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년 구두명장 한용흠 레오 대표
50년전 구두제작·수선 기술 배워
성수 구두거리서 35년째 공방 운영
다리길이 달라 목발 짚던 선배에게
편하게 걸을수 있는 특수화 선물
"수제화의 묘미 보여줘 가장 뿌듯"
서울 성수동 연무장에 위치한 신발수선업체 레오에서 구두 명장 한용흠 대표가 구두를 손질하고 있다. 사진=강재웅 기자
구두산업의 메카였던 서울 성수동에는 아직까지 옛 명성을 지키고 있는 구두 명장들이 있다. 한용흠 레오(신발 수선업체) 대표(사진)도 성수동 구두거리를 지키고 있는 명장 중 한 사람이다.
그는 50년 가까이 구두를 만들고 고쳐왔다. 1972년 처음 기술을 배우기 시작해 성동구 연무장길에서 보낸 기간만 35년째이다. 서너 평 남짓 작은 가게지만 입소문으로 찾아오는 이들이 적지 않다.
최근 한용흠 명장을 성수동 공방에서 만났다.
그는 "여기 이 고소리가 제일 중요해요. 틀에다 가죽을 씌우고 잡아당겨서 구두 모양을 잡아주는 거죠"라며 "집게, 가위, 망치가 단순하고 흔한 물건으로 보이죠. 요렇게 네 개만 있으면 못 고치는 구두가 없어요"라며 인사를 건넸다.
한 대표는 주로 수선을 전문으로 한다. 그래서 넓은 공장도 필요 없고 자신이 앉을 공간만 있으면 세상 어떤 명품 구두도 다 새것으로 만들수 있다고 자부했다.
손에 든 새 부리처럼 생긴 고소리를 통해 그의 장기인 특수화가 무엇인지 설명해줬다. 그는 "어떤 분이 젊었을 때 신었던 명품 구두를 굽이 높아서 버리려고 하다가 가져왔어요. 10㎝ 굽을 4~5㎝로 낮춰야 하는데 남들이 못한다고 했답니다"며 "정성껏 해드렸죠. 특수화란 것이 다른 거 없어요. 그 사람의 발에 맞춰 제작해서 편하면 특수화예요"라고 설명했다.
한 대표가 꼽는 특수화 중 백미는 좌우 다리의 길이가 달라 걸음이 불편해서 목발을 짚는 선배를 위해 최적의 신발을 제작한 사례다.
목발 없이 잘 걸을 수 없던 선배를 위해 좌우 굽 높이에 체형을 계산해 특수 제작, 구두를 선물했다고 한다. 그걸 신어 본 선배는 목발을 버릴 정도로 꼭 맞는 구두에 만족감을 표시했다. 한 대표는 "가장 뿌듯한 마음이 들었다"며 "이게 수제화의 묘미이고 특수화를 하는 재미"라며 웃었다.
공방은 작았지만 한 대표는 "작아도 있을 건 다 있고, 못할 게 없는 창작실이에요. 구두와 공방은 '내 인생 전부'예요"라고 강조했다. 그는 GD 등 유명인의 구두도 제작했다.
부산에서 만난 사람이 독일 전시회에 가져간다고 3M 반짝이를 사용한 구두 제작 의뢰가 들어와 제작해줬다. 이후 독일에서 해당 구도가 유명해지면서 YG로부터 빅뱅 무대 신발을 전담하게 됐다. 이후 2NE1하고 송대관씨 신발도 제작했다.
이상봉씨 패션쇼 모델 하이힐도 몇년간 한 대표의 손에서 만들어졌다.
한 대표는 "특이한 걸 만드는 게 좋아서 한 일이에요. 한 켤레를 만드는 데 20일 걸려요"라며 "한 켤레 값으론 많이 받지만, 그 시간에 다른 구두를 만드는 것과 수입이 비교가 안돼 실속은 크지 않다"고 말했다. 돈 버는 데 재주가 없고 특이한 걸 만드는 걸 좋아하는 한 대표가 성수동에서 구두 명장으로 오랫동안 있길 기원해 본다.
kjw@fnnews.com 강재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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