 앤 킵 방식을 적용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빌앤킵이란 네트워크를 운영하는 ISP간의 정산방식이다.
이애 대해 SK브로드밴드 관계자는 "빌 앤 킵은 서로 연결된 ISP 양측이 교환하는 트래픽이 비슷하다는 전제 아래 망 비용을 정산하지 않는 방식일뿐, 콘텐츠 제공 사업자(CP)에 적용되는 방식은 아니다"고 반박했다.
국내에 넷플릭스가 OCA를 설치한다해도, 소요되는 트래픽 총량은 동일해 국내 망 증설 관리가 필요하다는게 SK브로드밴드의 주장이다.
SK브로드밴드 관계자는 "OCA 분산설치로 트래픽이 감소하더라도 넷플릭스는 감소된 트래픽을 기준으로 대가를 지급해야 한다"며 "OCA설치가 넷플릭스 망 이용대가 면제의 이유가 될 수 없다"고 설명했다. SK브로드밴드 측은 망 사용료 지급 규모에 대해 법원에 감정을 신청하는 방식으로 대응하겠다는 입장이다.
양측의 다음 변론 기일은 내년 3월 16일이다.
■국내외 '망 무임승차' 견제 잇따라
망 이용료 논란이 지속되는 가운데 정치권서도 여야를 막론하고 넷플릭스를 견제하기 위한 관련 법안이 잇따라 발의되고 있다.
지난 21일 양정숙 의원은 '일정 규모 이상 부가통신사업자는 정보통신망 이용과 제공에 관한 계약을 체결하고 정당한 대가를 산정해야 한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 전기통신사업법 일부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또 김상희·이원욱 의원도 국내 망 이용료의 계약 회피를 방지하는 내용이 담긴 개정안을 발의했다.
넷플릭스가 지난 2018년 5월 국내에서 유발한 트래픽은 50Gbps에 불과했지만 올 9월 트래픽이 1200Gbps까지 늘어나 약 24배 폭증했다. 하지만, 여전히 인터넷망 이용료는 부담하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다.
넷플릭스를 압박하는 움직임이 해외서도 나타나고 있다. 지난달 보다폰·도이치텔레콤·스위스컴 등 유럽 각국 주요 통신사 13곳은 공동성명을 내고 "미국의 테크 대기업들이 유럽 통신 네트워크 개발 비용의 일부를 부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같은 흐름에 대해 SK브로드밴드측 강신섭 법무법인 세종 변호사는 "입법이 어떻게 진행될지 모르지만, 글로벌 CP들의 망 이용대가 지급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됐다"고 "재판부가 직접적인 영향을 받기보다 일종의 국민 법 감정으로 이해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했다.
spring@fnnews.com 이보미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