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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올림픽 르포] 작고 조용한 폐막식...서방기자 외면

- 오성홍기 운반식이나 한복 등장은 없어...붉은색 마스크 시진핑 주석 등장에 일순간 조용해져
- 개막식 당시 영국, 프랑스, 독일 등 서방 외신기자는 폐막식 불참...일본 기자들이 다수 관람


[베이징올림픽 르포] 작고 조용한 폐막식...서방기자 외면
2022 베이징동계올림픽 폐막식이 열린 20일 오후 중국 베이징 국가체육장. 남녀 사회자들이 무대 중앙에서 관객의 호응을 유도하고 있다. 사진=정지우 특파원

【베이징=정지우 특파원】2022 베이징동계올림픽 폐막식은 공연 자체로만 놓고 보면 화려함과는 거리가 멀었다. 폐막식장인 국가체육장과 성화 봉송대 등 주변의 올림픽 홍보 네온사인은 베이징 밤하늘을 밝히며 마지막의 아쉬움을 달래는 듯 했지만, 정작 전체적인 행사내용은 작았고 조용했다. 개막식과는 다소 차이가 있었다.

폐막식 30분 전인 20일 오후 7시30분(현지시간) 하얀 옷차림의 남녀 사회자 2명이 무대 중앙으로 나와 중국어와 영어를 번갈아가며 본행사 분위기를 띄웠다. 그러나 폐막식장 무대 전체를 휘황찬란하게 장식하는 퍼포먼스는 없었다. 대신 이번에는 관객들의 파도 박수가 등장했다. 자원봉사 요원들이 관객석 곳곳에서 호응을 유도하기 위해 분주했다. 다만 한국의 대형 행사 때처럼 일사 분란한 움직임이라고 표현하기엔 부족해 보였다.

[베이징올림픽 르포] 작고 조용한 폐막식...서방기자 외면
2022 베이징동계올림픽 폐막식이 열린 20일 오후 중국 베이징 국가체육장. 붉은색 마스크를 착용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손을 흔들고 있다. 사진=정지우 특파원

개막식 때 등장했던 오성홍기 운반식도 준비되지 않았다. 따라서 한복을 입은 공연자도 무대나 대형 화면에서 찾아볼 수 없었다. 지난 4일 개막식에선 소수 민족의 복식을 표현한다며 댕기머리에 한복을 입은 여성이 무대에 등장, 처음부터 논란을 촉발시켰다.

폐막식은 공연보다는 시상식과 올림픽 성공, 다음 동계올림픽 개최지 홍보에 주로 초점이 맞춰졌다. 크로스컨트리 여자 30km, 남자 50km 매스스타트 시상대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앞에 마련됐다. 토마스 바흐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장도 시 주석을 마주본 무대 앞 중앙 단상에 올라 중국말로 “중국 친구들 고맙습니다. 자원봉사자들 고맙습니다. 중국 축하합니다”는 말을 전했다.

시 주석이 등장하기 전엔 일순간 장내가 조용해졌다. 그리고 곧이어 붉은색 마스크에 검은 색 코트 복장의 시 주석이 부인 펑리위안 여사와 함께 손을 흔드는 장면이 대형 화면에 잡혔다. 관객들은 환호성보다는 박수를 치며 그를 맞이했다. 중국을 상징하는 붉은색 마스크는 베이징올림픽용이다. 관람객에게도 무료로 나눠줬다. 잠시만 착용하고 있어도 입부분에 습기가 가득 찼다.

[베이징올림픽 르포] 작고 조용한 폐막식...서방기자 외면
2022 베이징동계올림픽 폐막식이 열린 20일 오후 중국 베이징 국가체육장. 행사장 상공에 불꽃놀이가 펼쳐지고 있다. 사진=정지우 특파원

폐막식 총연출은 개막식처럼 장이머우 감독이 맡았다. 그는 “마지막에 올림픽 성화를 끌 때 2008년 베이징하계올림픽의 한순간이 물리적으로 재현돼 초월적 느낌을 줄 것”이라고 예고했다. 불꽃놀이는 3분여 동안 국가체육장 상공을 화려하기 장식하기는 부족해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어디서 2008년을 느껴야 하는지는 알기 쉽지 않았다.

‘작은’ 폐막식은 행사장으로 향하기 이전부터 예상이 됐다. 베이징미디어센터에서 외신 기자를 태우는 버스는 개막식과 비교해 그 수가 절반 가량 줄었다. 개막식 당시 만났던 영국, 프랑스, 독일 등 서방국가 기자들도 찾아볼 수 없었다. 대신 버스 한 대 대부분을 일본기자들이 채웠다. 중국 외교부 관계자는 “개·폐막식 모두 관람하는 특파원은 거의 없다”고 말했다. 버스 내부 안내 통역 서비스는 일본어가 영어를 대신했다. 다른 버스엔 러시아 기자들이 몰려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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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오전 2022 베이징동계올림픽 폐막식장행 버스가 베이징 미디어센터에 주차돼 있다. 사진=정지우 특파원

개막식장인 국가체육장 진입 절차를 위해 차오양공원에 마련된 검색대나 임시 대기 주차장도 여유가 있었다. 화장실을 이용하려고 수십 명이 순서를 기다리던 ‘북새통’은 발생하지 않았다. 다만 개막식장으로 이동하기 전까지 3시간여 동안 버스 내에서 대기하는 것은 여전히 고역이었다.

개막식 이후엔 사람들이 한꺼번에 몰리면서 ‘사회적 거리가 실종됐다’는 비판을 의식해서인지 집단별로 통제가 이뤄졌다.
한 무리의 관람객이 빠져나오면 이동 통로를 차단했다가 다시 열어주는 식이다. 이 때문에 다시 버스로 향하는 4~5km 귀가 길은 더욱 멀고 베이징 새벽 공기는 차갑게 다가왔다.

[베이징올림픽 르포] 작고 조용한 폐막식...서방기자 외면
2022 베이징동계올림픽 폐막식이 열린 20일 오후 중국 베이징 국가체육장. 남녀 사회자들이 무대 중앙에서 관객의 호응을 유도하고 있다. 사진=정지우 특파원

jjw@fnnews.com 정지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