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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초포럼] 한 이민자의 기대

[서초포럼] 한 이민자의 기대


현재 한국은 출생자보다 사망자가 많아져 인구절벽에 대한 효과적 해결책을 찾기 위해 열심히 고민하는 모습이 보인다. 해결책으로 젊고 유능한 해외 전문인력들에 문을 여는 것을 현실적 선택으로 간주하고 있다. 지난 42년의 한국 생활 중 앞선 30년은 외국인으로, 또 나머지 12년은 귀화한 한국 시민으로 산 사람으로서 이러한 변화는 큰 놀라움으로 다가오지는 않는다. 오히려 이러한 변화에 대한 불필요한 지연이 미래를 생각했을 때 더 걱정스럽다. 외국인의 수용은 그 나라의 선진화를 알아볼 수 있는 척도 중 하나가 되었고, 이제 한국 사회도 이러한 부분에서 선진화를 더 미룰 수 없는 상황이 되었다.

개방적인 한국은 세계 시장과의 연결 속에서 발전의 욕구를 최대한 활용하며 대내외적 변화를 빠르게 수용했고, 대외 지향적인 경제정책은 한국이 개발도상국의 꼬리표를 떼고 선진국 반열에 오르는 것을 가능하게 했다. 국민도 외국 문화와 상품 및 서비스에 빠르게 적응하며, 외국 제품을 쓰는 것을 덜 애국적인 행위라고 생각하기보다 외국 제품 사용이 역으로 한국 제품을 해외에 더 잘 마케팅할 기회라고도 생각했다. 게다가 한국은 현대 문화 마케팅 능력에서도 탄탄대로를 달리고 있다. 오늘날 전 세계에 퍼져가는 코리안 웨이브는 다원주의 결과이며, 국가 인지도의 성공 사례이다. 한편 약 700만명의 한국인도 세계 곳곳으로 이민을 통해 뻗어 나갔고, 이제는 해외에서 한인 디아스포라를 발견하는 것이 어려운 일이 아니게 되었다. 주변의 많은 한국인도 해외에 있는 가족들에 관해 이야기하고, 이민하지 않고 한국에 사는 사람들도 해외여행을 통해 세상의 다양성을 돌아본다. 이렇듯 한국인에게 있어 외국 문화의 인지도는 높아졌고, 해외가 마냥 이질적으로만 받아들여지지 않게 되었다. 하지만 그런데도 외국인을 한국 사회에 참여시키는 데는 상당히 보수적인 측면이 보인다.

외국 인력, 혹은 이민자에게 있어 낯선 땅에서 새롭게 인생을 시작하는 것은 두려움과 불안을 초래하기 쉽다. 설령 가혹한 상황을 각오하고 자신과 가족의 미래를 보장받기 위해 험난한 항해를 시작하더라도 법이 정하는 행정적 불확실성은 해마다 반복되고, 사회에 동화되고 싶은 욕구는 거절에 대한 두려움으로 변해 삶의 의욕을 잃게 만들기도 한다. 또 분열된 정체성을 반영하는 외부적 요소들은 그들을 영원한 아웃사이더로 몰며 삶을 더 어렵게 만들기도 한다. 하지만 세계 어느 나라이든 처음 들어오는 외국인은 불법체류자가 아니라 합법적인 절차를 받고 들어온 손님이 대부분이다.

한국계 미국인 작가 이민진은 소설 '파칭코'에서 이민자의 삶은 작고 보이지 않는 삶이라 했다. 그는 "역사가 우리를 망쳐놨지만, 그래도 상관없다"라고 주장한다. 이것이 이민자 문학들의 공통적인 테마 중 하나이다. 고통받는 사람들의 삶을 역사가 기록하지 않아 그들의 희생은 스토리텔링뿐이다.

이런 희생은 그들의 일방적 선택만이 아니라, 이주국가의 필요 때문에 생겨난 것이다.
그들이 어떤 삶을 살고 어떤 이바지를 하고 있는지 정확하게 볼 필요가 있다. 인구이동이 활발한 국제화 시대에서 이주민의 이야기는 남의 이야기가 아니라 나의 이야기가 될 수도 있다. 너와 나, 이분법적 구분이 아닌 우리 모두의 이야기가 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

로이 알록 꾸마르 부산외국어대 명예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