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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조로 변호사의 작품 속 법률산책 - ‘더 배트맨’의 살인죄

이조로 변호사의 작품 속 법률산책 - ‘더 배트맨’의 살인죄


영화 ‘더 배트맨’(감독 맷 리브스)은 DC코믹스의 배트맨 시리즈를 원작으로 한 배트맨 실사영화 시리즈 중 열여섯 번째 작품이라고 합니다. 배트맨이 연쇄 살인범의 암호 메시지를 풀어나가는 과정을 그리고 있어 히어로보다는 탐정 영화에 더 가까운 것 같습니다.작품 속에서, 수수께끼 킬러 리들러(폴 다노 분)는 배트맨(로버트 패틴슨 분)에게 암호문을 남기면서 고든 시장, 경찰청장, 검사를 차례로 살해합니다. 이와같이 연쇄 살인범이 저지르는 살인죄에 대해서 알아보겠습니다.사람을 살해하면 살인죄가 성립한다는 것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알고 있습니다. 살인죄는 인류의 시작과 함께한 범죄라고 할 수 있습니다. 구약성서 창세기에 형 카인이 동생 아벨을 살해하는 대목이 있는데, 이를 보통 인류 최초의 살인이라고 합니다.살인죄에서 ‘사람’은 가해자 이외의 타인을 의미합니다. 자기가 자신을 살해하는 것은 자살로서 살인죄에 해당하지 않습니다. 출생 후 사망 전의 생명있는 자연인이면 생존능력 유무나 국적, 남녀노소 등을 불문합니다.태아가 사람이 되는 시기는 규칙적인 진통을 동반하면서 태반으로부터 이탈하기 시작할 때, 즉, 분만이 개시된 때부터 사람이 됩니다. 제왕절개수술에 의한 분만의 경우에는 의사가 자궁을 절개할 때부터 사람이 됩니다.
이조로 변호사의 작품 속 법률산책 - ‘더 배트맨’의 살인죄


수정란이 자궁에 착상한 때부터 분만이 개시되기 전까지가 태아입니다. 그러므로 이러한 태아를 살해하여도 살인죄가 아니라 낙태 관련 범죄가 성립할 수 있습니다. 낙태란 태아를 자연적인 분만기에 앞서 인위적으로 모체 밖으로 배출하거나 태아를 모체 안에서 살해하는 것을 말합니다.예를 들어, 의사가 자연분만 중인 태아를 과실로 질식사하게 하였다면, 의사에게는 낙태 관련 범죄가 성립하는 것이 아니라 과실치사죄가 성립합니다. 태아는 분만이 개시되면서부터 사람이기 때문입니다.사람이 사망하여 사체가 되는 시기는 대뇌, 소뇌, 뇌간 등 모든 뇌기능이 종국적으로 정지한 때부터라고 할 수 있습니다. 즉, 사람은 분만이 개시된 때부터 모든 뇌기능이 종국적으로 정지한 때까지라고 할 수 있습니다.사람이 사망하면 ‘사체’가 되어 사람이 아니기 때문에 살해할 수도 없을 뿐만 아니라 사체를 살해해도 살인죄가 성립하지 않습니다. 사체에 대한 범죄는 살인죄가 아니라 사체손괴죄, 사체유기죄, 사체은닉죄 등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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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를 들면, 예전에 형벌의 하나로 행해졌던 부관참시처럼 누군가가 사망한 사람의 무덤을 파고 관을 꺼내어 시체를 베거나 목을 잘랐다면 분묘발굴죄와 사체손괴죄가 성립할 수 있습니다. 시체는 사람이 아니기 때문에 살인죄는 성립하지 않습니다.살인죄의 ‘살해’는 고의로 사람의 생명을 자연적인 사망 시기보다 앞서서 단절시키는 것을 말합니다. 사람을 살해한 후에 시체를 발견이 어려운 인적이 드문 장소에 버리면 살인죄와 사체은닉죄가 성립합니다.
그렇지만 인적이 드문 장소로 사람을 끌고 가서 살해한 후에 방치하면 살인죄만 성립합니다.영화 속에서, 시장, 청장, 검사 등을 살해한 리들러에게는 살해당한 피해자 수만큼 살인죄가 성립합니다. 다른 범죄는 피해자의 동의나 승낙이 있으면 범죄가 성립하지 않지만 살인죄는 피해자의 요구나 승낙을 받고 피해자를 살해하면 촉탁·승낙 살인죄가 성립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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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무법인 태일 변호사 이조로 zorrokhan@naver.com 사진=워너브러더스 코리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