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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인재 뺏길라… DB하이텍 "임금 삼성전자 수준으로"

대졸 초임 4800만원으로 인상
성과급도 연봉의 최대 50%로
삼성·SK하이닉스 '메이저사' 대응
반도체 인력난 속 집토끼 지키기

반도체 인재 뺏길라… DB하이텍 "임금 삼성전자 수준으로"
반도체맨들의 몸값이 수직 상승하고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물론, 한때 매각 위기까지 몰렸던 DB하이텍도 삼성급으로 임직원 보상을 파격 인상키로 했다. 글로벌 반도체 쇼티지(공급부족)로 인력 쟁탈전이 심화되고 있는 가운데 반도체 기업들이 '집토끼'(임직원)를 지키기 위한 '카운터오퍼(counter offer)'를 주고받고 있다는 분석이다.

5일 반도체 업계에 따르면 8인치 파운드리(위탁생산) 기업인 DB하이텍은 임직원 초임을 기존 4200만원에서 4800만원으로 14.29% 인상키로 했다. 성과급 제도도 기존에는 연봉의 최대 33%까지 받을 수 있던 한도를 앞으로는 50%까지 받을 수 있도록 대폭 손질했다. 변경된 기준에 따라 올해 신입사원의 경우 7200만원 이상의 보수를 챙길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이는 삼성전자와 동일한 수준이다. 지난해 삼성전자는 대졸 신입사원의 초임을 4450만원에서 4800만원으로 인상했는데 DB하이텍이 올해 같은 수준으로 올린 것이다. 업계에서는 SK하이닉스의 초임이 5040만원으로 240만원 더 높다.

성과급 제도와 관련해선 삼성전자는 연봉의 최대 50%를 주고, SK하이닉스도 이와 비슷한 규모로 기본급의 최대 1000%를 지급해 3사가 같아졌다.

DB하이텍의 파격적인 보상체계 개선은 인력을 사수하기 위한 회사의 의지를 보여준다는 평가다. 최근 전세계적으로 반도체 공장이 우후죽순으로 늘어나고 인력 확보에 사활이 걸리면서 국내 업체끼리도 서로 인재를 채가는 현상이 해마다 반복되고 있다. DB하이텍도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 등 이른바 '메이저 업체'에 대응해 내부 인력을 사수하기 위한 조치에 나선 것이란 분석이다.

DB하이텍은 불과 10년 전 유동성 위기로 주채권 은행인 산업은행에 의해 매각이 추진됐던 회사다. 하지만 글로벌 칩 공급부족으로 기사회생, 지난해에는 연매출(1조2147억원) 사상 첫 '1조 클럽'에 가입했다. 영업이익도 3991억원으로 전년 대비 66.8%나 늘어나는 등 최고의 전성기를 맞고 있다. DB하이텍은 지난해 생산을 더 늘리기 위해 1152억원 규모의 증설 투자를 단행했다. 또 2018년까지 11만장대였던 월 웨이퍼 생산능력도 올해 15만장을 돌파할 것으로 보여 일손은 더 필요할 전망이다.

김남호 DB그룹 회장은 핵심 계열사가 된 DB하이텍에 힘을 싣기로 했다.
김 회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DB하이텍은 제조 분야에서 확고한 수익성 기반 위에 공정 합리화로 생산 능력을 늘렸다"며 "전력·자동차 반도체 등 미래를 위한 준비 작업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한편 삼성전자는 업계 '총보상 우위'를 약속하고 노조와 올해 임금협상을 진행 중이다. 출범 10주년을 맞은 SK하이닉스는 지난달 말 기본급 200% 규모의 특별축하금과 월 1회 금요일 휴무(2주 80시간 근무시) 등 임직원 처우 수준을 높이고 있다.

km@fnnews.com 김경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