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관웅의 톡 톡(talk talk) 이 와인-(1)르 쁘띠 피크니크
르 쁘띠 피크니크 와인.
르 쁘띠 피크니크 레드 와인 라벨에 있는 에두아르도 마네의 '풀밭 위의 점심식사'
[파이낸셜뉴스] 바람이 좋은 계절 산책 후 벤치에서 잠시 쉬거나, 피크닉을 즐기다 보면 문득 와인 한 잔이 생각날 때가 많다. 사실 집을 떠나기 전부터 야외에서 와인 한 잔 즐기고 싶다는 마음이 있었지만 와인에 휴대용 와인 잔, 와인 오프너까지 챙겨야 하는 번거로움에 일찌감치 포기하곤 했다. 그러나 이젠 그러지 않아도 될 것 같다. 웬만한 충격에는 절대 깨지지 않는 와인 잔에 뛰어난 와인 품질까지 갖춘 피크닉용 컵와인이 많이 나오고 있어서다.
얼마 전 만나 본 '르 쁘띠 피크니크(Le petit pique nique)' 와인이 그렇다. 와인 한 병(750ml)을 4개의 용기에 나눠 담아 하나의 패키지로 출시되는 이 와인은 매력적이다. 각 잔의 용량은 187ml로 그냥 플라스틱 뚜껑과 별도의 진공 포장을 열어 마시면 된다. 와인이 담긴 용기의 형태도 요즘 인기있는 스템리스(Stemless) 와인 잔을 닮아있다.
르 쁘띠 피크니크 레드.
르 쁘띠 피크니크의 레드와인을 열어봤다. 에두아르도 마네(Edouard Manet)의 '풀밭 위의 점심식사'가 라벨을 장식하고 있다. 마네는 현대 미술의 르네상스를 연 화가로 '올랭피아'라는 걸작으로 특히 유명하다. 마네의 풀밭 위의 점심식사는 녹색 전원을 배경으로 잘 차려 입은 두 명의 남성과 함께 있는 누드의 여인을 묘사하고 있다. 르네상스 시대 색채의 마술사라 불리던 베첼리오 티치아노의 '전원음악회'를 재해석한 작품으로 등장인물을 자신의 주변 사람을 그려넣어 파리 미술계를 경악시킨 그림이다. 라벨에 이 그림을 그려넣은 것은 피크닉 와인이라는 콘셉과 잘 맞아 떨어지고, 그림이 공개됐을 때처럼 와인 업계에 새로운 파장을 일으키겠다는 의도도 담긴 듯 하다.
와인은 전형적인 프랑스 보르도 와인이다. 가론 강과 도르도뉴 강이 지롱드 강으로 합쳐져 흐르기 전 두 강의 사이에 위치한 앙뜨르 두 메르(Entre-deux-mers) 지역에서 왔다. 메를로(Merlot)를 기반으로 까베르네 소비뇽(Cabernet Sauvignon)이 블렌딩 됐다.
와인 잔에 코를 가져가면 아로마가 제법 풍부하다. 농익지 않은 잘 익은 맑은 색깔의 보르도 블렌딩이다. 입에 넣어보면 메를로의 특유의 풍만한 과실 향과 함께 살짝 톡 쏘는 까베르네 소비뇽 느낌이 스쳐간다. 피크닉 와인이라고 해서 막 만든 느낌이 전혀 아니다. 마시고 나면 타닌도 서서히 존재감을 드러낸다. 아로마와 부케까지 제법 괜찮다. 다만 여운은 그리 길지 않다.
르 쁘띠 피크니크 화이트 와인을 열어봤다. 이 와인도 라벨에 쇠라의 '그랑 자트 섬의 일요일의 오후' 그림이 그려져 있다. 샤르도네(Chardonnay) 100% 와인이다. 원래 앙뜨르 두 메르는 소비뇽 블랑(Sauvignon Blanc)의 주요 생산지임에도 샤르도네 품종을 쓴 것도 파격이다. 반짝이는 옅은 볏집색 와인으로 청사과, 서양배, 흰꽃 향이 좋다. 서늘한 곳의 와인에서 느낄 수 있는 향이다. 입에 넣어보면 산도가 아주 좋고 미네랄 느낌도 훌륭하다. 피크닉 와인으로 가벼운 음식과는 이 와인이 더 잘 어울릴듯 하다.
르 쁘띠 피크니크는 레드와 화이트 와인 모두 일정 수준 이상의 품질을 갖추고 있다. 다만 와인 잔의 립 부분이 다소 두툼한 게 좀 아쉽다. 와인 품질이 결코 나쁘지 않은데 입술에 닿는 부분이 밀폐작용을 위해 다소 두툼하게 만들어졌다. 그만큼 와인의 품질이 좋다는 얘기이기도 하다.
르 쁘띠 피크니크는 골프를 좋아하는 지인에게 선물해도 좋을 것 같다. 4명이 한 조를 이뤄 즐기는 골프장에서 그늘집이나 카트에서도 즐기에 딱 좋다. 골프 카트에 실린 피크닉 와인도 많이 볼 수 있을 것 같다.
kwkim@fnnews.com 김관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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