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사태·중동 수주 부진
시멘트·철강·구리 가격 급등
올해 수주 66억弗… 5% 줄어
러시아 공사대금 회수 불투명
연초 회복세를 보였던 국내 건설업계의 해외수주 실적이 주춤하고 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사태에 따른 글로벌 수주 환경 악화와 중동시장의 수주 실적 감소 등이 겹치면서 직격탄을 맞았다. 여기에 시멘트, 철강, 구리 등 원자재가격까지 급등하면서 건설업계가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해외수주 환경 악화
29일 해외건설협회에 따르면 올 들어 이날까지 국내 건설사들의 해외사업 누적 수주액은 66억1890만달러로 전년동기(69억3363만달러) 대비 5%가량 줄었다. 지난 1월에만 해도 국내 건설업계의 해외수주 실적은 전년동월(23억6046만달러) 대비 47.0% 늘어난 34억6996만달러로 집계되며 수주 확대 기대감을 높였다.
그러나 2월 들어 8억1531만달러로 전년동월(15억5962만달러) 대비 47.7% 축소된 데 이어 3월에는 이날까지 23억3364만달러로 전년동월(30억1355만달러)에 비해 수주가 22.6% 줄었다.
올해 초만 해도 유가 회복에 힘입어 실적개선이 기대됐던 해외건설수주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등에 따른 시장 불확실성이 짙어지면서 수주 환경도 악화됐다. 특히 예상보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사태가 장기화돼 원자재가격 상승과 글로벌 공급망 병목 현상으로 이어질 경우 해외건설수주에 부정적인 영향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해외건설협회 해외건설정책지원센터는 최근 '러시아·우크라이나 사태가 해외건설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에서 "러시아의 경기침체 위험이 고조됨에 따라 유럽을 포함한 글로벌 경제전망이 불확실한 상태"라며 "신규 프로젝트의 발주 규모와 시기는 현시점에서 예측하기 어렵다"고 분석했다.
■원자재가격 급등, 중동 수주도 악화
또 러시아에 진출한 국내 건설사들이 여전히 공사는 진행하고 있지만 국제사회의 러시아에 대한 경제제재가 심화될수록 공사대금 회수 리스크에도 노출돼 있다. 아울러 최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장기화 조짐을 보이면서 시멘트, 철강, 구리 등 원자재 가격이 전년 대비 최대 50%까지 급등한 것도 위험 요인으로 꼽힌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사태가 전 세계 수주 환경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면서 단기간 수주에 일부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며 "다만, 연간 단위 실적을 봤을 때 아직까지는 목표치 달성 등에 영향을 줄 정도는 아닌 상황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앞서 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는 올해 해외건설수주 전망치를 지난해(306억달러)보다 5%가량 증가한 320억달러로 전망한 바 있다.
여기에 올해 1·4분기에는 주요 시장인 중동시장에서 대규모 수주액을 올리지 못하고 있는 상황도 악재였다.
중동에서 3월 수주액은 3억2069만달러로 전년 동기(35억4145만달러)의 10% 수준에 그쳤다.
해외건설협회 관계자는 "전쟁에 따른 고유가로 촉발된 전 세계적인 인플레이션으로 세계 경제성장이 둔화돼 산유국의 발주 규모가 곧바로 증가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건설사들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사태에 따른 자재 수급 불안 해소를 위한 대책 마련을 정부에 요청했다.
김상수 대한건설협회장은 "공공공사와 민간공사 모두 자재가격 상승분을 공사비에 반영하고 공사가 중단된 경우 공사기간을 연장토록 정부 차원의 지침이 있어야 한다"며 "원자재 수급난의 충격 완화를 위해 부담금·부가세 등의 한시적 감면 등을 조속히 검토·시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longss@fnnews.com 성초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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