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노총 금속노련 삼성그룹노동조합연대 오상훈 의장이 8일 오전 서울 여의도 한국노동조합총연맹에서 2022년 임금인상 및 제도개선 6대 공동요구안을 발표하고 있다.
[파이낸셜뉴스] 삼성 노조의 무리한 요구가 사회적으로 상대적 박탈감과 피로감을 키워 갈수록 여론이 악화되자 각 계열사 노조들이 연대를 통한 집단 행동에 나섰다. 삼성 노조연대는 올해 10% 이상의 임금 인상과 파격적인 추가 성과급 등을 주장하면서 사상 첫 파업도 불사하겠다는 의지다. 그러나 노조 내부에서조차 '억지 명분의 선 넘은 처사'라는 의견도 만만찮다.
삼성 계열사 12개 노조로 구성된 한국노총 금속노련 삼성그룹노동조합연대는 8일 '삼성연대 2022년 임금인상 및 제도개선 공동요구안'을 발표했다. 이들은 △2022년도 임금 10% 인상 △포괄임금제 폐지 및 정의로운 임금 전환 △초과이익성과급(OPI) 세전이익 20% 지급의 공정분배 △목표달성장려금(TAI) 및 OPI 평균임금 산입으로 평균임금 정상화 △ 임금피크제 폐지 및 고령차 차별해소 △ 기타 복지제도 개선 등 6가지를 요구했다.
최근 삼성전자는 2021년도 임금교섭 합의에 실패하면서 창사 53년 만에 첫 파업 가능성이 불거지고 있다. 이 회사 노조는 협상 결렬을 선언하고 지난 4일 고용노동부 중앙노동위원회에 쟁의행위 조정신청을 접수했다. 조정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쟁의권을 확보하게 된다. 조정신청 이후 10일간의 조정기간을 감안하면 이론적으로는 당장 이달 중에도 파업이 가능하다.
다만 실제 파업까지는 조합원 과반수 이상의 동의가 있어야 한다. 삼성 내부에서는 파업을 강행하자는 강성파와 아직 파업은 무리수라는 온건파가 대립하는 분위기다. 찬반투표를 해도 부결될 가능성이 큰 만큼 노조도 파업은 부담이 큰 카드다.
특히 '고연봉을 받는 삼성맨이 배부른 소리를 한다'는 국민적 박탈감과 '노조의 부당 요구가 주식 가치를 희석시킨다'고 보는 주주들이 늘어나면서 여론전은 노조 측에 점점 불리해지고 있다.
만약 파업을 한다해도 노조가 얻는 실효성은 크지 않을 전망이다. 삼성전자 노조 조합원 수는 약 5000명으로 알려졌다. 이는 전체 직원수(약 11만3965명)의 4%가 조금 넘는 수준으로, 파업이 공장을 멈춰세워 회사를 압박할 수 있는 '전가의 보도'가 되지 못한다는 것이다.
조만간 노조는 요구안에 대한 구체적인 설명자료를 만들어 아직 조합에 가입하지 않은 직원들을 상대로 쟁의의 정당성을 호소할 예정이다. 조합원 수를 늘려 영향력을 확대하기 위한 차원으로 해석된다.
노조는 협상 결렬 이후 노조위원장이 사퇴했고, 현재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삼성전자 측은 "노조의 정비가 끝나는 대로 대화 요구에 응할 것"이라며 "원만하게 합의가 되기를 희망한다"는 입장이다.
한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지난 2020년 삼성준법감시위원회의 권고를 받아들여 무노조 경영을 철폐하겠다고 선언했다. 지난해 8월에는 처음으로 노사 단체협약을 체결하는 성과를 내기도 했다.
km@fnnews.com 김경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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