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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전시] 래리 피트먼 '불투명한, 반투명한, 빛나는'

[이 전시] 래리 피트먼 '불투명한, 반투명한, 빛나는'
래리 피트먼 '불투명한, 반투명한, 빛나는' 전시 전경 / 리만머핀서울 제공
'천공의 성 라퓨타'를 연상시키는 상상의 도시. 과거에 존재했는지 미래에 생겨날 곳인지 알 수 없는 그곳에는 마천루 사이 기이한 알들이 존재한다. 인류는 곳곳에 숨어들어 있을 대형 깃털이 꽂혀있는 빌딩 숲. 그 사이 거대한 새와 그 새가 낳은 알들이 마치 가로등 등불처럼 흰 빛을 내며 존재한다.

세계적인 메이저 갤러리 리만머핀이 서울 삼청동을 떠나 한남동에 새로 둥지를 틀면서 처음으로 선보이는 전시 속 작품에는 도시와 알이 기묘하게 뒤섞여 있다. 거대한 새의 둥지와 같은 도시를 그려낸 이는 작가 래리 피트먼(70)으로 이번 전시는 그의 한국 첫 개인전이다.

[이 전시] 래리 피트먼 '불투명한, 반투명한, 빛나는'
래리 피트먼 '빛나는:알 기념비가 있는 도시3'(2022) / 리만머핀서울 제공
독일계 미국인 아버지와 콜롬비아 출신의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피트먼은 미국 서남부의 대도시 로스앤젤레스에서 자라면서 삶 속에서 문화적 매시업을 겪었다. 이민자들의 나라 미국 사람으로 태어났기에 어찌보면 당연할 수 있겠지만 대도시적인 삶을 살면서 동시에 어머니의 나라 콜럼비아의 전통 문화적 요소에도 영감을 받았다. 그 과정에서 남미 지역 안데스 산맥에서 서식하는 맹금류 새 '콘도르'에 대한 토테미즘적 요소 또한 그의 예술세계에 영향을 미쳤다. 현대의 대도시를 만들어낸 인간의 문명에 관심을 가져온 피트먼은 그만의 상상속 이상향을 화폭에 구현했다.
[이 전시] 래리 피트먼 '불투명한, 반투명한, 빛나는'
래리 피트먼 / 리만머핀서울 제공
인류 역사의 결정적 무대로서 존재하는 대도시 속 높은 빌딩부터 그 사이를 가로지르는 자리, 중세부터 빅토리아 시대, 산업혁명기부터 후기모더니즘에 이르는 다양한 건축 양식의 구조물들을 빽빽히 채워넣었는데 이를 통해 도시의 생태계와 매커니즘을 보여주고자 했다. 여기에 그는 새와 알이라는 기호적 이미지를 더해 그의 어머니와 여성을 향한 애정을 비롯해 여성성을 통해 새롭게 재건된 도시, 사람을 품는 둥지로서의 도시의 모습을 표현하고자 했다. 글로벌 팬데믹의 영향으로 불안정해진 도시 생활에도 불구하고 그는 그가 사랑하는 대도시가 지닌 활력과 역동성, 중요성을 드러내고자 했다. 전시는 5월 7일까지.

jhpark@fnnews.com 박지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