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창올림픽 금메달리스트 이승훈이 베이징 국립스피드스케이팅 오벌 경기장에서 훈련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우리에겐 아직 매스스타트가 남았다. 한국은 17일 현재 금메달 2개, 은메달 4개, 동메달 1개로 종합 14위에 올라 있다. 한국의 주종목 쇼트트랙은 모두 끝났다. 그러나 아직 메달 사냥은 끝나지 않았다.
한국의 남녀 매스스타트 선수들이 19일 금빛 레이스에 도전한다. 마지막 올림픽에 나선 이승훈(33·IHQ)과 그의 그림자에서 주역으로 우뚝 선 정재원(20·의정부시)이 이날 2022 베이징동계올림픽 매스스타트 무대에 선다. 여자 경기에는 오로지 이 종목에만 집중해온 김보름(29·강원도청)이 출전한다.
매스스타트는 4년 전 평창올림픽서 처음 채택됐다. 스피드스케이팅과 쇼트트랙을 합해놓은 경기 방식이다. 그만큼 쇼트트랙에서 기량을 다진 우리 선수들에게 유리하다.
대관식을 준비 중인 정재원 /사진=뉴시스
이승훈과 김보름은 쇼트트랙에서 이 종목으로 변신했다. 인코스를 잘 이용해야 하고 경우에 따라 몸싸움도 벌여야 한다. 쇼트트랙과 마찬가지로 전략적 마인드로 무장할 필요가 있다. 평창올림픽에선 정재원이 페이스메이커로 나서 상대 선수들의 체력 소모를 유도한 다음 뒷심을 발휘한 이승훈이 금메달을 차지했다.
이번엔 이 둘의 역할이 뒤바뀔 예정이다. 그만큼 정재원의 기량이 4년 전과 달리 출중해졌다. 스피드와 체력이 몰라보게 달라졌다. 평창올림픽 직후인 2019-2020시즌 세계랭킹 3위까지 치고 올라갔다.
한창 물이 올랐으나 코로나19 사태로 훈련과 대회 일정 모두 차질을 빚으며 주춤했다. 그러나 지난달 벌어진 국내 대회서 맏형 이승훈을 누르고 당당히 1위에 올라 현재의 에이스가 누구인지를 확실히 보여주었다.
김보름이 베이징 국립스피드스케이팅 오벌 경기장에서 훈련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정재원은 팀 추월에서 메달 사냥에 실패한 후 “매스스타트에 집중하겠다. 변수도 많고, 생각할 것도 많은 종목이다. 꼭 결승 무대에서 좋은 결과를 얻고 싶다”는 각오를 밝힌 바 있다.
이승훈-정재원-김민석(23·성남시청)으로 짜인 남자 팀 추월은 지난 13일 8강전서 6위를 차지해 4강전에 나서지 못했다. 2014 소치올림픽과 2018 평창올림픽서는 각각 은메달을 따냈다.
이승훈은 코너에 강하다. 다른 선수들이 직선 주로에서 코너로 접어들면 급속히 스피드가 줄어드는 반면 이승훈은 이때를 노려 상대와 거리를 벌린다. 이런 장기 덕에 쇼트트랙에서 스피드스케이팅으로 옮기자마자 2010 밴쿠버올림픽서 1만m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이후 평창올림픽까지 금메달 2개와 은메달 3개를 따냈다. 쇼트트랙과 장거리에 단련된 이승훈은 400m를 16바퀴 돌아야 하는 6400m 레이스에서 장기를 발휘한다. 장거리의 지구력과 쇼트트랙의 치열한 순위 다툼을 모두 이겨내 왔기 때문이다.
이승훈은 “(정)재원이와 함께 결승에 올라간다면 전략을 잘 짜 메달 사냥에 성공하고 싶다”고 밝혔다. 이번엔 자신과 정재원의 역할을 바꿔 금빛 레이스의 밑거름이 되려 한다.
김보름은 평창올림픽 매스스타트서 놀라운 막판 스퍼트로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이번 올림픽선 다른 종목에 출전하지 않고 오로지 매스스타트에만 집중해 왔다. 그런 만큼 메달 색깔이 업그레이드되길 원한다.
texan509@fnnews.com 성일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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