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

강남 큰손들 '싹쓸이'… 전단채 매력 뭐길래

고금리 전단채, 주식 대안 떠올라
운용기간 평균 3개월로 짧은 편
예·적금 금리보다 높아 '인기'

"고금리 전자단기사채(전단채) 좀 구해주세요."

최근 LG에너지솔루션 공모주 청약이 끝난 뒤 고액 자산가들이 여윳돈을 굴릴 마땅한 대안을 찾지 못해 전단채 시장에 몰려들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기준금리 인상에 대비해 리스크를 낮추면서 국내 증시가 바닥을 쳤을 때 투자 가능한 '실탄'을 만들기 위해 만기가 짧으면서 금리가 높은 전단채에 대한 수요가 커지고 있다. 전단채는 운용기간이 통상 3개월 이내로 짧으면서도 은행 예·적금보다 금리가 높은 것이 인기 요인으로 꼽힌다.

9일 자산관리(WM) 업계에 따르면 최근 강남 WM센터들을 중심으로 전단채를 찾는 고객들이 급증했다. 한 강남 지역 WM센터 관계자는 "A1이나 A2 등 신용등급이 좋으면서 금리가 높은 전단채들이 인기"라며 "지난달 2.7%짜리 고금리 전단채 특판 상품을 둘러싸고 WM센터들간 물량확보 경쟁이 붙었을 정도"라고 전했다.

전단채란 기업이 만기 1년 미만의 단기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종이가 아닌 전자 방식으로 발행하는 채권을 말한다. 최소 판매 규모가 1억원이기 때문에 주로 고액 자산가와 법인 중심으로 수요가 많다.

최근 인플레이션 우려와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의 조기긴축 움직임으로 국내를 비롯해 글로벌 주식시장이 조정기를 겪으면서 갈 곳을 잃은 유동성 자금이 커졌다. 특히 지난달 뜨거운 열기를 모았던 LG에너지솔루션 공모주 청약이 끝난 뒤 환불된 공모주 증거금이 갈 곳을 찾지 못하면서 단기 시장으로 흘러 들어오는 모습이다.

한 WM센터 관계자는 "자산가들이 올해 4~5월을 증시 바닥으로 보고 그 전까지 돈을 굴릴 투자처로 단기채 시장을 찾고 있다"며 "1주일짜리, 10일짜리 등 만기가 짧으면서 금리가 높은 상품은 품귀현상을 빚고 있다"고 전했다.

실제 최근 2.7~2.8%까지 금리가 나왔던 '대우건설 헤라클래스 제19차'와 'KCC건설 DBJW 대흥' 전단채 상품은 설 연휴 전 모두 판매가 끝났다.

특판 상품을 제외하고 일반적으로 A1 등급의 3개월 만기 전단채 금리는 2.2~2.3%, A2등급의 경우 2.4~2.5%대다. 기준금리가 연 1.25%, 종합자산관리계좌(CMA) 수익률이 1% 초중반인 점을 비교하면 경쟁력이 높다. 예금이자에 만족하지 못하고 주식시장에 돈을 넣기에는 불안한 투자자들의 '임시 피난처' 역할을 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같은 인기에 올들어 주요 증권사들의 전단채 판매액은 크게 늘었다.

신한금융투자는 올해 1월에만 1조1000억원어치 전단채를 판매했다. 전년동월 대비 2.5배 수준이다. 하나금융투자는 같은 기간 전단채 판매금액이 4000억원으로 전년동월보다 20% 이상 늘었다.

반면 공급 물량이 적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강양수 하나금융투자 채권상품팀장은 "신규 발행 자체가 별로 없어 물량이 많지 않은 상황"이라며"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이나 기존에 발행한 상품을 롤오버한 것이 대부분"이라고 설명했다.

전단채는 투자금액이 1억원 이상이므로 현금이 많은 고액 자산가나 법인이 주 고객이다. 기업에서 발행하는 채권인 만큼 완벽하게 원금보장이 되지 않는다는 점도 유의해야 한다.

sjmary@fnnews.com 서혜진 기자

전자단기사채는 종이와 같은 실물이 아닌 전자 방식으로 발행되는 1년 미만의 단기 채권이다. 전자적인 방식으로 발행이 이루어지기 때문에 종이로 발행되는 기업어음과 달리 거래 지역의 한계가 없고 실물의 위 · 변조, 분실과 같은 위험을 제거할 수 있으며 발행 사무를 간소화해 비용을 줄일 수 있다. 또한 액면금액이 1억 원 이상이어서 최소 액면금액이 10억 원인 기업어음보다 거래가 수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