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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낸셜뉴스] 인플레이션, 물류 차질이 겹치며 해운·항공 운송 관련 상장지수펀드(ETF)가 때아닌 수혜를 입고 있다. 물류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면서 운임비가 상승하고 있는 영향이다. 연초 비수기를 끝내고 성수기에 진입하고 있는 점도 호재다.
2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브레이크웨이브 드라이 벌크 시핑(티커 BDRY)’은 러시아 침공이 단행된 지난달 24일(현지시간)부터 지난 18일까지 16.48% 수익률을 기록했다. 이 상품은 건화물선 운임지수(BDI)를 추종하며 운용자산(AUM)은 6900만달러(약 838억원)에 달한다. 글로벌 해운사에 투자하는 ‘소닉셰어스 글로벌 시핑(티커 BOAT)’도 같은 기간 11.38%의 성과를 냈다.
미국 철도 운용사인 유니온 퍼시픽 코퍼레이션(20.52%)을 가장 많이 편입하고 있는 ‘아이셰어스 운송 평균(IYT)’도 5.63% 수익률을 달성했고, 해상·철도·트럭 운송회사 등 종목을 나눠 담고 있는 ‘SPDR S&P 운송(XTN)’과 ‘퍼스트 트러스트 나스닥 운송(FTXR)’ 역시 각각 4.86%, 3.95%의 성과를 냈다.
국내 증시에 상장된 삼성자산운용의 ‘KODEX 운송‘ 역시 지난달 25일부터 지난 21일까지 7.20%의 수익률을 나타내고 있다.
지정학적 리스크가 장기화되며 해상에 이어 항공 운송로까지 막힘에 따라 물류차질이 빚어진 영향이 크다.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는 국제유가에 따라 상향 조정된 운임비가 주가를 띄웠다.
실제 철광석·석탄·곡물 등 원자재를 실어 나르는 벌크선 운임 동향을 나타내는 BDI는 지난달 24일 2187.0에서 약 한달 만인 17일 18% 넘게 오른 2588.0을 가리키고 있다. 러시아산 대신 브라질산 철광석, 인도네시아산 석탄 등 원자재 수요가 급증한 데 따른 현상으로 풀이된다.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는 지난 1월 7일 5109.6포인트로 정점을 달성한 이후 9주 연속 하락세지만, 코로나19 이전 대비 여전히 높은 수준이며 곧 반등할 것이란 분석에 힘이 실린다. 미국 서부해안 물류적체는 해소되고 있으나, 유럽 등 여타 지역으로 그 여파가 번지는 모양새인데다 러시아-우크라이나 간 협상도 변수로 자리 잡고 있어서다.
지난 14일 중국 당국이 코로나19 확산 억제를 위해 세계 4위 항만을 보유한 선전시를 봉쇄한 점도, 그 시기가 성수기 진입 시점과 맞물리면서 적체 현상을 심화할 것으로 보인다.
엄경아 신영증권 연구원은 “미국 로스앨젤레스(LA), 롱비치에서 적체량이 줄어드는 반면 뉴욕, 뉴저지 등 동부와 유럽 항만에서 적체 상태의 컨테이너 물동량이 증가하고 있다”며 “전 세계 컨테이너 항만의 소화력 문제로 해석될 수 있어 고운임 장기화 가능성이 점쳐진다”고 설명했다.
최고운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지정학적 리스크와 원자재 가격 상승 등 대외변수 영향을 가격에 전가할 수 있다는 점에서 해운주 비중 확대가 유리할 것”이라며 “지난해 물류 및 에너지 대란 연장선에서 최근 침공 사태 수혜가 예상되고, 수요보다 공급을 더욱 위축시키는 현 환경에서는 운임 상승이 점쳐진다”고 설명했다.
다만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사태가 현재 진행 중인 터라 향후 운임비 방향성은 안갯속”이라고 짚었다.
taeil0808@fnnews.com 김태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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