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달 상장사 38곳 상호변경
신규사업·ESG경영 사명에 반영
이름 바꾼 에디슨이노 주가 급등
제약·바이오 기업 잦은 인수합병
영업정지 등 ‘이미지세탁’은 주의
간판을 바꿔 다는 국내기업이 늘고 있다. 대체로 이들 기업은 사업 포트폴리오 다변화,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경영 강화, 분위기 쇄신 등의 목적으로 사명 변경을 추진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전문가들은 사명 변경 이후 이미지 세탁 등으로 단기 주가상승을 노리는 세력이 있는 만큼 투자에 주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한달 새 38개 상장사 사명변경
4일 한국거래소 기업공시 채널 카인드(KIND)에 따르면 3월 1일부터 이날까지 상호를 변경한 상장사는 38개 기업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주요기업으로는 제일제강(제이스코홀딩스), 유앤아이(에디슨이노), 이더블유케이(케일럼), 넥스트비티(비엘팜텍), EMW(케스피온), 우리조명(우리엔터프라이즈), 이글루시큐리티(이글루코퍼레이션), 에이치엘비파워(티에스넥스젠), 바이오리더스(비엘), 샘코(어스 앤 에어로스페이스), 넷게임즈(넥슨게임즈), 휘닉스소재(비케이홀딩스), 케이티비네트워크(다올인베스트먼트) 등이다.
통상 이들 기업의 상호변경 사유는 신규사업 진출로 인한 사업다각화 및 이미지 제고다. 그 덕분에 간판을 바꾼 기업의 주가는 개명 전보다 대다수가 상승하고 있다.
실제 지난 1일 유앤아이는 전 거래일 대비 950원(8.02%) 오른 1만2800원에 거래됐다. 지난 3월 31일 유앤아이는 정기 주주총회를 열고 '에디슨이노(Edisoninno)'로 상호를 변경하는 안건을 가결했다. 유앤아이는 상호를 바꾸면서 신사업으로 전기자동차 관련 사업부문을 대폭 강화키로 했다.
제일제강도 지난 1일 전 거래일 대비 200원(8.47%) 오른 2560원에 마감했다. 제일제강은 상호변경과 더불어 디지털 콘텐츠 사업, 가상현실 플랫폼 및 콘텐츠 개발 사업, 블록체인 기반 소프트웨어 개발 사업, 가상화폐 관련 사업, 대체불가능토큰(NFT) 제작, 인증, 중개 및 판매사업 등을 신규 사업으로 추가했다.
특히 주가 변동성이 큰 제약·바이오 기업들이 신사업으로 영역을 넓히거나 기업구조 변화에 따른 사명변경이 잦은 편이다. 보령제약은 지난달 정기 주주총회에서 사명을 '보령제약 주식회사'에서 '주식회사 보령(Boryung Corp.)'으로 변경하는 안을 승인했다.
휴온스그룹에서 화장품 부자재 사업을 하는 휴온스블러썸은 지난 3월 31일 주총에서 회사명을 휴엠앤씨로 변경했다. 지난해 2월 휴온스글로벌이 블러썸엠앤씨를 인수하며 5월 블러썸엠앤씨로 사명을 바꾼 이후 1년이 안 돼 다시 휴엠앤씨로 회사 이름을 바꿨다. 바이오리더스도 주총에서 사명을 '비엘(BL)'로 변경했다. 젬백스지오는 최대주주가 바뀌면서 사명을 플래스크로 변경했다.
■잦은 간판교체는 의심해봐야
대기업들도 신사업과 ESG 이미지를 새 사명에 녹이고 있다. 포스코SPS는 올해부터 '포스코모빌리티솔루션'으로 사명을 변경했다. 이 회사는 사명변경을 계기로 기존 철강 가공업에서 친환경 모빌리티 소재·부품 기업으로 재탄생을 꾀하고 있다.
한진중공업도 지난 1989년 한진그룹에 편입된 후 32년 만에 'HJ중공업'으로 사명을 교체하고 ESG 기업을 선언했다. 홍문기 HJ중공업 사장은 "종합중공업 기업으로서의 위상을 재정립하고 인수합병(M&A) 이후 지속성장 가능한 ESG 기업으로 재도약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난해 'SK지오센트릭'(옛 SK종합화학)도 10년 만에 사명을 바꾼 기업이다. 새 사명은 지구와 토양을 뜻하는 '지오(geo)'와 중심을 뜻하는 '센트릭(centric)'의 합성어다. 지구 환경을 중심으로 사업을 펼치겠다는 의지를 표현했다.
전문가들은 펀더멘털(기초체력)과 무관한 잦은 사명변경은 이미지 세탁을 노리는 경우가 많아 투자에 유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실제 사명변경 기업 중에는 영업정지나 감사의견 비적정 등으로 거래정지 상태인 곳이 적지 않다.
휴먼엔은 과거 자원에서 스틸앤리소시즈로 상호를 바꾼 후 지엠알머티리얼즈, 글로스퍼랩스, 휴먼엔으로 이름을 바꿨다. 하지만 감사보고서 의견거절로 거래정지 중이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자본시장실장은 "사명변경은 부정적 이미지 탈피 등 다소 긍정적인 효과를 기대할 수는 있지만 재무상태 등 당장의 펀더멘털과는 무관하다"고 말했다.
km@fnnews.com 김경민 김민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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