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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러 제재에 원자재값 더 오르나' 원자재 ETF에 뭉칫돈

'대러 제재에 원자재값 더 오르나' 원자재 ETF에 뭉칫돈
[골드스미스=AP/뉴시스]21일(현지시간) 미 텍사스주 골드스미스 인근 유정의 원유시추기 펌프잭 뒤로 해가 지고 있다. 2021.04.22. /사진=뉴시스

[파이낸셜뉴스] 최근 인플레이션과 우크라이나 사태 장기화로 원자재 가격이 들썩이면서 관련 상장지수펀드(ETF)에 돈이 몰리고 있다. 서방의 대러 제재 강화로 농산물부터 에너지, 금속까지 원자재 가격이 전반적으로 추가 급등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면서 이같은 움직임이 가속화되고 있다.

9일 미국 금융정보업체 팩트셋에 따르면 지난주(2월 28~3월 4일) 글로벌 원자재 관련 ETF에 45억달러(약 5조5597억원)가 넘는 투자자금이 순유입됐다. 일반적으로 한달 간 유입되는 자금이 일주일새 몰린 것이다.

원자재 ETF 가운데 총운용자금(AUM)이 가장 큰 '인베스코 원자재 파생상품 액티브 ETF(PDBC)'에 5억1049만달러, 선물계약을 통해 원자재 투자를 하는 '퍼스트 트러스트 글로벌 택티컬 원자재 전략펀드(FTGC)'에 4억8755만달러가 쏠렸다. 이 두 상품은 지난주 글로벌 ETF 순유입 규모 8위과 9위를 각각 차지했다.

원자재 가운데 농산물 ETF에 대규모 자금이 투입되고 있다. 지난주에만 4억6800만달러(약 5782억원)의 자금이 몰렸다. 옥수수와 대두 등 농산품 전반에 투자하는 '인베스코 DB 농업 펀드(DBC)'에는 지난 4일 하루만에 2억7000만달러의 신규자금이 쏟아졌다. 이는 관련 상품이 출시된 2007년 이후 일일 유입액 중 최대 규모다.

밀 선물가격을 추종하는 '테우크리움 밀 ETF(WEAT)'는 지난주 25.86%의 수익을 거두면서 글로벌 ETF 수익률 1위에 올랐다.

최근 투자자들이 대거 몰리면서 WEAT의 실제 가치인 순자산가치(NAV)와 시장가격 간의 차이인 괴리율은 7.5%까지 확대됐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밀 생산 비중이 높아 다른 농산물 대비 공급 측면 우려가 부각되면서 밀 가격이 특히 크게 뛴 영향이다.

해당 ETF를 운용하는 테우크리움은 폭증하는 수요를 감당하지 못해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신주발행 요청을 허가할 때까지 신주 발행을 일시 중단한다고 지난 7일 밝혔다.

지난해 말부터 인플레이션 장기화 우려로 상승하기 시작하던 원자재 ETF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간 전쟁이 본격화되자 상승폭을 확대하고 있다.

이진우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지정학적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최근 일주일간 원자재 가격 상승률이 1974년 7월 둘째 주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주에만 소맥 가격이 40.6% 급등했으며 니켈(18.7%)과 알루미늄(14.6%), 아연(11.9%) 등도 가파르게 올랐다.

국제 유가는 미국의 러시아산 석유·가스 제재 가능성과 맞물려 지난 6일 13년 만에 최고가인 배럴당 130달러 선까지 치솟았다. 월가에서는 미국의 러시아산 에너지 제재로 국제 유가가 배럴당 200달러까지 오를 수 있다고 전망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역시 8일 러시아 석유·가스 수출 금지를 발표하면서 이번 제재로 에너지 가격이 추가 상승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 연구원은 원자재 가격 급등세에 대해 "당장 지정학적 불확실성 영향이 크지만 추가급등 우려도 공존한다"며 "결론적으로 단기 오버 슈팅의 가능성을 높게 본다"고 말했다. 이 연구원은 "원자재 가격의 급등세가 과거 공급 충격과 유사한 수준에 이르고 있고 급등한 원자재보다 다른 자산의 가격 매력이 높게 보이는 시점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sjmary@fnnews.com 서혜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