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시가 폭등한 주요단지들
月 100만원 세금에 은퇴자 울분
월세로 돌려 결국 세입자도 피해
오는 22일 올해 공동주택 공시가 발표를 앞둔 가운데 지난해 가파른 가격 상승으로 공시가 급등이 예상되는 서울 강남구 래미안대치팰리스 전경. 사진=김희수 기자
#.수년 전 은퇴한 김모씨(70)는 요즘 남모를 속앓이를 하고 있다. 은퇴 후 마땅한 소득이 없는 김씨는 소유 중인 서울 잠실주공 5단지 아파트(전용면적 82㎡ 기준)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공동주택 공시가 급등이 예상되면서 세금 걱정에 잠을 설치고 있다. 김씨는 "직장생활 하면서 겨우 집 한 채 마련했는데, 은퇴 후 수입도 없는 상황에서 세 부담이 걱정"이라며 "보유세 산정에 지난해 공시가를 적용한다는 이야기가 있지만, 결국 내년에 오른 만큼 더 납부해야 하지 않느냐"고 답답해했다.
오는 22일 정부의 공동주택 공시가 발표를 앞두고 서울 등 지난해 집값이 급증한 지역을 중심으로 집주인들의 불만과 우려가 재연되고 있다. 특히 대출규제와 금리인상 등으로 거래절벽이 가속화되는 가운데 공시가 인상으로 세 부담까지 커졌다며 또다시 반발 조짐이다. 당정은 올해 보유세에 지난해 공시가를 적용, 건강보험료 부담 완화 등을 논의하고 있지만 '한시적 대책'에 불과해 논란은 가열될 전망이다. 또 완화 대상이 1주택자에 한정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2주택자 이상 다주택자들은 늘어난 공시가만큼 '보유세 폭탄'을 피할 수 없게 됐다.
■1주택 은퇴자들 "피눈물 난다"
1일 서울 강남구 대치동의 한 공인중개사는 "최근 거래절벽이 심화되는데 공시가마저 급상승하면 세 부담이 커진 실거주 1주택자들은 힘들 수밖에 없다"며 "특히 소득 없는 은퇴한 노인들은 날로 커지는 세 부담에 피눈물이 난다고 중개업소를 찾아 하소연할 지경"이라고 토로했다.
올해 공동주택 공시가 공개를 앞두고 시장에서는 지난해 집값 인상분과 공시가격 현실화율을 감안, 올해는 20~30%대까지 공시가가 상승할 것으로 전망했다. 지난해의 경우 공시가격이 19.08% 상승했는데, 이는 2020년 전국 아파트 매매가격 상승률 7.58%를 기반으로 산정했다. 지난해는 전국 아파트 매매가 상승률이 약 2배 오른 만큼 공시가 상승률은 20%를 훌쩍 넘을 것이라는 것이다.
공시가는 재산세와 종합부동산세 등 각종 부동산 세금의 기준이 되는 만큼 공시가가 인상되면 보유세 부담이 커진다. 특히 지난해 집값이 급등한 지역을 중심으로 세 부담이 더 늘어난다.
송파구 잠실주공 5단지 앞의 A공인중개사는 "잠실주공 5단지는 1주택자이면서 20년 이상씩 장기 거주한 어르신들이 많고 연금을 받으면서 생활하는 분들이 많다"며 "지금도 매년 종부세, 재산세, 건보료 등을 포함하면 매달 100만원 이상의 세금을 내야 하는데, 수입이 없는 노인들에게는 큰 부담"이라고 말했다.
강남구 래미안대치팰리스 인근 B공인중개사는 "2주택 이상 소유주들은 곡소리가 나오는 중"이라며 "래미안 대치와 삼성 아이파크를 각 한채씩 가진 분을 아는데 보유세가 5000만원까지 나온 경우도 있었다"고 말했다.
■세입자에 세 부담 전가 가속
공시가 급등이 전세의 월세화를 부추긴다는 지적도 나온다. 래미안대치팰리스 인근 공인중개사는 "다주택자 중 세금 내기 위해 전세를 월세로 돌리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며 "결국 무주택자들이 세 부담을 고스란히 떠안게 됐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서울 서초구 아크로리버파크, 강남구 래미안대치팰리스 등은 20~30%까지 매매가가 폭등했다.
정부는 이달 말 1가구1주택 실수요자 부담 완화를 위한 보유세·재산세·건보료 인하 방안을 마련키로 했다.
보유세의 경우 세 부담 상한 조정 또는 2022년 보유세 산정 시 2021년 공시가격을 활용하는 방안이 유력하게 검토된다. 하지만 한시적인 방안으로, 올해 세부담을 내년 이후로 떠넘긴다는 지적이다. 박합수 건국대 부동산대학원 겸임교수는 "집값이 오른 만큼 공시가가 오른 것은 당연한 것"이라며 "다만 종부세의 경우 1년 새 세율이 2배 인상되면서 세 부담이 커진 만큼 종부세 세율부터 살펴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ssuccu@fnnews.com 김서연 김희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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