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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이사람] "이웃의 생명·안전 지키는 ‘시민영웅’ 의로움 알리고 싶어요"

선한 영향력 전도사 고영주 경기 양평소방서장
33년전 물에 빠진 아이 구하고 숨진
의인 故이병선씨 찾아 감사장 전달
"위기에 처한 시민 돕는 ‘진짜 영웅’
선한 영향력 확산에 힘 되고 싶다"

[fn이사람] "이웃의 생명·안전 지키는 ‘시민영웅’ 의로움 알리고 싶어요"
【파이낸셜뉴스 양평=장충식 기자】 "선한 영향력이 확산될수록 더 많은 이웃들의 소중한 생명을 구할 수 있다."

경기 양평소방서 고영주 서장(사진)이 시민들의 '선한 영향력'을 알리기 위한 전도사를 자청하고 나섰다.

고 서장이 이야기하는 '선한 영향력'은 우리 주변에서 일어나고 있는 각종 사건사고에 대해 경찰이나 소방관 등 관계자들보다 먼저 나서 이웃의 생명과 안전을 구하는 시민영웅들을 말한다.

그는 "주변 이웃들의 어려움을 그냥 지나치지 못하고, 때로는 자신의 생명까지 희생하는 사람들을 보면서 이들이 진짜 영웅이라는 생각을 했다"며 "용감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주변에 알려 선한 영향력이 확산되도록 하고 싶었다"고 전했다.

고 서장이 '선한 영향력'을 퍼뜨리기 위해 선택한 방법은 감사장과 표창장 등을 전달해 그들이 자부심을 갖고 생활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었다.

한낱 일개 소방서장이 주는 표창장이 얼마만큼의 효과가 있을지에 고민이 없었던 것도 아니지만,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것보다는 작은 힘이라도 보태고 싶었다는 것이 고 서장의 생각이다.

그러던 중 지난해 11월 물에 빠진 초등학생을 구하려다 희생된 고(故)이병선씨의 아버지에게 33년 만에 감사장이 전달됐다.

당시 21세의 대학생이었던 이씨는 1988년 7월 21일 양서면 국수천에서 초등학교 4학년 2명이 물놀이를 하던 중 급류에 휩쓸린 것을 목격하고는 즉시 물에 뛰어들어 1명을 구조 후 다른 1명을 구조하던 중 급류에 함께 휩쓸려 사망했다.

비록 남은 1명의 학생은 구조하지 못했지만, 본인이 위험한 상황에서도 생명을 구하려 노력하던 이씨의 의로운 사연이 33년이 지나 뒤늦게 알려진 것은 고 서장의 노력이 숨어 있었다.

이씨의 아버지 이광연씨는 아들의 의로운 죽음을 알리기 위해 백방으로 다녀봤지만 그때만 해도 의인(義人)에 대한 개념이 자리 잡지 못했던 때여서 의사자로 인정받지 못했다.

때문에 이씨 아버지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아들의 의로운 죽음은 사람들 사이에서 잊혀진 채 오랜 시간을 보내야 했다.

고 서장은 "위험한 상황에서 희생과 용기로 소중한 생명을 구한 의인의 행동에 뒤늦게나마 감사를 드린다"며 "이병선님의 숭고한 희생정신이 이 시대를 살아가는 모든 사람들에게 귀감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와 더불어 지난 1월에는 다리에서 추락한 남성의 소중한 생명을 구한 제2신속대응사단 박재희 본부대장을 비롯한 소속 간부 14명이 표창장을 받기도 했다.

또 지난 2월 27일에는 용문면 화전리 주택에서 발생한 화재 과정에서 미처 대피하지 못한 아이를 구조하기 위해 방 유리까지 깨는 위험을 무릅쓴 김영학씨에게 표창장이 수여되기도 했다.

고 서장은 "이들 모두의 희생정신이 없었다면 소중한 생명을 잃었을 것"이라며 "시민영웅들의 용기와 발 빠른 행동에 대해 진심으로 감사드리며, 이 같은 일들을 알리기 위한 수고를 마다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jjang@fn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