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사익 '무제'(2021년) / 인사아트프라자갤러리 제공
소리꾼 장사익(73)의 눈에 비친 세상은 어떤 모습일까.
판소리에서 중요한 대목을 '눈(目)대목'이라고 한다. 대여섯 시간 걸리는 판소리 완창을 요약해 가장 중요한 대목으로 핵심이 되는 부분을 일컫는 말이다. 노래하는 장사익이 누구나 손쉽게 사용하는 스마트폰으로 우리 일상에서 흔하게 만날 수 있는 장면을 예술적인 찰나로 포착했다. 너무도 당연한 풍경들이 그와 마주했을 때 낯설고 추상적인 인상이 됐다.
소리꾼으로 알려진 장사익이 전시에 나선 건 이번이 두 번째다. 하지만 첫 전시와 이번 전시는 결이 다르다. 2019년 서예전을 통해서는 노래하듯 유려한 글씨를 선보였다. 하지만 이번엔 사진이다. 그의 눈에 비친 사물의 한 자락을 담아내며 사진인듯 그림인듯 모호한 경계 속 예술적 포인트를 담아냈다.
이번에 그가 주로 담아낸 대상은 막힌 벽이다. 코로나19 바이러스의 확산으로 공연이 뜸했던 근래, 벽을 마주한 듯 답답한 일상 속 동네를 산책하며 전봇대에 붙은 작은 부착물, 낡은 벽의 낙서 같은 그림, 시간이 퇴색시킨 담장의 페인트칠 등을 클로즈업해 채집했다. 앞길을 가로막는 벽과 같은 인생 여정을 마주했을 때에도 장사익은 그 벽 앞의 작은 틈과 색을 보며 노랫말을 찾아냈다.
장사익
장사익은 "치열하게 작업하는 선생님들에게 혼나지나 않을런지 모르겠다. 배움도 없이 그냥 내 멋대로 노래하듯 해본 일인데 민망하기도 하다"고 밝혔지만 그간 노래와 글씨, 그림으로 체득한 그의 미적 감수성이 이번 사진전에서 빛을 발할 예정이다. 일상에서 늘 스쳐왔지만 분명 존재했던 것들. 이전엔 우리가 보지 못한 일상의 한 조각을 새삼스럽게 발견하는 경험을 통해 우리의 일상이 곧 예술이 될 수 있음을 자각하게 만든다. 전시는 16일부터 21일까지 서울 인사아트프라자 갤러리.
jhpark@fnnews.com 박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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