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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건배달이 배달비 올린다? 주범 몰린 배민·쿠팡은 억울해

정부 공시제 꺼냈지만 실효성 의문
배달앱 대부분 단순중개만 할뿐
가격은 대행업체가 정하는 구조
라이더들은 '많이 받는 곳' 선호
업계 "현실 반영해 체계 개편해야"

단건배달이 배달비 올린다? 주범 몰린 배민·쿠팡은 억울해
코로나19와 맞물려 외식업 전체 매출에서 배달앱 매출이 차지하는 비중이 늘고 있다. 지난 2년 동안 약 4배 이상 급증한 것으로 추산된 것. 즉 음식점을 운영하는 외식업주가 오프라인 매장 대신 '배달의민족'과 '쿠팡이츠' 등 배달앱을 통해 비대면으로 음식을 판매하는 사례가 날로 늘고 있다.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배달비 체계 마련에 대한 논의가 시급한 이유다.

■배달앱별 수수료 공개 예정

2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소비자 단체를 통해 치킨 등 일부배달음식에 대한 배달앱별 배달 수수료를 비교해 공개할 예정이다. 이를 통해 가격 경쟁을 유도한다는 목표다.

하지만 이미 소비자들은 주문금액 등에 따라 정해지는 배달비 정보를 개별 앱에서 확인하고 있다. 즉 소비자들은 배달음식을 주문하기 전 배달의민족과 쿠팡이츠 등에서 배달비까지 비교한 후, 최종 결제를 하고 있기 때문에 배달비 공개 정책 실효성이 낮다는 지적이다.

또 업계에서는 배달앱 사업모델별로 다르게 운영되는 배달비 체계에 대해 파악한 후에 개선 논의가 이뤄져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배달앱은 사업모델에 따라 '단순 중개형'과 '통합형'으로 나뉜다. 배달의민족은 단순 중개형이 85~90%를 차지하고, 나머지 10~15% 가량이 '배민1'으로 대표되는 통합형이다. 쿠팡이츠는 100% 통합형으로 운영되고 있다.

복수의 업계 관계자는 "배민1과 쿠팡이츠처럼 통합형은 단건배달 하나당 5000~6000원 이내 배달비를 음식점주와 고객이 나눠낸다"면서 "최근 불거진 배달비 1만원 등은 사실상 불가능한 구조이다"라고 강조했다 .

■배달비 1만원은 불가능한 구조

단순 중개형은 음식점이 배달대행업체와 별도로 계약해야 하는 구조다. 즉 배달의민족이 실시하는 단순 중개형은 그야말로 배달앱 플랫폼이 음식점주와 고객을 연결할 뿐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배달대행업체 일부에서는 배달비 인상의 주범이 배민1과 쿠팡이츠가 운영하는 단건배달이라고 주장하지만 사실과 다르다"고 반박했다.

예를 들어 2만원을 내고 치킨을 주문했을 때 배달비가 1만원이라고 가정하면, 단건배달의 경우 고객과 음식점주가 5000원 내에서 나눠 내고 나머지 할증은 모두 배달앱이 지불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배달대행사가 배달하는 단순 중개형은 배달비가 1만원이라고 할 경우, 음식점주가 주문금액의 37.5%가 되는 7500원을 모두 지불해야 한다.

■긱이코노미 현실 반영돼야

'긱이코노미' 등 플랫폼 근로자 특성상 직접고용 형태를 지양하고 있는 것은 라이더 수급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개인사업자인 라이더들은 좀 더 많은 배달비를 주는 곳을 선택할 수밖에 없다"면서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배달앱이 많은 라이더들을 직접고용해야 하지만 라이더들은 각자 여건에 따라 일한만큼 보상받는 간접고용을 선호하고 있다"고 전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긱이코노미 등 노동 현실을 무시한 채 배달비 증가 책임을 배달앱과 같은 플랫폼사에 전가할 경우 사회적 갈등은 더 커질 수 있다"면서 "특정 업체를 무조건 규제하기보다는 고객, 음식점주, 라이더, 배달앱, 배달대행사 등 플랫폼 참여자가 납득할 수 있는 배달비 체계를 만들기 위한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글로벌 시장조사 기관 슈타티스타에 따르면 2019년 약 284조원이었던 긱이코노미 시장 규모는 2023년 521조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 고용노동부와 한국고용정보원이 지난해 11월 발간한 '2021년 플랫폼 종사자 규모와 근무실태'에 따르면 플랫폼을 매개로 노무를 제공하는 플랫폼 종사자는 전체 취업자의 8.5%인 약 220만 명으로 조사됐다.

elikim@fnnews.com 김미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