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국 정부, 외신기자 초청하면서 소량의 현금 준비 공지...기존 결제 시스템으론 물 한병도 살 수 없어
4일 오후 중국 베이징동계올림픽 개막식이 열리는 국립경기장에서 한 판매원이 고객을 응대하고 있다. 앞 안내문에 비자카드가 베이징동계올림픽 특별 글로벌 결제 파트너라고 적혀 있고 아래에 디지털 위안화 로고가 보인다. 사진=정지우 특파원
【베이징=정지우 특파원】“가방도, 음식도 가져갈 수 없습니다. 개막식장에서 음식과 음료를 구입하려면 약간의 현금을 준비하세요”
베이징동계올림픽 개막식을 앞두고 외신기자들을 ‘관람객’으로 초청한 중국 정부는 이런 내용의 공지를 보냈다. 당일 개막식 관람 이전에 준비해야할 사항 중 하나다. 개막식 전·후 4번의 핵산검사와 2번 이상의 코로나19 백신 접종, 14일 이내 베이징 밖 이동 금지, 전문 카메라 휴대 불가 등과 함께 나열돼 있었다.
중국은 사실상 현금 사용이 사라진 국가다.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다. 특파원으로 부임 받고 베이징에 도착한 2019년 12월말 편의점에서 현금을 내자, 판매원이 당혹스런 표정을 짓던 그 때부터 이미 정착된 소비 문화였다.
가방과 음식 반입 금지는 이해할 수 있다. 당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현장에서 개막선언을 하기 때문에 안전을 위한 조치로 충분이 통제할 수 있는 부분이다.
하지만 알리페이와 위챗페이 등 온라인 결제가 보편화된 중국에서 이런 결제 수단을 제외하고 현금이 필요하다는 주문은 쉽게 납득하기 어려웠다.
개막식 당일인 4일 오후 5시30분께 베이징 국립경기장(국가체육장) 안으로 들어서자, 2층 관람석 복도에 마련된 디지털 위안화(e-CNY) 홍보관이 곧바로 눈에 들어왔다.
홍보 요원은 관람객들을 상대로 디지털 위안화 사용 방법 알리기에 열을 올렸다. 한국 현금인출기와 비슷한 외양의 디지털 위안화 환전기는 중국어, 영어, 한국어 등으로 언어를 선택할 수 있다. 또 중국 휴대전화 번호를 입력한 뒤 소액으로 비실명 전자지급을 만들 수 있도록 시스템 됐다.
4일 오후 중국 베이징동계올림픽 개막식이 열리는 국립경기장 내 디지털 위안화 홍보관에서 관람객이 구경하고 있다. 사진=정지우 특파원
그 동안 중국 정부는 알리페이와 위챗페이의 시장 장악력을 견제해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중국 정부가 디지털 위안화를 본격 도입하더라도 실제 고객이 이들 금융 결제 서비스 이용을 지속하면, 시장에서 자리를 잡기 힘들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더욱이 중국은 디지털 위안화를 달러를 넘어서는 위안화 국제화를 위한 수단으로 추진하고 있다. 내국에서 외면 받는데, 국제적인 인정을 획득하긴 쉽지 않다.
중국 정부가 2020년 하반기부터 알리페이와 위챗페이를 운영하는 알리바바, 텐센트에 대한 전방위 압박을 가한 것도 이러한 우려가 작용했다는 분석이 있다. 이로써 중국 정부가 외신 기자를 초청하면서 “현금을 준비하라”고 공지한 이유의 궁금증이 해소됐다.
다만 외신기자들은 현장에서 큰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주로 중국 관람객들이 환전기 주변에서 기념사진을 찍거나 이것저것 궁금한 것들을 홍보 요원에게 물어보는 정도에 그쳤다. 베이징동계올림픽은 디지털 위안화의 국제무대 대뷔전으로 평가된다.
개막식 2층 식음료 판매점에선 역시 알리페이나 위챗페이 등 기존 결제 시스템 사용은 불가능했다. 외신기자들은 디지털 위안화 전자지갑이 없기 때문에 대부분 현금을 내고 커피 등 간단한 음료를 주문했다.
한 판매원에게 왜 기존 결제 시스템을 사용할 수 없는지에 대해 묻자, “정부에서 결정한 것”이라며 “비자카드로도 구매 가능하다”고 짧게 답했다.
jjw@fnnews.com 정지우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