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130억원 통큰 기부
조단위 적자 낼 때도 증액 나서
업계 "ESG 경영 강화 차원"
SK이노베이션, GS칼텍스, 에쓰오일, 현대오일뱅크 등 정유 4사가 지난해 코로나19 직격탄에도 불구하고 1100억원이 넘는 기부금을 낸 것으로 나타났다. 코로나 불확실성을 감안하면 실적 우려에도 불구하고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경영을 실천하기 위해서 전년 대비 기부금을 늘린 것으로 분석된다.
7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정유 4사가 지난해 낸 기부금은 전년(744억원)대비 51.8% 늘어난 1130억원으로 집계됐다. SK이노베이션이 550억원으로 제일 많이 냈고 GS칼텍스가 337억원, 에쓰오일 177억원, 현대오일뱅크 66억원 순이었다.
지난해 정유업계가 낸 기부금은 최근 5개년 기준으로 지난 2019년(1206억원) 이후 두번째로 규모다.
기부금 등을 포함한 예산이 전년도에 설정된다는 것을 감안하면 코로나19가 정점을 찍었던 2019년 기준으로 기부금을 늘렸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정유사들은 2020년 어려운 한 해를 보냈다. SK이노베이션은 2020년 연간 영업손실이 2조5688억원에 달했으며 에쓰오일도 같은 기간 1조877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그럼에도 이 기간 기부금을 가장 많이 늘린 것도 SK이노베이션이다. 2020년 169억원에서 2021년 550억원으로 225% 늘었다. SK이노베이션 관계자는 "경영환경이 어렵긴 하지만 ESG 경영차원에서 기부금을 늘렸다"며 "앞으로도 이런 기조는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나머지 정유사들도 비슷한 입장이다. 대부분 ESG 경영을 기부금 증액의 이유로 뽑았다.
이런 분위기는 올해도 이어지고 있다. 현대오일뱅크는 '1% 나눔재단'이라는 그룹 내 재단에서 기부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지난해는 코로나19 관련 기부를 주로 했지만 올해는 경북 울진, 강원 참석 등 산불 피해 관련 기부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에쓰오일도 최근 산불 피해와 관련해 3억원을 기부했다. 지난달에는 가정 폭력 피해 이주여성, 화상피해 한부모 가정에 각각 후원금 7000만원과 치료 지원금 1억원을 전달하기도 했다.
GS칼텍스도 지난달 산불 피해와 관련해 텐트,분리형 칸막이, 침낭, 마스크, 수면안대 등 1억원 상당의 구호 물품을 기부했다. 2005년부터는 소외이웃에게 난방 용품, 생필품 등을 지원하는 '연말 릴레이 봉사활동'도 하고 있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실적이 좋아졌다고 기부금을 무조건 늘릴 수는 없지만 ESG 경영을 실천하기 위해 어느 정도 늘린 부분이 있다"며 "올해도 큰 일만 없다면 이런 분위기가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kjh0109@fnnews.com 권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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