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제주도 서귀포시 롯데스카이힐 제주CC에서 열린 KLPGA투어 시즌 개막전 롯데렌터카 여자오픈 1라운드에서 안선주가 캐디로 나선 남편 김성호씨와 홀 공략을 논의하고 있다. /사진=KLPGA
[파이낸셜뉴스]'쌍둥이 엄마' 안선주(35)가 전혀 녹슬지 않은 기량을 뽐냈다.
안선주는 7일 제주도 서귀포시 롯데스카이힐 제주CC(파72·6395야드)에서 열린 KLPGA투어 시즌 개막전 롯데렌터카 여자오픈(총상금 7억원) 첫날 1라운드에서 보기 2개에 버디 5개를 묶어 3언더파 69타를 쳤다. 나희원(28·하이원리조트)과 함께 단독 선두 김해림(33·삼천리)에 2타 뒤진 공동 2위다.
안선주는 2006년부터 2009년까지 KLPGA투어에서 7승을 거둔 뒤 일본으로 진출했다. 그리고 2010년부터 2018년까지 9년간 일본여자프로골프(JLPGA) 투어서 통산 28차례나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9년간 상금왕은 4차례(2010년, 2011년, 2014년, 2018년)나 차지했다. JLPGA투어 한국인 최초 상금왕도 안선주 몫이었다.
2014년말에 프로골퍼 출신인 김성호씨와 결혼한 안선주는 작년 4월에 쌍둥이(태린, 태율)를 낳았다. 1년간 국내서 육아에 전념했지만 항상 필드가 그리웠다. 그래서 겨울에 몸과 샷을 추스린 뒤 올 시즌에는 KLPGA투어서 활동하기로 했다. 안선주는 해외투어서 20승 이상(현재는 30승 이상)을 거둔 선수에게 주어지는 KLPGA투어 영구시드권자여서 국내 활동에 전혀 문제가 없다.
강한 바람이 부는 가운데 오전조로 라운드를 마친 안선주는 "오늘 파만 해도 만족할 컨디션이었는데 60대 타수를 칠 것으로 생각지도 못했다. 제주도는 바람이 워낙 강하기 때문에 남은 경기에 긴장을 늦출 수 없다"고 각오를 다졌다.
그는 KLPGA투어 출전에 대해 "아이들이 돌도 되지 않아 일본으로 데려가기 어려운 상황이다. 다행히도 일본투어에서 출산 휴가를 1년 더 쓸 수 있다고 해서 올해는 KLPGA 투어에 전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안선주는 이어 "워낙 잘치는 후배들이 많아 배운다는 자세로 경기에 임하고 있다. 경기장에서 한국말을 할 수 있다는 게 너무 좋았다"고 연신 싱글벙글이었다.
안선주는 이날 남편을 캐디로 대동했다. 그는 "남편과 하다 보면 다투기도 하고 충돌도 잦다. 그래서 일단 제 감이 올라올 때까지 4개 대회만 남편이 캐디를 하기로 했다"며 "한 달 뒤에는 제가 하고 싶은 골프를 해보고 싶어서 아는 후배가 캐디를 맡을 예정"이라고 귀띔했다.
육아와 골프를 병행해야하는 고충도 토로했다. 안선주는 "주중에는 부모님이 아이들을 돌봐주신다. 나는 저녁이나 주말에 잠깐씩 육아를 하는 정도"라며 "출산하고 6개월 가량 쉬면서 살이 많이 쪄 스트레스가 심했다. 게다가 이번 대회 전에 아이들 돌잔치까지 미리 당겨서 하느라 더 힘들었다"고 했다.
그렇다면 안선주의 올 1년간 목표는 뭘까. 그는 "아직 컨디션이 정상이 아니어서 매 대회 예선 통과가 1차 목표"라며 "남편과 얘기하면서 시즌을 마쳤을 때 시드를 유지할 수 있는 상금 순위 60위 안에만 들어가도 성공이라고 말했다"고 답했다.
안선주는 내년에는 JLPGA투어로 복귀하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그는 "일본에서 영구 시드를 받으려면 30승을 채워야 한다. 거기까지 딱 2승이 남았다"면서 "오늘 운이 좋아 잘 쳤지만 골프라는 게 오늘 잘 됐다고 내일도 잘 되는 건 아니다. 그래서 끝까지 긴장을 늦추지 않겠다"고 결연한 의지를 내보였다.
golf@fnnews.com 정대균 골프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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