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컬링 국가대표 '팀킴'(강릉시청)의 스킵 김은정 /사진=뉴시스
2022 베이징동계올림픽이 4일 개막된다. 미국의 한 스포츠데이터 업체는 한국의 금메달 수를 2개로 예상했다. 모두 메달 텃밭 쇼트트랙 몫이다. AP통신은 4개까지 내다봤다. 쇼트트랙에서 3개, 스노보드에서 이상호(하이원)가 1개를 추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4년 전 평창올림픽 때처럼 조용한 기적을 꿈꾸는 종목도 있다. 여자컬링의 ‘팀킴(강릉시청)’이다. 당시 여자컬링의 은메달을 예상한 전문가는 아무도 없었다. 그러나 얼음판 위에 ‘영미!’가 울려 퍼지면서 팀킴은 집중 조명을 받기 시작했다.
팀킴은 예선서 당시 세계랭킹 1위 캐나다를 8-6으로 꺾었다. 이러다 일내는 것 아닌가라는 말이 흘러나왔다. 세계랭킹 2위 스위스, 4위 스코틀랜드를 차례로 무너뜨린 팀킴은 온 국민의 눈과 귀를 컬링 스톤에 쏠리게 만들었다.
일본과의 준결승전은 한 편의 드라마였다. 8엔드까지 7-4로 앞섰으나 3점을 한꺼번에 내줘 연장전에 돌입했다. 연장 11엔드서 일본에 8-7 극적인 승리를 거뒀다. 비록 스웨덴에 패해 은메달에 머물렀지만 팀킴의 컬링은 일약 평창올림픽서 가장 사랑받는 종목으로 떠올랐다.
그러나 평창 이후 팀킴의 ‘겨울 동화’는 악몽으로 변했다. 지도자의 배신으로 한순간 해체 위기까지 내몰렸다. 팀킴은 3년 동안이나 얼음판 위에 서질 못했다. 지난해 3월에서야 신생팀 강릉시청에서 다시 스톤을 손에 잡았다.
지난해 세계선수권대회를 앞둔 팀킴(강릉시청) 선수들. 왼쪽부터 김초희, 김경애, 김영미, 김선영, 김은정. /사진=뉴시스
팀 재건 한 달 만에 세계선수권에 출전했으나 7위에 그쳤다. 6개국에 주어지는 올림픽 자동 출전 기회를 날렸다. 팀킴은 8월 평창올림픽을 위해 자신들을 지도했던 피터 갤런트 감독을 다시 만났다. 이후 심리적 안정감을 되찾으며 급속히 옛 기량을 회복했다.
올림픽 출전의 길은 멀고 험했다. 지난해 12월 나머지 티켓을 놓고 겨룬 베이징올림픽 여자컬링 자격대회에서도 조 2위를 차지하면서 플레이오프로 내몰렸다. 일본과의 첫 경기서 5-8로 석패해 벼랑 끝에 섰다. 다행히 최종전서 라트비아에 8-5로 승리, 마지막 남은 티켓 한 장을 간신히 손에 넣었다.
일본과는 평창올림픽 준결승전을 포함 서로 한 차례씩 아픔을 주고 받았다. 팀킴은 오는 14일 숙명의 한일전을 갖는다. 팀킴으로선 설욕전이다. 일본(세계랭킹 5위)은 평창에서 진 빚을 갚으려 벼르고 있다. 이번 올림픽 여자 컬링에는 한국(세계랭킹 3위)을 비롯해 스웨덴(1위), 스위스(2위) 등 10개 팀이 출전한다.
팀킴은 10일 캐나다와의 첫 경기를 시작으로 16일 스위스, 17일 스웨덴과 각각 맞붙는다. 팀킴은 평창올림픽 결승서 스웨덴에 패해 은메달에 그쳤다. 2위 스위스는 지난해 세계선수권대회 챔피언이다.
김은정(31), 김영미(30), 김선영(28), 김경애(27), 김초희(25) 5명의 김씨들. 이들의 목표는 한국 컬링 올림픽 역사상 첫 금메달이다. 마침 컬링 경기가 열리는 장소는 14년 전 박태환이 한국 수영에 올림픽 첫 금메달을 안겨준 곳이다.
주장 김은정은 “우리의 최대 장점인 팀워크를 살려 좋은 결과를 얻고 싶다”고 소감을 밝혔다. 팀킴은 5명 가운데 4명이 같은 고향(경북 의성) 출신이고, 14년째 한 팀에서 호흡을 맞춰오고 있다.
김은정이 외치던 “영미~”는 평창올림픽 최대 유행어였다. 이번엔 영미 대신 “초희~”가 울려 퍼질 전망이다. 주장 김은정과 함께 막내 김초희가 팀의 주축을 이룰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texan509@fnnews.com 성일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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