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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급 엔저시대… 반사이익에 日 ETF는 웃는다

수출 실적 개선 기대에 증시 선전
수익률 상승 잇달아, 순자산도 늘어
日 완화정책에 엔저 장기화 전망
수입물가 상승 유발 ‘양날의 검’ 우려

역대급 엔저시대… 반사이익에 日 ETF는 웃는다
금, 달러에 비견되는 안전자산으로 인식되던 엔화 값이 연일 떨어지고 있다. 하지만 되레 수출 실적 개선 기대에 힘입어 일본 증시는 선전하면서 관련 국내 상장지수펀드(ETF) 수익률이 꿈틀대고 있다. 다만 엔화가치 하락은 수입 물가 상승도 유발하는 '양날의 검'인 탓에 투자 시 이를 염두에 둬야한다는 게 전문가 조언이다.

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엔저 현상이 본격 시작된 3월 7일부터 지난 6일까지 'KINDEX 일본TOPIX레버리지(H)'와 'TIGER 일본TOPIX(합성H)'는 각각 16.49%, 8.56% 수익률을 달성했다. 'KINDEX 일본Nikkei225(8.44%), KODEX TSE일본리츠(6.63%), KODEX 일본TOPIX100(1.15%) 등이 뒤를 이었다.

순자산도 늘어나고 있다. 3월 한달 간 'KINDEX 일본TOPIX레버리지' 순자산은 32억원 늘었고 KINDEX 일본Nikkei225(8억원), KODEXTSE일본리츠(6억원), TIGER 일본TOPIX(5억원) 등의 순자산도 증가했다.

이는 일본 증시가 선전하고 있는 영향이 크다. 실제 토픽스(TOPIX) 지수는 지난달 14일부터 8거래일 연속 상승 마감하며 1980선까지 뛰었다. 비록 이달 들어 1920선으로 밀렸으나, 3월초(1897.17)와 비교하면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닛케이225지수 역시 지난달 14일부터 9거래일 연속 오름세로 장을 마치며 2만8000선을 뚫었다.

그 배경으론 엔저가 지목된다. 대개 엔화 가치 하락은 일본 수출 기업 가격 경쟁력 상승으로 이어져 실적에 호재로 여겨지기 때문이다. 특히 반도체, 철강, 자동차 등 수출 기업이 시가총액 상위권에 포진해있는 일본 증시에 대한 투자 매력이 커진다.

엔저 현상은 '매파적' 기조를 유지하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를 비롯해 각국 중앙은행이 인플레이션에 맞서 일제히 기준금리를 올리는 상황에서 일본만 홀로 마이너스 정책금리(연 -0.1%)를 유지하며 금리 차가 벌어진 결과다. 상당기간 경기 침체를 겪어온 일본 입장에선 양적완화를 쉽사리 놓기 어렵다. 오는 7월 예정된 참의원 선거도 경기 부양책을 이어갈 수밖에 없는 이유다.

실제 달러화 대비 엔화 가치는 3월부터 우하향 곡선을 그리고 있다. 서울외환중개에 따르면 달러-엔 환율은 지난달 초만 해도 114엔 수준에 머물렀으나, 지난 6일 123엔을 넘어섰다. 지난달 28일엔 장중 한때 125엔을 돌파하기도 했다.

엔저현상이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일본 통화당국이 물가상승률 목표치(2%)까지 완화 정책을 지속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지난 2월 일본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이 0.9%라는 점을 고려하면 이 주장엔 더욱 힘이 실린다.

정성인 한국투자신탁운용 ETF전략부장은 "디플레이션, 무역적자 확대 우려로 일본은행(BOJ)이 완화정책을 유지할 가능성이 높아 엔화 약세는 지속될 전망"이라며 "일본 증시는 발달한 외환·선물 시장 영향으로 글로벌 경기에 민감하게 반응하는데, 엔화 약세로 주요 수출기업 이익이 개선되고 내수 소비 회복세가 나타나고 있는 점이 긍정적"이라고 설명했다.


김찬희 신한금융투자 연구원도 "3월 FOMC 이후 연준은 추가 긴축 가능성을 시사한 반면 일본은 미진한 경기 회복 등으로 그 필요성을 부정하면서 양국 금리 차가 가파르게 확대돼 엔화 가치가 떨어졌다"고 말했다. 이어 "원자재 가격 상승 여파로 무역수지가 악화된 점도 일본의 펀더멘털 우려를 자극했기 때문에 2·4분기에도 달러-엔 환율은 완만한 상승세를 이어갈 것"이라고 판단했다.

다만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엔저에 고유가까지 겹치며 일본 원자재 수입 업체들 부담이 가중될 우려가 상존한다"며 "특히 일본은 주요 에너지 수입 의존도가 높아 수입 물가 상승은 큰 부담으로 작용하고, 제조 원가 상승 등이 증시 상단을 제한할 수 있다"고 짚었다.

taeil0808@fnnews.com 김태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