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대구고 김지환
대구고에 선배 구자욱(29)을 닮은 외야수가 있다. 대구고 김지환(18)은 큰 키(186㎝)에 호리호리한 몸매, 빠른 발, 강한 어깨를 가진 중거리 타자다. 외견부터 야구 실력까지 구자욱을 쏙 빼닮았다.
다른 점이라면 구자욱이 우투좌타인 반면 김지환은 스위치히터다. 왼쪽과 오른 쪽 타석 모두 가능하다. 원래는 오른쪽 타자였다. 경상중을 졸업해 대구고에 진학하면서 ‘스위치’했다.
당초엔 석 달만 해보자고 했다. 손경호 감독의 권유로 왼쪽 타석에 처음 들어섰다. 스윙이 예사롭지 않았다. 애초 왼쪽으로 시작했어야 했나 싶을 정도였다. 원래 스위치히터는 훨씬 어릴 때부터 시작해야 한다.
지난 해 골든글러브를 수상한 구자욱(삼성). /사진=뉴스1
섣불리 시도하다간 양쪽의 기능 모두 망가뜨릴 수 있다. 게도 구럭도 다 놓치는 셈이다. 김지환은 곧잘 양쪽 타석에 적응했다. 그런데 정작 실전에 들어가자 왼쪽 타석을 부담스러워 했다.
실제 경기와 연습은 심적 부담부터 달랐다. 손경호 감독은 밀어붙였다. 안타를 치지 못해도 좋으니 오른 손 투수가 나오면 무조건 왼쪽 타석에서 상대해라. 김지환은 첫 타석서 좌중간을 가르는 2루타를 뽑아냈다.
김지환은 2학년이던 지난 해 5할 대 타율(0.535)을 기록했다. 몇 타석만 더 많았더라면 이영민 타격상을 수상할 수 있었다. 야구 재능은 신인 드래프트서 투수를 제외한 야수 가운데 전체 5번째 순서로 삼성에 낙점 받은 선배 구자욱의 판박이다.
대구고 이로운
구자욱은 2012 드래프트서 하주석(신일고-한화), 조윤준(중앙대-LG), 박민우(휘문고-NC), 신본기(동아대-롯데) 다음 순번으로 삼성에 픽업됐다. 연세대 투수였던 나성범(KIA)보다 2순번 빨랐다. 나성범은 NC 입단 이후 외야수로 포지션을 바꾸었다.
21일 KBO의 발표에 따르면 구자욱은 추신수(SSG)에 이어 2022시즌 전체 연봉 순위 2위에 올랐다. 구자욱은 지난 3일 삼성 구단과 계약기간 5년, 총액 120억 원에 다년 계약을 맺었다.
상무를 다녀온 후 2015년부터 삼성의 주전 외야수 겸 1루수로 활약한 구자욱은 통산 타율 0.315, 홈런 118개, 562 타점을 기록했다. 지난 해 22개 홈런과 27개 도루로 처음 20-20 클럽에 이름을 올렸다.
타자는 빠른 발, 펀치력, 어깨, 정확도, 수비 등 이른바 5툴 선수를 으뜸으로 친다. 스위치히터 김지환은 이 다섯 가지 장점을 두루 갖추었다. 손경호 감독은 “성실함 점까지 선배(구자욱)을 닮았다. 국내 스위치히터 가운데 가장 뛰어난 타자로 성장할 것으로 본다”고 자랑했다.
대구고는 올 해 이로운, 김정훈, 장준혁 등 투수 3인방과 포수로 ‘앉아 쏴’가 가능한 강견 최원대(이상 18)를 중심으로 전국대회 2관왕에 올랐던 2018년의 영광을 재현하려고 든다.
에이스 이로운은 최고 구속 150㎞ 대의 빠른 공을 구사 심준석(덕수고), 김서현(서울고)등과 함께 고교 투수 3인방으로 불리고 있다. 언더핸드 김정훈과 짧은 투수 경력에도 빠른 성장을 보이고 있는 장준혁이 대구고 마운드의 뎁스를 두텁게 하고 있다. 대구고는 내달 ‘제9회 전국명문고야구열전(3월 11-15일, 부산 기장군)’에 출전한다.
texan509@fnnews.com 성일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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