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지난 해 전국 명문고 야구열전에 출전했던 조세진.
지난 27일 롯데와 LG의 잠실 시범경기. 양 팀의 오더가 발표됐다. 3번 이대호, 4번 전준호. 롯데의 현재다. 눈길이 간 곳은 2번과 7번 타순이었다. 2번 조세진(19), 7번 나승엽(20). 롯데의 미래다. 향후 10년 혹은 그 이상 롯데를 이끌어갈 타자들이다.
조세진과 나승엽이 3,4번을 치는 날은 언제 올까. 바로 다음 날이었다. 비록 전날 같이 선발 출장은 아니었지만 라이온즈파크 전광판에 3번 조세진, 4번 나승엽의 이름이 나란히 등장했다.
2-2 동점이던 9회 초. 시범경기이니 승패나 스코어는 중요하지 않다. 3번 대타 조세진. 3번 전준우(36) 대신 타석에 들어섰다. 둘은 16년 차이다. 전준우의 현재가 곧 조세진의 미래다.
아쉽게 조세진은 2루 땅볼로 물러났다. 이어서 4번 정훈(35)의 타석. 이번엔 나승엽이 대타로 나왔다. 롯데의 현재와 함께 미래가 상상됐다. 유격수 땅볼. 경기는 2-2로 끝났다.
승패는 중요하지 않았다. 스코어는 곧 잊힐 것이다. 하지만 3번 조세진, 4번 나승엽이 잇달아 나선 타순은 오래 기억에 남을 것이다. 미래엔 흔히 볼 수 있는 롯데 새 중심 타선이 처음 등장한 날이기 때문이다.
롯데 나승엽.(롯데 자이언츠 제공) /사진=뉴스1
조세진은 김도영(KIA) 이재현(삼성)과 함께 가장 주목 받는 신인이다. 28일 현재 시범경기서 21타수 6안타 타율 0.286을 기록 중이다. 2루타 한 방과 3타점이 포함되어 있다. 22일 NC, 26일 LG전서 멀티히트를 때려냈다.
출발은 썩 좋지 않았다. 14일 한화전서 7번 좌익수로 선발 출전했으나 3타수 무안타. 나승엽은 이날 대타로 나와 무안타. 둘이 같은 경기에 출전한 것은 처음이었다. 나승엽은 조세진보다 한 발 앞서 12일 SSG전서 대타로 나섰으나 1타수 무안타.
지난해 먼저 프로무대를 경험한 나승엽에게도 첫 안타 신고는 쉽지 않았다. 히트의 손맛을 한 발 앞서 맛본 쪽은 조세진이었다. 21일 NC전서 7회 대타로 나와 중전안타를 때려냈다. 다음 날엔 2안타로 기세를 올렸다.
이날 나승엽도 시범경기 첫 안타를 신고했다. 조세진은 7번 좌익수로 선발 기용됐고, 나승엽은 7회부터 대타로 나왔다. 추재현(23), 한동희(23)에 이르기까지 롯데의 미래 권력들이 이날 나란히 출격했다.
롯데 타선은 어느 팀보다 화려했던 적 있었다. 프로 원년부터 활약한 김용희-김용철의 이른바 ‘용용타선’은 롯데의 자랑이었다. 이 둘은 프로야구 초창기 3년 동안 83개의 홈런을 합작했다. 1984년 롯데 첫 우승의 공신들이다.
그들의 뒤를 김민호-김응국 듀오가 이어받았다. 김민호는 1988년 5경기 연속 홈런을 때려내는 등 통산 106개 아치를 그려냈다. 1996년 사이클링 히트를 기록한 ‘호랑나비’ 김응국은 호타준족의 상징이었다.
2000년대엔 박정태와 이대호가 한 팀에서 뛰었다. 3,4번을 나누어쳤다. 박정태는 2004년 팀을 떠났고, 이대호는 올 시즌 은퇴투어를 갖는다. 이제 조세진과 나승엽이 그들의 뒤를 전망이다.
나승엽은 다음 달 상무에 입대 신청을 낸다. 중심타선은 쉽게 완성되지 않는다. 시간이 걸린다. 28일 라이온즈파크 전광판에 등장한 새로운 롯데 3,4번의 이름을 다시 볼 날이 언제일지.
texan509@fnnews.com 성일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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