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길만 걷자" 한국관광공사가 꼽은 전국 봄꽃 명소
해마다 봄이면 빛깔이 다채로운 꽃이 잇따라 핀다. 눈속에서도 꽃을 피운다는 복수초와 매화부터 노란 개나리와 연분홍 벚꽃, 하얀 목련과 빨간 튤립까지 알록달록 꽃의 향연이 이어진다. 봄 향기 그윽한 꽃길을 걷다 보면 마음도 봄빛으로 물들어간다. 한국관광공사가 선정한 4월에 가볼만한 곳의 테마는 '꽃길만 걷자'다. 코로나19로 지친 일상을 잠시 뒤로 하고 들판 가득 펼쳐진 봄 풍경을 만나러 가보자.
화사한 봄기운이 물씬 풍기는 서울 서초 양재꽃시장 한국관광공사 제공
■도심속 꽃밭, 양재꽃시장과 양재천 벚꽃길
서울 양재꽃시장은 화훼공판장과 F스퀘어로 나뉜다. 1991년 문을 연 화훼공판장은 전국 최대 규모 법정 도매시장으로, 봄이 되면 화사한 빛깔로 가득하다. 노란 프리지어부터 빨간 튤립, 신비로운 파란색 카네이션까지 보는 눈이 즐겁다. 분화매장은 온실 형태라 친구나 가족과 봄나들이에 제격이다. 화분에 심은 수선화와 제라늄, 수국은 물론, 관엽식물과 다육식물, 난, 조경수 등을 판매한다. 2019년 문을 연 F스퀘어는 꽃의 새로운 가치를 알리는 복합문화공간이다. 플라워 레슨과 원예 치료 프로그램 등을 운영했으나, 현재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휴관 중이다. 양재꽃시장에서 10분 남짓 걸어가면 양재천 산책로를 만난다.
양재꽃시장과 이웃한 시민의숲도 연둣빛 봄이 만발한다. 울창한 숲과 함께 잔디광장, 분수, 어린이놀이터, 바비큐장 등 편의시설을 갖췄다. 국민이 성금을 모아 건립한 매헌윤봉길의사기념관은 들어서는 순간부터 태극기를 배경으로 앉은 윤 의사의 동상이 절로 숙연한 마음이 들게 한다. 양재천 벚꽃길을 찾았다면 핫플레이스로 꼽히는 카페거리도 들러보자.
벚꽃이 하늘을 가릴 듯 흐드러진 충남 청양 장곡사 벚꽃길 청양군청 제공
■흰눈이 흩날리듯, 청양 장곡사 벚꽃길
충남 청양의 봄을 대표하는 장곡사 벚꽃길은 2006년 건설교통부(현 국토해양부)가 선정한 '한국의 아름다운 길 100선'에 든 명소다. 대치면 주정리부터 장곡리에 이르는 약 6㎞ 굴곡진 도로를 따라 수십년 된 왕벚나무가 늘어섰다. 벚꽃길 고갯마루에서 칠갑산 산꽃마을로 이어지는 길이 가장 아름다운 풍경을 선사한다. 장곡사 벚꽃길과 함께 '한국의 아름다운 길 100선'에 이름을 올린 나선형 도로 역시 벚꽃이 아름다운 곳이다. 벚꽃길 인근에서 만나는 장곡사는 칠갑산에 깃든 천년 고찰이자 국보 2점과 보물 4점이 있는 문화유산의 보고다. 장곡사 입구에 장곡천 수변 생태 체험 공원 '청양 알품스'가 곧 개장할 예정이다.
목재문화·자연사체험관은 가족 여행지로 제격이다. 나무를 이용해 다양한 체험과 놀이를 즐기는 2층 공간은 아이들이 가장 좋아한다. 봄이 무르익는 4월에는 고운식물원도 꼭 찾아보자. 형형색색 피어나는 꽃과 초록으로 물든 산세가 어우러진다. 길이 230m에 이르는 관람 시설물 롤러슬라이드도 꼭 타봐야 한다.
핑크빛 복사꽃과 연둣빛 초지가 어우러진 경북 영덕 지품면 복숭아밭 영덕군청 제공
■봄내음 가득찬 무릉도원, 영덕복사꽃마을
벚꽃이 지면 복사꽃이 핀다. 복사꽃이 울긋불긋 산천을 물들이면 가히 봄의 절정이다. 복사꽃은 화려한 색과 은은한 향기로 사람들의 넋을 쏙 빼놓는다. 오죽하면 과년한 딸이나 새색시가 봄바람 날까봐 집 안에 복사나무를 심지 않았을까. 복사꽃 구경하기 좋은 곳이 경북 영덕이다. 4월 초·중순이면 지품면 구릉과 오십천 일대가 온통 핑크빛으로 물들면서 그야말로 무릉도원을 이룬다. 복숭아밭이 워낙 방대한 영역에 걸쳐 있기 때문에 꼭 차를 타고 둘러봐야 한다. 내륙에서 영덕으로 들어오는 관문인 황장재를 출발점 삼아 지품면사무소가 있는 신안리 일대, 삼화2리 영덕복사꽃마을, 옥계계곡 따라 이어진 주응리 야산 등이 대표적 명소다. 적당한 곳에 차를 세우고 복사꽃의 아름다움에 푹 빠져보자. 영덕읍에서 북쪽으로 20분쯤 달리면 영해면 괴시리전통마을에 닿는다. 이곳은 영양 남씨 집성촌으로 다양한 한옥과 목은 이색기념관을 둘러볼 수 있다.
경남 거제의 공곶이에서 바라본 수선화 꽃밭과 내도 거제시청 제공
■수선화 봄물 드는 바다 정원, 거제 공곶이
공곶이는 경남 거제도 동남쪽에서 바다로 돌출한 지역이다. 강명식(92), 지상악(88) 노부부가 황무지를 개간해 반세기 넘게 농장을 가꿨다. 처음에는 귤나무를 심었으나 한파로 동사하자 대신 수선화와 동백나무 등을 심어 오늘에 이르렀다. 봄날 공곶이의 주인공은 수선화다. 촘촘히 등을 맞대고 무리를 이루니 실로 장관이다. 수선화 재배지에 이르는 숲길도 매력적이다. 오붓하게 늘어선 아왜나무 숲길이나 돌계단을 따라 이어지는 동백나무 터널 등이 봄의 생기를 느끼기에 제격이다.
노부부의 고운 마음도 수선화 못지않다. 거제9경에 드는 공곶이는 입장료가 없다. 노부부는 일터요, 삶터를 대가 없이 개방한다. 무인 판매대의 수선화 한송이 사서 그 마음을 품고 돌아가도 좋겠다. 공곶이 앞에 몽돌해변이 있고, 예구마을까지 남파랑길 거제21코스로 연결된다. 옥화마을은 바다와 문어를 그린 벽화와 해안거님길(무지개바다윗길)이 아름답다. 매미성은 거제를 대표하는 SNS 인증 사진 명소로 연인들에게 인기다.
전북 고창읍성 성벽을 따라 붉은 철쭉이 피어 있다. 고창군청 제공
■철쭉 꽃길 따라 성밟기, 고창읍성
전북 고창읍성(사적)은 1453년(조선 단종 원년) 외침을 막기 위해 백성들이 자연석을 쌓아 만든 성곽이라 전해진다. 해마다 4월이면 성곽을 물들이는 철쭉꽃을 보기 위해 수많은 사람이 이곳으로 모여든다. 동쪽 치성에 올라서면 발 아래 굽이치는 성곽길이 산허리를 휘감아 도는데, 그 길을 따라 붉은 철쭉꽃이 줄지어 핀 모습은 한 폭의 그림 같다.
멀리 고창 읍내가 한눈에 들어오는 전망도 압권이다. 평지에 있는 보통 읍성과 달리 산을 끼고 쌓아 원형이 잘 보존됐다.
여성들이 돌을 머리에 얹고 성곽길을 따라 돌면 무병장수한다는 성밟기(답성 놀이)가 오늘날까지 전해온다. 고창읍성 매표소 바로 앞에 조선시대 판소리를 집대성한 신재효의 고택(국가민속문화재)이 자리한다.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된 고창 고인돌 유적과 고창고인돌박물관도 빼놓을 수 없는 볼거리다.
yccho@fnnews.com 조용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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