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오전 전남 여수 국가산업단지 내 화학물질 제조업체에서 폭발 사고가 나 노동자 4명이 숨지고 4명이 다쳤다. 뉴시스
여천NCC 3공장 폭발 사고로 8명의 사상자가 발생하면서 석유화학 업계에서 처음으로 기업 최고경영자(CEO)에게 중대재해처벌법이 적용될지 주목된다.
11일 전남도소방본부 등에 따르면 이날 오전 9시 26분께 전남 여수시 화치동 여수국가산단 내 여천NCC 3공장에서 폭발 사고가 나면서 4명이 숨지고 4명이 중경상을 입었다.
소방당국 등에 따르면 사고는 협력업체 직원들이 공장 가동을 일부 멈추고 열교환기를 시험 가동하던 중 발생했다. 화학공장 내 냉각시설인 열교환기 내부 청소를 마치고 지난 10일 1차 시험가동 후 이날도 2차로 내부 압력을 높여 에어 누출 여부 등을 확인하던 중 폭발 사고가 났다.
열교환기의 평소 운전 압력은 대기압의 10배 수준이나, 사고 당시에는 시험을 위해 압력을 대기압 기준 17배까지 높였다. 다만 17배 압력을 높이는 것은 시험가동 시 일반적 압력 수준이라는 것이 여천NCC 측 설명이다.
열교환기는 화학공장 내 폐열을 증기로 바꾸는 시설로, 여천NCC 내 1·2·3 공장에 1000여개가 설치돼 있다. 폭발 이후 화재로 이어지지 않은 것을 감안하면 사고는 압력 폭발 형태로 난 것으로 추정된다.
이번 사고로 인한 사망자 4명 가운데 3명은 협력업체 직원, 나머지 1명은 원청인 여천NCC 직원으로 파악돼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대상이 될 수 있다.
여천NCC는 한화와 대림이 나프타 분해시설(NCC)을 절반씩 지분 투자해 설립한 회사로, 연간 수백톤의 에틸렌, 프로필렌 등 석유화학 기초유분을 생산한다. 이 곳에서는 2001년 10월 15일에도 폭발 사고가 발생해 1명이 사망하고 1명이 부상하기도 했다.
여천NCC는 국내 500대 기업에 포함된 대형 사업체인 만큼 중대재해처벌법 적용을 받는다. 다만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대상이 되더라도 처벌까지 이어지려면 사고를 막기 위한 책임과 의무를 지키지 않았다는 것을 입증해야 한다.
사업주·경영책임자는 △재해 예방에 필요한 안전보건 관리체계 구축·이행 △재해 발생 시 재해방지 대책의 수립·이행 △중앙행정기관·지방자치단체가 관계 법령에 따라 개선 시정 등을 명한 사항의 이행 △안전·보건 관계 법령상 의무 이행에 필요한 관리상 조치 등 크게 4가지 의무를 준수해야 한다.
사고 직후 조사에 나선 경찰과 노동부는 경영책임자가 이 같은 안전보건 의무 사항을 지켰는지 여부를 확인해 중대재해처벌법 처벌 여부를 정할 예정이다.
이번 사고에 중대재해처벌법이 적용되면 석유화학 업계에서는 첫 번째 사례가 되는 것이어서 관련 업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사고 현장인 여수 국가산단에는 여천NCC, 한화솔루션, 한화에너지, LG화학, GS칼텍스, 금호석유화학, 롯데케미칼, 코오롱인더스트리, 한국바스프, 효성엔지니어링 등 다수 기업들이 입주해 있다.
이 곳에서는 최근 5년간 화재, 폭발, 가스 누출 등 모두 61건이 발생했다. 한 달에 한 번꼴로 사고가 난 것이다. 산단 사고의 대부분은 노후화와 안전불감증, 위험의 외주화가 주요 원인으로 꼽혀왔다.
solidkjy@fnnews.com 구자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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