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대선 이후 대체로 오름세
글로벌 악재 덮기엔 '역부족'
"대선 이벤트 영향 제한적일 것"
전쟁·긴축 등 시장요인에 주목
온 국민의 관심이 쏠린 대통령선거에 투자자들의 이목도 쏠린다. 20대 대통령선거 결과가 증시에 미칠 영향 때문이다. 통계적으로 대통령 직선제가 시행되고 일곱번의 대선 이후 1년차에는 주가가 상승하는 경향을 보여 왔다. 그러나 올해의 경우 미국의 긴축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으로 글로벌 증시가 침체에 빠진 것을 고려할 때 새 정부 효과는 크지 않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임기 1~2년차 코스피 20% 이상 상승
9일 유진투자증권 등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1987년부터 치러진 일곱번의 대선 1년 뒤 코스피는 다섯 차례 상승했고 보합과 하락이 한 차례씩 있었다. 노태우 대통령이 당선된 13대 대선 이후 1년 동안 코스피는 91% 상승했다. 이후 14대(30.8%·김영삼), 15대(25.4%·김대중), 16대(14.4%·노무현), 19대(6.6%·문재인) 대선이 치러지고 1년 동안 오름세를 보였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당선된 19대 대선 이후에는 0.9% 소폭 하락했고, 이명박 전 대통령이 당선된 18대 대선 이후 1년만 유일하게 폭락(-36.6%)했다. 당시 2008 글로벌 금융위기가 불어닥쳤기 때문에 다른 정부와 비교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
허재환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주가는 대선 전 3개월 동안 부진하다가 6~12개월 이후 점차 개선되는 경향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국내 증시는 역대 대통령 취임 1∼2년에 평균적으로 상승률이 가장 높았다. 케이프투자증권이 13~18대 대통령 임기별 코스피 등락률을 분석한 결과, 임기 1~2년차에 수익률이 높았고 이후 소폭 떨어지는 양상을 보였다.
새로운 정권의 경제정책에 대한 기대감이 컸던 임기 1년차 때 23.18%가 오르고, 내각이 완성되고 새 정부가 본격적인 경제정책을 추진하는 임기 2년차에 26.18%로 가장 큰 오름세를 보였다. 그러나 정부에 대한 실망감이 커지는 3년차(-1.70%), 4년차(-0.78%) 때 소폭 하락하며 주가가 횡보했다. 차기 정권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는 5년차에는 0.97% 소폭 오르는 모습도 보여줬다.
케이프투자증권 리서치센터 관계자는 "통계적으로 미국 기준금리 인상기와 대통령 취임 시점이 맞물리거나 취임 1∼2년 후와 겹칠 때 코스피가 양호한 수익률을 올렸다"며 "그러다가 임기 중반부터 글로벌 경기 둔화로 기준금리를 낮춰야 하는 시기가 오면 위험자산인 주식이 하락하는 국면이 시작됐다"고 설명했다.
■"막연한 기대보다 메가트렌드 봐야"
대선 다음날 코스피는 어떨까. 공교롭게도 정권이 교체되면 코스피가 소폭 빠지는 모습을 보였다. 노태우 대통령이 당선된 13대 대선 다음날에는 코스피가 4.09% 올랐고, 14대 대선(김영삼) 다음날에도 0.41% 소폭 오름세를 보였다. 정권이 연장되는 16대(노무현), 18대(박근혜) 대선 다음날에도 각각 0.03%, 0.32% 올랐다. 그러나 최초의 정권교체가 이뤄진 16대(김대중) 대선 다음날에는 코스피가 5.13% 빠졌다. 역대 첫 진보정권이 들어선 것에 대한 시장의 불안감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이후 정권이 교체된 17대(이명박) 대선과 19대(문재인) 대선 다음날에도 각각 -0.92%, -0.99% 빠지기도 했다.
그러나 증권가에서는 새 정부에 대한 기대감으로 증시가 오르는 '허니문 랠리' 효과는 크지 않을 수 있다는 전망이 많다. 미국의 긴축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으로 글로벌 증시가 침체에 빠진 영향이 크다. 2000년대 들어서도 대선 이후 증시 상승세는 과거보다 잦아 들었다.
변준호 흥국증권 연구원은 "직선제가 시작된 노태우 전 대통령 사례부터 보면 증시는 대선 이후 강세를 보였지만 최근으로 올수록 취임 첫해 성과가 부진하다"고 지적했다.
이 때문에 막연한 기대감을 지양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대통령 교체라는 이벤트보다는 불확실성 강한 전쟁, 글로벌 긴축, 상품가격 급등 등의 요인을 차분히 확인하며 대응할 필요가 있다는 조언이다.
박승영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대선 이후 시장의 방향이 크게 바뀔 것으로 기대하는 건 무리가 있다"며 "대선은 변곡점이 아닌 이정표로 활용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허재환 연구원도 "디지털화, 탈탄소, 인플레이션 등 메가트렌드나 시대 정신을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전했다.
fair@fnnews.com 한영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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