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일 벗은 현대차 부스
강아지 움직임을 보여준 '모베드'
참관객들, 로봇공연 등에 환호성
【파이낸셜뉴스 라스베이거스(미국)=김병덕 기자】 세계 최대 가전·정보기술(IT) 전시회 CES 2022가 5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 컨벤션센터에서 개막한 가운데 현대자동차의 부스도 베일을 벗었다. CES에 참가한 글로벌 완성차업체 중 유일하게 로보틱스를 들고 나온 만큼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을 선보이며 시선을 잡았다.
현대차의 로보틱스 시연은 K팝공연을 연상시켰다. 가장 먼저 모습을 드러낸 것은 현대차그룹이 지난해 인수를 마친 보스턴다이내믹스의 로봇개 '스팟'.
전날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의 로보틱스 비전 발표에도 모습을 드러냈던 스팟 3대가 관람객을 맞이했다. 3개의 스팟이 K팝 그룹 BTS가 부른 '아이오닉:I'm on it'에 맞춰 한 치의 오차도 없는 칼군무를 보여줬고, 현대차 부스를 방문한 CES 참관객들은 유튜브에서만 봤던 로봇들의 공연에 맞춰 고개를 끄덕이기도 했다. 지난해 8월 현대차그룹이 유튜브에 공개한 BTS와 스팟의 컬래버레이션 영상은 현재 조회수만 3000만회에 육박한다.
스팟에 현대차의 로보틱스 신무기 'PnD 모듈'이 적용된 퍼스널 모빌리티와 L7이 차례로 바통을 이어받았다. 모든 물체에 부착해 이동할 수 있게 만드는 PnD모듈은 주행, 제동, 회전 등에 제한이 없이 움직이고 크기와 개수도 얼마든지 늘릴 수 있다.
이날 선보인 퍼스널 모빌리티는 4개의 PnD모듈이 탑재된 퍼스널 모빌리티로 너비 133㎝, 길이 125㎝, 높이 188.5㎝의 아담한 크기다. 이날 시연에서 한 명이 탑승해 자동차와는 전혀 다른, 자유자재로 움직이는 모습을 보여줬다.
특히 김연아 선수의 피겨 스케이팅이 연상되는 우아한 주행과 제자리 회전이 참관객의 입을 벌어지게 만들었다. 극한의 이동 자율성을 제공하기 위해 개발된 L7 콘셉트는 자유로운 주행능력을 과시했다. 마치 놀이공원의 범퍼카와 같은 움직임을 스티어링휠이 아닌 조이스틱만으로 보여주며 PnD모듈의 뛰어난 성능을 자랑했다.
시연에 참석한 현동진 현대차 로보틱스랩 상무는 "L7 최고 속력은 시속 80㎞로 큰 PnD라고 생각하면 된다"며 "자동차와 똑같은 스티어링휠만 있으면 실제 도로를 달릴 수 있다"고 말했다.
L7에 이어 소형 모빌리티 플랫폼 모베드가 실물로 공개됐다.
구동과 조향, 브레이크 시스템을 하나의 구조로 결합한 DnL모듈이 적용된 모베드는 납작한 직육면체의 몸체에 커다란 4개의 바퀴가 장착된 형태다. 4개의 휠이 위아래로도 독립적으로 움직이기 때문에 경사진 곳이나 울퉁불퉁한 도로에서도 수평을 유지한다. 이날 시연에서는 마치 강아지가 뛰어노는 것과 같이 움직이는 모습을 보여주며 탄성을 자아냈다. 4개의 다리를 이용해 춤을 추는 영상으로 유명한 스팟에 못지않은 움직임이었다. 이날 시연에는 없었지만 모베드는 우리 주변에 흔히 볼 수 있는 빗물받이를 지나 연석을 자유롭게 올라가는 능력을 갖춘 것으로 전해졌다.
현 상무는 "로보틱스랩은 단지 콘셉트만 보여주는 게 아니라 실제 양산을 해보려는 것으로 많이 고민하고 있다"면서 "PnD도 모베드도 상용화까지 2년을 보고 있다"고 전했다. 한편 이날 현대차의 부스는 최신 로보틱스 기술을 눈으로 확인하려는 관람객의 대기줄이 끊이지 않았다. 코로나19 변이 바이러스 오미크론으로 관람객이 예상보다 줄어든 상황에서 길게 늘어선 대기줄과 하루 종일 북적거리는 현대차의 부스는 다른 기업들의 부러움을 사기도 했다.
cynical73@fnnews.com 김병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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