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라 보는 재미가 있는' 2022 뮤지컬 라인업… 오리지널 팀 내한도 잇따라
'검증된 대작과 실험적인 중형작.' 2022년 뮤지컬계는 조심스럽게 간을 보며 만찬을 준비중이다. 아직 가시지 않은 코로나19의 타격을 최소화하기 위해 검증된 대작으로 안전을 추구하고, 동시에 중형 규모의 신작을 내놓으면서 실험에 나서는 등 영리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 덕분에 관객들은 올해 그야말로 다양한 작품들을 만날 수 있게 됐다.
■검증된 '대작'들로 가득한 대극장
올해 뮤지컬 제작사들은 대극장 공연에 있어서만큼은 보수적인 전략을 세운 듯하다. 그동안 국내 관객들의 사랑을 많이 받았던 스테디셀러 작품들을 주로 포진시켰다. 13일 현재까지 공개된 공연 예정작 중 유일한 대형 신작은 CJ ENM의 '물랑루즈'뿐이다. 아직은 먼 올해 12월 서울 한강진 블루스퀘어에서 공연될 예정인 이 작품은 CJ ENM의 글로벌 공동 프로듀싱 작품으로 이미 지난해 미국 토니어워즈에서 최우수작품상을 받는 등 세계적으로 검증받았다. 니콜 키드먼과 이완 맥그리거 주연의 동명 영화를 모티프로 한 이 작품은 1890년대 프랑스 파리에 있는 클럽 '물랑루즈'의 가수와 젊은 작곡가의 사랑 이야기를 담은 주크박스 뮤지컬이다.
올 상반기 서울의 대극장에는 영국 아더왕의 이야기로 가득찰 예정이다. 오는 29일 서울 광화문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엑스칼리버'가 개막을 앞두고 있고, 3월에는 초연 당시 화제를 모았던 '킹 아더'가 홍익대 대학로아트센터 무대에 올라 상반기 내내 공연된다. 지난해 창립 20주년을 맞은 오디컴퍼니는 올해 '데스노트'를 새롭게 재정비해 4월 선보인다. 이름을 쓰게 되면 죽게 되는 '데스노트'를 우연히 주워 악인들을 처단하는 천재 고교생 '라이토'와 그에 맞서는 명탐정 '엘'의 두뇌싸움을 다룬 동명 만화를 원작으로 한 이 작품은 지난 2005년 국내서 초연됐는데, 올해는 한국 정서에 맞게 재각색한 '논레플리카' 버전으로 새롭게 제작될 예정이다.
하반기에도 그동안 흥행에 성공했던 대작들이 끊임없이 오른다. 빅토르 위고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 '웃는 남자'가 2년 만에, 로알드 달의 동명 동화를 원작으로 한 '마틸다'가 4년 만에 다시 돌아온다. 최근 스티븐 스필버그가 생애 처음으로 만든 뮤지컬 영화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가 화제에 오르면서 연말에는 1957년 미국에서 초연된 원작 뮤지컬이 오랜만에 충무아트센터 무대에 오른다. 또 세계 5대 뮤지컬로 꼽히는 '지저스 크라이스트 수퍼스타'도 올 하반기 공연을 예정하고 있다.
■실험적인 초연으로 기대되는 중극장
올해 중형 뮤지컬 라인업은 신작 풍년을 예고하고 있다. 먼저 드라마를 원작으로 한 신작들이 눈에 띈다. 1990년대 초반 안방극장을 공포로 몰아넣었던 심은하 주연의 MBC 스릴러 드라마 'M'이 30년만에 뮤지컬로 돌아온다. 다음달 서울 장충동 동국대 이해랑예술극장에서 공연을 앞두고 있는 뮤지컬 'M'은 주인공 마리의 몸에 잠재된 상태로 존재하던 M이 어느 사건을 계기로 마리를 보호하기 위해 각성하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룬다. 드라마 방영 당시 흘러나오던 '나는 널 몰라', '슬프도록 무서운', '뭐를 원하는 거야' 등의 OST가 뮤지컬에도 반영돼 다시 연주된다. 또 9월에는 2019년 방영돼 인기를 끌었던 현빈·손예진 주연의 로맨스 드라마 '사랑의 불시착'이 뮤지컬로 재탄생돼 서울 삼성동 코엑스 아티움 무대에 오른다.
올해 신작 중형 뮤지컬에서는 유명인의 일대기를 모티프로 창작한 작품들도 눈에 띈다. 모던 발레를 확립한 '불멸의 제작자' 디아길레프의 삶을 조명하며 예술과 사랑, 인물 내면의 고독과 갈등을 그린 뮤지컬 '디아길레프'와 멕시코를 대표하는 현대화가 프리다 칼로의 삶을 액자 형식으로 그려낸 작품 '프리다'가 2월과 3월에 연이어 공연된다.
헤르만 헤세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 '나르치스와 골드문트', 1819년 4월 1일 영국 런던에서 미스터리한 경로로 발간된 소설 '뱀파이어 테일'과 이를 둘러싸고 불붙었던 조지 고든 바이런과 존 윌리엄 폴리도리의 저작권 논쟁을 바탕으로 쓰인 작품 '더 테일 에이프릴 풀스'도 주목된다.
■라이온킹·태양의서커스… 다채로운 내한공연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전세계에서 한국 무대를 향한 해외 라이선스 뮤지컬의 러브콜은 계속될 예정이다. 올해 첫 내한공연의 포문은 '라이온킹'이 연다. 전세계 20여개국에서 1억1000만명 이상의 관객이 관람한 흥행작으로 꼽히는 이 작품은 오는 26일부터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한국 관객들을 맞이한다.
다음달에는 '노트르담 드 파리'의 프랑스 오리지널 팀이 지난해에 이어 다시 블루스퀘어에서 앙코르 내한공연을 펼친다.
또 하반기에는 세계적인 퍼포먼스 그룹의 내한이 예정돼 있어 주목된다. 블루맨그룹의 월드투어가 오는 6월 코엑스 아티움에서 진행되고, 태양의서커스 '알레그리아'는 팬데믹 이후 처음으로 한국을 찾아 오는 10월부터 내년 초까지 공연을 펼친다.
jhpark@fnnews.com 박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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