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용 희귀가스 가격 2배 급등
자동차업계는 부품 수급 직격탄
현대차, 러시아 공장 가동 중단
우크라사태 장기화땐 손실 눈덩이
반도체·자동차 등 우리나라 핵심 수출산업이 우크라이나 사태에 따른 원자재난과 수출 제재로 타격이 우려되고 있다.
반도체 생산의 필수 소재들이 공급 중단과 가격 상승의 직격탄을 맞은 데다 자동차 업계는 러시아 공장 생산 중단으로 수천억원대의 손실을 떠 앉게 됐다. 정부는 3일 미국 측과 만나 대 러시아 수출통제 조치인 '해외직접제품규제(FDPR)' 면제 여부를 협의할 계획이지만 성사 여부는 미지수다.
2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반도체 업계는 당장은 피해가 미미하지만 사태 장기화를 걱정하는 분위기다. 반도체 식각공정에 사용되는 희귀가스인 크립톤(Kr)은 지난해 전체 수입 물량의 48.2%가 우크라이나(30.7%)와 러시아(17.5%)에서 수입됐고, 노광 공정에 쓰이는 고순도 네온(Ne) 28.3%도 우크라이나(23.0%)와 러시아(5.3%)에서 들어왔다. 제논의 수입 비중도 49%에 달한다.
다만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몇 달을 버틸 정도의 소재 재고분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반도체업계 관계자는 "일본 수출 규제 이후 다른 소재들에 대해서도 수입처를 다변화해야 한다는 학습효과가 있었다"며 "일본 수출규제 때와 다른 점은 러시아, 우크라이나 수출 비중이 높은 소재들이 독점이 아닌 데다 기술 난이도도 높은 편이 아니어서 언제든지 대응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가격 상승이다. 관세청 수출입 무역통계에 따르면 네온가스의 최근 2년간 수입가격은 킬로그램(㎏)당 53달러 수준이다. 그러나 우크라니아를 둘러싼 군사적 긴장이 고조되면서 올들어 1월에는 100달러를 넘어섰다. 같은 기간 크립톤 수입가격도 300달러대에서 600달러를 넘어섰으며, 제논도 3500달러 수준에서 5000달러 이상으로 급등했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을 비롯 대체 수입선이 있지만, 안정적인 물량 공급 여부가 불투명하고 가격도 두 배 가까이 뛰어오른 상태"라면서 "러시아·우크라이나의 공급망 회복이 늦어지면 반도체 생산비용이 눈덩이처럼 불어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오는 5일까지 러시아 공장 가동을 중단한 현대차도 대부분 유럽과 한국에서 부품을 조달하는데 경제제재 본격화로 부품 수급에 문제가 생기면 '셧다운'(가동중단) 또는 감산이 불가피하다. 당초 현대차·기아는 러시아 시장을 낙관하고 올해 현지 판매 목표를 작년 보다 오히려 5.8% 상향했지만, 사업 계획을 전면 재수정해야 할 가능성이 커졌다.
증권가에선 최악의 경우 현대차·기아 합산 4500억원 안팎의 손실을 볼 것이란 관측을 내놓고 있다.
정부는 미국과 FDPR 면제를 논의할 예정이지만 면제 대상국에 포함되지 못할 경우 러시아 공장에 완성차 생산에 필요한 반도체, 자동차 부품 등을 공급할 수 없게 돼 가동중단이 장기화 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FDPR은 미국 밖의 외국기업이 만든 제품이라도 미국이 통제 대상으로 정한 소프트웨어, 설계를 사용했을 경우 수출을 금지할 수 있도록 한 제재조항으로 호주, 캐나다, 일본 등 32개국은 FDPR 적용의 예외를 인정받고 있지만 우리나라는 빠져있다.
ahnman@fnnews.com 안승현 최종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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