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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매도 폐지'땐 20만 몰렸지만 '주주권리'엔 응답 안한 개미들

올해 들어 주주권리 행동이 본격화되고 있지만 개미(개인투자자)들에게 큰 관심을 받지 못하고 있다. 자본시장 전문가들은 "국내 증시의 본질적인 문제가 해결돼야 '코리아 디스카운트'가 해소될 수 있다"라며 관심을 촉구했다.

8일 청와대 국민청원에 따르면 국내 주식시장의 구조적 문제를 제기하고 개선을 촉구하는 주주운동 '세이브 코스피(Save Kospi)'가 올린 '주주권리 보호제도 도입'에 대한 청원이 3만4000명의 동의를 얻었다.

'세이브 코스피'는 △상장사 합병 비율의 공정가치 적용 △경영권 지분 인수 시 의무공개매수 의무화 △물적 분할 시 반대주주 매수청구권과 찬성 주주 자회사 신주 배정 △집단 증권소송 요건 확대 등 소액주주의 권익을 보호하기 위한 8대 제도 개선을 제안했다.

이효섭 자본시장연구원 금융산업실장은 "현실성은 논의해 봐야 하지만, 많은 전문가들이 제안의 배경에 대해서는 공감하고 있다. 이런 운동은 사회적으로 충분한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당국의 답변을 들을 수 있는 기준인 20만명을 채우긴 어려워 보인다. 경제 분야 인플루언서들의 지지 활동으로 3일 만에 청원 동의자가 1만8000명을 넘기도 했지만 이후 관심이 시들해졌다. 청원은 오는 20일 마감한다.

'공매도 완전 폐지'를 주장한 청원이 두 차례나 20만명의 동의를 얻은 것과는 대조적이다. 지난 2018년과 2020년 두 차례 올라온 '공매도 금지' 청원에는 20만명 이상의 동의를 얻어 당시 금융위원장이 답변자로 직접 나서거나 당국이 관련 조치를 취하기도 했다.

이효섭 실장은 "우리나라에서는 단기 투자자가 많아서, 장기로 보유하며 회사와 주주의 관계를 생각하는 주주권리 운동에 큰 관심이 없을 수 있다"고 진단했다.

김규식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 대표도 "공매도 이슈가 시장 내 플레이어 간 문제라면, 주주권리 이슈는 회사와 주주의 관계를 재설정하는 더 본질적인 문제"라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국내 주식시장의 본질적인 문제에 관심이 많아야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해소할 수 있다고 입을 모았다.

이상헌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의 단초는 지배구조 개선"이라고 말했다.


법무법인 바른의 신동민 변호사는 "주주행동의 확대는 기업 경영 전반에 다양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측되는데, 이를 통해 기업의 지배구조 개선이나 기업가치 상승 등의 긍정적인 효과로 이어질 필요가 있다"라고 전했다.

주식투자에 대한 인식을 선진화 해야 한다는 고언도 있었다.

김규식 대표는 "'권리 위에 잠자는 이들은 보호 받지 못한다'라는 말은 주식시장에서도 해당한다"라며 "투자자들은 자신의 권리를 직접 찾아야 한다"고 촉구했다.

fair@fnnews.com 한영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