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침공을 문제 삼아 자국 항공기의 영공 진입을 금지한 서방에 동일한 방식으로 보복에 나서면서 국내 항공업계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러시아 하늘길이 막히면 우회항로를 이용해야 하는 만큼 연료비가 더 들기 때문이다. 또 러시아산 천연가스 등 제재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대체에너지 수요가 늘어 벌크(건화물)선 운임도 다시 상승했다.
■우회항로 이용 시 비용 증가 우려
2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러시아 연방항공청은 최근 "러시아 항공사들이 운용하는 항공기 및 러시아에 등록된 항공기들을 대상으로 유럽 국가들이 취한 비행금지 조치에 대한 대응으로 36개국 항공사들의 항공편 운항을 제한한다"고 밝혔다. 앞서 유럽연합(EU)이 대러 제재 일환으로 러시아에 EU 하늘길을 차단하기로 하자 러시아가 맞불을 놓은 것이다.
이로 인해 지난달 27일 독일 뮌헨에서 서울로 가는 루프트한자 항공기가 회항하는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핀에어와 KLM은 유럽에서 한국, 일본, 중국행 노선 운항을 중단했다. 핀에어는 우회항로로 해당 노선을 운영하는 것은 금전적 손해라고 판단했다. 캐나다 맥길대 존 그래덱 교수에 따르면 항공기를 1시간 더 운항할 경우 연료비만 8000유로(약 1072만원)~1만5000유로(2010만원)가 더 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아직 한국 등 아시아권 국가들은 러시아 하늘길을 이용할 수 있으나 우리나라도 대러 제재에 동참하기로 한 만큼 보복 대상이 될 수 있다.
인천~모스크바 여객노선을 운항 중인 대한항공은 현재 운항 관련 특이사항은 없지만 우회항로 활용 등을 검토 중이다. 러시아가 한국 국적기 영공 통과를 금지하면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남쪽 우회항로를 이용해야 한다. 이 경우 연료비 부담은 더욱 커진다.
■불확실성 확대 벌크선 운임 '꿈틀'
우크라이나 사태로 물류 운송환경의 불확실성이 고조되면서 벌크선 시장도 출렁이고 있다.
한국관세물류협회에 따르면 석탄, 철광석, 원자재를 수송하는 벌크선 운임지표인 발틱운임지수(BDI)는 지난 1월 25일 기준 1343에 머물다 우크라이나 사태로 2월 23일 2244까지 올랐다.
유럽으로 가는 러시아산 천연가스의 공급 감소 및 중단 가능성으로 석탄 등 대체에너지 수요가 늘어난 영향이다. BDI는 이후 3일 연속 하락세로 전환하다 1일 기준 2069를 기록하며 4일 만에 반등했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러시아발 에너지대란 우려가 높아지면서 해상운임의 변동성이 급격히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solidkjy@fnnews.com 구자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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