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실 레이크팰리스 전용 84㎡
석달새 1억8천만원 내려 23억
강남·강동구 주요아파트도 비슷
금리인상 우려·정책 불확실성에
"대선 끝나봐야…" 관망세 뚜렷
전국 집값 상승을 주도했던 강남·서초·송파·강동 등 이른바 '서울 강남4구(동남권)' 집값이 1년8개월 만에 하락 전환되는 등 부동산 시장이 급속도로 냉각되고 있다. 그동안 집값 급등에 대한 피로감과 추가 금리인상 우려 등으로 거래량이 급감하면서 매수자들의 관망세가 지속되자 콧대 높던 강남에서도 하락 매물이 속출하고 있다. 강남권까지 하락 전환하자 시장 전문가들도 '대세 하락장 진입'과 '일시적 조정'이라는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대출규제와 금리인상 등 금융정책의 불확실성이 해소되는 대선까지 이 같은 혼란이 계속될 전망이다.
■거래절벽에 하락매물 속속
10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서울 송파구 잠실동 레이크팰리스 전용 84.82㎡는 지난해 11월 24억8000만원에 거래됐지만, 이달 들어 1억8000만원 내린 23억원에 거래됐다. 인근 신천동 파크리오 전용 84.9㎡는 지난해 10월 23억9000만원에서 지난달 21억6400만원으로 2억원 이상 낮춘 가격에 거래가 이뤄졌다. 현재 호가는 21억5000만원이다.
지난주 보합을 유지했던 송파구의 아파트 값은 이번주 0.02% 하락하며 강남3구에서 처음으로 하락 전환됐다. 송파구 아파트 값이 하락한 것은 2020년 6월 1일(-0.03%) 이후 1년8개월 만이다.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 76.79㎡는 지난해 11월 26억3500만원에서 지난달 24억9000만원으로 하락 거래가 나왔다. 현재 호가는 2억원 정도 더 떨어진 22억8000만원이다.
강동구 천호동 래미안강동팰리스 59.98㎡는 지난해 12월 14억9500만원에 거래됐지만, 지난달 14억2000만원으로 실거래됐다. 서초구 잠원동 반포센트럴자이 84.95㎡는 지난해 9월 34억원에 거래됐는데, 현재까지 가격 변화는 거의 없는 상태다. 강남구와 서초구는 지난주에 이어 아파트 값이 2주 연속 보합을 기록했고, 강동구는 지난주에 이어 0.02% 내렸다.
■"대세하락 진입" vs. "일시 조정"
부동산 시장의 거래절벽은 심각한 수준이다. 강남권 중개업소 관계자들은 "사실상 거래가 없다"고 입을 모았다.
송파구 A공인중개사는 "거래가 거의 없다고 보면 된다"며 "가끔 호가 낮은 물건도 나오긴 하는데, 미끼매물인 것 같기도 하다"고 말했다. 인근 B공인중개사도 "살 사람이 없으니 매도 물건도 없다"며 "시세 상황은 약보합세가 맞는 것 같다"고 주장했다.
강동구 C공인중개사는 "대출도 안되고 정책 불확실성이 크다 보니 거래가 없다"며 "단지별로 1000만~2000만원 정도 내린 것 같은데, 대선 이후 상황을 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대출규제 등의 영향을 크게 받지 않는 강남권 집값마저 하락 전환되자 '대세하락장 진입' 여론이 높아지고 있다.
반면 정상적 가격조정이 아닌 정부 규제와 정책 불확실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일시적 조정'이라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하락장에서는 중심권보다 중심 주변부터 먼저 반응하는데 강북이 강남보다 먼저 내렸고, 강남 인근인 송파와 강동이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이 같은 맥락"이라며 "특히 중심권 주변 지역에는 강남·서초와 달리 중저가 매물이 있는데, 그동안 30대 영끌·빚투로 단기간 급등한 후유증도 하락세 전환에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반면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최근 대출규제 등 인위적으로 매매를 억제해 가격 변동폭이 없거나 줄어든 것처럼 보이고 있다"며 "하지만 토지거래허가제가 풀린 지역들은 가격이 급등한 사례가 있는 만큼 억제요인이 해소되면 순간 눌렸던 것만큼 상승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ssuccu@fnnews.com 김서연 성초롱 김희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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