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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만원 주식이 4년만에 10배로… 장외시장선 어렵지 않은 일” [제14회 fn 재테크쇼 강연자 인터뷰]

<3> 이동현 리서치알음 대표
시가 변동 적은 비상장시장
쉽게 요동치는 주식·코인대비
긴 호흡으로 투자하기 좋아
실제 에스엠코어로 70% 수익
정보만 잘 따지면 짭짤한 성과

“1만원 주식이 4년만에 10배로… 장외시장선 어렵지 않은 일” [제14회 fn 재테크쇼 강연자 인터뷰]
리서치알음 이동현 대표 사진=서동일 기자
"MZ세대들은 빠른 은퇴를 꿈꾸며 코인과 주식 등 투자에 열심입니다. 그런데 하루 종일 들여다보고 있으면 자기 일과 커리어에 집중하기 힘들어요. 여유 자금으로 비상장 기업에 긴 호흡으로 투자하면서 자신의 전문성을 키워가는 게 좋다고 생각합니다."

15년 가량 펀드 매니저로 일하다가 지난해 8월 독립리서치 법인의 대표가 된 이동현 리서치알음 대표(사진)가 파이어족에게 하는 조언이다. 시시각각 변하는 주식·코인시장에 투자할 때 일상에 지장을 줄 수 있지만, 비상장 시장은 시가 변동이 적어서 긴 호흡으로 투자하기 좋다는 말이다.

이 대표는 17일 파이낸셜뉴스와의 인터뷰에서 "펀드매니저로 일을 하다보니 개인적으로 상장사에 투자할 수 없었다"라며 "비상장 기업에 투자를 했는데 수익이 괜찮았다"고 운을 뗐다.

그는 한국항공우주를 비상장 시절에 투자했다. 지금은 SK그룹에 편입된 에스엠코어(옛 신흥기계)를 상장(IPO) 직전에 투자했는데 70% 가까운 수익을 냈다. 엔지캠생명과학도 비상장 시절 3~4년 장기 보유를 했는데 1만원이던 주식이 10배가 되었다고 한다.

이 대표가 전하는 비상장 주식의 투자 전략은 '소액'과 '긴 호흡'이다. 그는 "국내 개인 투자자들은 단기적으로 자산을 증식하려는 투기적 성향이 짙은 편"이라고 지적하며 "그러나 비상장 주식을 투자할 때에는 소액의 여유 자금으로 시작해 길게 보는 투자 전략이 필요하다. 회사에 투자하고 함께 성장한다는 마음으로 지켜보면 좋다"고 충고했다.

'비상장 기업에 투자하는 것은 위험하다'라는 선입견도 있다. 이에 대해 이 대표는 "언제든지 없어질 수 있는 기업은 사면 안 된다"라고 웃으며 말했다.

그는 "비상장 기업에 투자할 때 무슨 기업인지도 모르고 '카더라(근거없는 소문)'와 '지인 추천'으로만 사는 경우가 많다"라며 "우리가 쉽게 구할 수 있는 기사와 감사보고서를 보면서 기본 데이터를 바탕으로 투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실적 추이가 어떤지, 재무적인 위험은 없는지 확인하면서 투자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후에는 국내외 상장한 피어기업(유사 업종 기업)과의 비교가 따라와야 한다"고 덧붙였다.

비상장 기업 투자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지난해 장외주식(K-OTC) 시장의 거래대금도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지난해 말 기준 K-OTC 시장의 시가총액도 1년새 두 배 가까이 증가한 31조원을 기록했다. 국내 투자자들이 비상장 기업에 대한 투자를 하나의 '대안'으로 인식하기 시작한 것이다.

거래 플랫폼도 늘어났다. "피스탁(Pstock)과 38커뮤니케이션 뿐 아니라 최근에 증권플러스 비상장 등도 생겨나며 거래의 신뢰성과 편의성 모두 올라갔다"고 이동현 대표는 설명했다. 그는 "미국의 비상장 주식 거래 플랫폼의 경우 해마다 100%씩 성장하곤 한다"라며 "비상장 거래가 활성화되면 기업들이 IPO에 가지 않아도 제 값을 받을 수 있어서 투자와 기업성장의 선순환이 이뤄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다만 비상장 주식시장의 '정보비대칭'은 여전히 아쉬운 대목이다. 이 때문에 리서치알음은 이 대표가 취임한 이후, 지난해 말부터 국내 비상장 업체들에 대한 보고서를 발간하고 있다.

이 대표는 "비상장 주식시장의 정보 격차를 줄이고자 리서치알음에서 리포트를 내는 것"이라며 "'신사업부', '스몰캡팀' 등 이름은 조금씩 다르지만 증권사에서도 비상장 주식에 관심을 갖고 있다"고 전했다. 리서치알음은 '비상장계의 에프앤가이드'를 꿈꾸고 있다.

그가 주목하는 것은 비상장 벤처·스타트업에 투자하는 '기업성장집합투자기구(BDC)'이다.
금융당국에서 추진하고 있는 BDC는 IPO를 통해 모은 자금을 비상장기업과 코넥스 등에 투자해 수익을 배당하는 특수목적회사(SPC)다. 올해 상반기에 도입될 예정이다.

이 대표는 "BDC가 생기면 비상장 기업에 대한 정보 오픈도 더 잘 될 것이고 투자자들의 관심도 더 많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fair@fnnews.com 한영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