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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스템임플란트 1880억 횡령 직원, 동진쎄미켐 투자한 ‘슈퍼개미’였다

회삿돈 빼돌려 1400억 주식투자
오스템임플란트 주식 ‘거래 정지’

오스템임플란트가 상장사로는 역대 최다 수준인 1880억원 규모의 업무상 횡령 혐의가 발생해 거래 정지됐다. 이번 횡령사건의 피의자는 동진쎄미켐에 5% 이상 지분신고를 한 슈퍼개미로 밝혀졌다. 회사 자금으로 주식 투자를 벌인 셈이다. 경찰은 피의자 소재 파악에 나섰다.

3일 경찰에 따르면 서울 강서경찰서는 오스템임플란트 자금관리 직원 이모씨(45)를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업무상 횡령) 혐의로 수사하고 있다. 이씨는 오스템임플란트 회사 자금 1880억원을 횡령한 혐의를 받는다. 이씨는 지난 2018년 오스템임플란트에 입사해 자금담당 부장급 직원으로 근무한 것으로 확인됐다.

1880억원은 오스템임플란트 자기자본(약 2048억원)의 91.81%에 해당하는 규모다. 이에 오스템임플란트 주식 매매 거래는 이날 오전 8시35분에 정지됐다. 한국거래소 코스닥시장본부는 상장적격성 실질심사 대상 여부를 결정할 때까지 매매 거래를 중단한다고 밝혔다.

오스템임플란트는 시총 2조원 규모로 지난해 주가가 3배가량 오르며 주식시장의 주목을 받았다. 외국인 보유율은 44%다.

회사 측은 "자금관리 직원 1인의 단독 소행으로 엄청난 규모의 회사 자금이 횡령돼 확인 즉시 긴급하게 고소 및 새벽공시를 진행하게 됐다"면서 "횡령금액은 약 1880억원으로 2020년도 말 별도 기준 자기자본 대비 92%에 해당한다"고 말했다.

회사 측은 자금담당 직원 1인이 짧은 기간 잔액증명서를 위조해 자유롭게 공적 자금을 개인 은행계좌 및 주식계좌로 이체해 횡령했다고 밝혔다. 회사 측 확인 결과 조직적인 범행이 아닌 자금담당자로의 특수성을 악용해 단독적으로 범행했으며 현재 잠적 및 도주한 상황이다.

회사 관계자는 "통제시스템 작동에는 문제가 없었으나 잔액증명 시스템을 매뉴얼하게 조정하는 방식으로 범죄를 저지른 것으로 현재까지 파악됐다"면서 "영장이 발부되는 대로 모든 관련 계좌를 동결해 대부분의 횡령금액을 회수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파이낸셜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이씨는 지난해 10월 반도체 소재회사 동진쎄미켐에 지분 7.62%(약 1400억원)를 매수한 인물과 동일인이다. 이씨는 회사 횡령자금으로 주식 투자를 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씨는 '개인투자자' 자격으로 지난해 10월 1일 동진쎄미켐 주식 391만7431주를 사들였다. 이씨의 동진쎄미켐 주식 취득단가는 3만6492원이다. 이씨는 같은 해 11월 18일부터 12월 20일까지 336만7431주를 처분했다. 매도 평균단가는 약 3만4000원으로 취득단가 대비 7%가량 낮은 가격이다. 이씨는 주식을 처분하며 현금 1112억원을 되찾았다. 동진쎄미켐 지분 1.07%를 아직 보유 중인 것으로 보인다.


동진쎄미켐 주가는 이씨가 매도한 다음 날인 지난해 12월 21일 18.22% 오르는 등 랠리를 시작했다. 같은 달 30일에도 14.48% 오르며 신고가를 기록, 5만1000원을 돌파했다.

하지만 이날 피의자와 동진쎄미켐 슈퍼개미가 동일 인물임이 밝혀지면서 동진쎄미켐 주가는 전 거래일 대비 4300원(8.43%) 급락하면서 4만7000원에 마감했다.

kmk@fnnews.com 김민기 이진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