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디 플레이어 원'이라는 영화가 있다. 2045년, 모든 사람이 VR 헤드셋과 햅틱슈트를 입고 가상현실 '오아시스'에 접속한다. 학교에 가고, 돈을 벌고, 쇼핑을 하는 모든 일상이 '오아시스' 속에서 이뤄지고, 여기에서 번 돈과 쇼핑한 물건이 현실 세계에서 먹고 마시고 입는 생활의 기반이 된다. 지난 1월 5일부터 3일간 개최된 국제전자제품박람회(CES) 2022에 전시된 기술을 보면 영화 속 이야기가 머지않아 현실이 될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단순히 생활을 좀 더 편리하게 하는 수준을 넘어서 인간의 활동영역과 모습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킬 수 있는 제품과 기술들이기 때문이다.
이번 CES의 여러 기조연설과 혁신상 수상작, 전시제품을 보고 떠오른 첫 번째 키워드는 '확장'이다. 주요 트렌드 중 하나인 운송기술은 자동차에서 로봇이나 신개념 이동수단으로 확장됐다. 더 나아가 탈것에서 엔터테인먼트와 메타버스를 연결하는 플랫폼으로 변모하고 있다.
거주공간에 불과하던 집이 일과 운동, 취미생활 등 다양한 활동을 위한 공간으로 확장된 스마트홈 분야도 크게 부각됐다. 우주기술이 CES에 처음 등장한 것도 의미가 크다. 그간 가전에서 모바일, 그다음 드론, 모빌리티로 넓혀왔던 IT의 영역이 우주까지 확장된 것을 의미한다. 우주기술이 상용 운송과 관광 등 산업화의 길로 들어섰으며 이에 맞는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 통신 기술 등 적극적인 대응이 필요하다는 신호인 것이다.
또 다른 키워드는 '연결'이다. 주요 기술에는 어김없이 5G와 인공지능, 메타버스가 접목돼 있다. 자율주행을 기본으로 메타버스 플랫폼이 되는 자동차, 아바타 집사가 현실의 가사로봇을 통제하는 스마트홈, 실시간으로 생체신호를 전송해 분석하고 관리하는 디지털 헬스 등 제시되는 기술 모두가 상호연결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앞으로 초고속 데이터 통신량이 급속히 커질 것이 자명해 적극적인 투자 대비가 필요하다.
다행인 것은 우리나라가 확장의 전제조건인 연결에 있어서 세계 최고 수준의 역량을 가지고 있다는 점이다. 기술변화에 한발 앞서 전략을 수립하고 집중 지원했기 때문일 것이다. 우선, 세계 최초 5G 상용화를 기반으로 선제적인 5G+ 전략을 수립해 통신기술과 서비스 개발을 지원해 왔다. 또한 디지털 뉴딜 정책을 통해 데이터·네트워크·인공지능의 생태계 조성을 강화하고, 비대면 산업 인프라를 적극 구축해 왔다. 그럼에도 디지털 대전환에서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앞으로도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인공지능이나 메타버스와 같은 영역에서는 아직은 추격 중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인공지능, 5G·6G, 우주·항공 등 지난해 선정한 국가 필수전략기술에 집중적인 지원이 필요하다. 연구개발(R&D)을 통한 초격차 기술 확보와 함께 기술개발 성과가 여러 분야에 확장될 수 있도록 사업화 지원과 제도 개선도 필요하다. 이런 노력으로 디지털 대항해 시대에 우리나라가 무한한 영역으로 확장되기를 기대한다.
전성배 정보통신기획평가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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