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축 방해 된다면… 신용카드 혜택 과감히 포기해라
A씨는 직장인 5년차지만 아직 소비, 저축, 투자 체계를 제대로 못 잡고 있다. 쉼 없이 일한 덕에 빚은 없지만, 자산은 축적하지 못한 상태다. 돈을 꼬박꼬박 모으기보단 그때 그때 소비하고 있다. 돈을 모으는 주변 친구들을 구두쇠로 여기기도 했다. 이처럼 굳이 최대로 아끼며 살 필요가 없다는 생각으로 살아왔지만, 주변에서 몇 천만원씩은 만들었다는 얘기에 마음이 움직이고 있다. 그나마 만기된 청년내일채움공제, 적금, 주식 등이 있으나 카드값으로 월 130만~150만원을 쓰고 있다. 많을 땐 200만원까지도 사용한다. 지난달부터 가계부도 쓰고 있지만 형식적 차원이고, 작성 틀도 갖추지 못한 상태다. A씨 최종 꿈은 독립이다. 이를 위해 '내집마련'을 해야 하는데 소비 습관을 어떻게 고쳐야 할지 고민이다.
28세 A씨 부부(외벌이)의 월 수입은 300만원이다. 매달 지출은 187만원 정도다. 고정비가 35만원으로 보장성보험료(12만원), 기부금(3만원), 부모님 용돈(20만원) 등이다. 변동비는 교통비(7만원), 식비 및 용돈(30만원), 부부 데이트 비용(25만원) 등 62만원 가량이다.
저축은 청약(10만원), 적금(30만원), 주식 투자(50만원) 등 90만원씩 하고 있다. 이와 별도로 연간 비용 900만원이 발생하고 있다. 신용카드 할부 잔액도 아직 250만원 남아있다.
자산은 2350만원이다. 청약 저축(90만원), 종합자산관리계좌(CMA·150만원), 적금(210만원), 보유 주식(100만원), 예금(1800만원) 등이다.
A씨의 상황을 들은 금융감독원 측은 우선 돈에 대한 통제력을 키워야 한다고 조언했다.
금감원에 따르면 월 소득에서 잉여·적자·미파악되는 돈이 있는지 점검하는 게 먼저다. 계획에 맞춰 소비, 저축을 하고 있는지 확인해야 한다.
수입에서 기본 생활비와 저축액을 제외하고 추가 저축 여력이 있는지, 현금 흐름이 원활한지 등도 검토해야 한다. 잉여가 있다면 신규 저축 계획을 세우고, 적자라면 긴축 방안을 수립해야 한다.
A씨는 지출을 제외하고 매달 113만원이 남지만 연 비정기 지출(900만원)이 있다. 또 현 자산은 내일채움공제(1700만원) 및 연 200만원 조금 넘는 순자산을 3년간 모아 만들었다. 현 순자산으로 A씨가 연 저축액으로 잡고 있는 1080만원을 만들기엔 턱없이 모자란 셈이다. 이 경우 돈을 넣었다가 다시 인출할 가능성이 높아 소비 통제력이 더욱 상실될 우려가 있다.
A씨는 또 가용 재원을 파악해야 한다. 현재 A씨 지출 중 고정비는 35만원으로 크지 않다. 따라서 이를 제외한 265만원으로 지출 및 저축 계획을 새로 짤 수도 있다. 문제는 습관적 할부 결제가 누적되며 월 30만~80만원이 마치 고정비처럼 청구되고 있다는 점이다. 이 같은 들쑥날쑥한 신용카드 사용이 계속되면 저축도 남은 금액으로 할 수밖에 없다.
금감원 관계자는 신용카드 사용이 저축을 방해하는 요인이라고 짚었다. 부문별하게 사용하면 혜택보다 손실이 많아지기 때문이다. A씨 변동비 예산은 62만원인데, 통장잔고가 아닌 카드 사용 한도만큼 사용하게 되다 보니 결국 갚아야 하는 잔액으로 쌓이게 된다. 특히 A씨는 모든 지출을 신용카드로 하고 있다. 누적된 할부가 많을수록 월급이 들어와도 남는 현금이 없어 저축 계획을 세우지 못하는 경우가 다반사일 것으로 판단된다.
신용카드 혜택도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 되레 체크카드보다 적을 수 있다. 가령 연 2500만원을 쓴다면 신용카드의 경우 포인트 혜택이 19만원으로 체크카드 사용 시 얻는 8만원보다 많다. 하지만 연말정산 시 공제금액이 각각 34만원, 68만원으로 2배 차이나기 때문에 최종적으로는 체크카드 사용이 유리한 경우가 많다. 물론 카드 사용량, 혜택, 실적 등에 따라 총 혜택이 달라질 수 있으니 본인의 카드 사용 내역을 확인해봐야 한다.
금감원 관계자는 "A씨 지출 목록을 보면 고가의 물건보다는 습관적 소비에 따른 물품과 주변 사람들을 위한 선물, 의복 등이 주를 이루고 있다"며 "타인에 대한 의식과 자기 포장을 위한 굳이 필요 없는 소비를 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자문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목표를 현실적으로 잡아야 한다. 그래야 실천 의지가 생기기 때문"이라면서 "A씨는 현재 5억원짜리 '내집'을 원하고 있다. 하지만 현 자산 규모와 지금과 같은 저축 성향으로는 달성이 요원하다.
무기력만 부른다"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또 "반드시 20대에 이뤄야 할 꿈이 아니라면 그 달성 시점을 40대로 미루고 당장은 1억5000만원 정도에서 타협을 보는 방식을 추천한다"며 "5000만원 정도 대출을 받는다고 해도 종잣돈 1억원이 필요한데, 4년 정도 호흡의 저축 및 투자 계획을 권한다"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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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aeil0808@fnnews.com 김태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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