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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가 100달러 육박...러시아산 나프타, 원유, 희귀가스 수급 비상

우크라이나 사태로 국제유가가 100달러에 육박하는 등 원자재대란이 현실화되면서 산업계도 긴장감 속에 대안 마련에 나섰다.

우리나라가 지난해 러시아로부터 가장 많이 수입하는 품목은 나프타(25.3%)고, 두 번째가 원유(24.6%)다. 특히 나프타 수입량 가운데 러시아산이 차지하는 비중은 전체의 22.8%에 달한다. 나프타, 원유 공급에 차질이 생길 경우 산업계는 대체제 구입에 비상이 걸릴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23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사태로 가장 큰 우려가 되는 것은 유가 등 에너지 가격 급등이다. 러시아는 주요 원유 생산국이면서 세계 1위의 천연가스 수출국이다. 최근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면서 이날 런던 선물거래소의 4월물 브렌트유는 한때 배럴당 99.5달러까지 치솟아 100달러선을 위협했다. 유가가 오르면 항공, 철강, 화학, 조선, 자동차, 건설 등 전 업종에서 원가상승 부담 요인으로 작용할 수 밖에 없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우리나라가 지난해 러시아로부터 가장 많이 수입하는 품목은 나프타(25.3%)이며 2위가 원유(24.6%)다. 특히 나프타 수입량 가운데 러시아산이 차지하는 비중은 22.8%에 달한다. 러시아산 원유는 전체 원유 수입량 가운데 5.5% 수준이지만 공급이 불안정해지면 유가 상승은 불가피하다. 유안타증권은 우크라이나 사태와 관련 "러시아산 나프타 거래처를 중동 등으로 전환하면서 국내 석유화사에 추가 비용이 발생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반도체 공정에 필수인 희귀가스 네온(Ne)과 크립톤(Kr)을 주로 수입하는 국내 반도체 업계 역시 긴장하고 있다. 지난해 수입된 네온 중 28.3%가 우크라이나(23.0%)와 러시아(5.3%)에서 들어왔다. 또 작년 유·무연탄 도입 물량 중 러시아산이 차지하는 비중은 각각 16.3%, 40.8%로 집계됐다. 천연가스도 수입량 가운데 6.7%가 러시아산이었다.

이 같은 상황에 초조해진 국내 정유·석유화학 업계는 이란산 원유에 기대를 걸고 있다. 이란산 원유가 다시 국내에 수입될 가능성을 놓고 협상이 진행 중이기 때문이다. 이란은 2010년 이란 중앙은행 명의로 국내 은행에 원화 계좌를 개설하고 이를 통해 원유 수출 대금을 받아왔지만, 미국 정부가 2018년 이란 중앙은행을 제재하면서 이 계좌를 통한 거래가 중단됐다. 이로써 우리나라는 이란산 원유를 들여올 수 없었다.

하지만 최근 이란과 서방 간 협상이 재개되면서 이란의 원유 수출이 다시 이뤄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이란산 원유는 고품질이면서 가격도 저렴해 2017년 우리나라 전체 원유 수입량의 13%를 차지했다. 당시 국내에 들여온 이란산 원유 가운데 콘덴세이트(초경질유)가 80% 정도로, 이는 한국의 콘덴세이트 수입량의 절반이었다. 한화토탈을 비롯해 현대케미칼, SK인천석유화학 등이 이란산 원유에서 나프타를 추출한 뒤 파라자일렌(PX) 등을 생산해왔다.

solidkjy@fnnews.com 구자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