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서울 영등포구 중기중앙회에서 중소기업중앙회를 비롯한 18개 유관단체가 '중소기업 납품단가 제값 받기 기자회견'을 열고 납품단가연동제를 촉구하고 있다. 중소기업중앙회 제공.
[파이낸셜뉴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글로벌 공급망이 마비되면서 주요 원자재 가격이 폭등한 가운데 중소기업계가 ‘납품단가 연동제 도입’과 ‘대통령 직속 상생위원회 설치’를 촉구하고 나섰다.
중소기업계는 11일 서울 영등포구 중소기업중앙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원자재 가격이 폭등하고 물류비까지 급등하고 있어도 폭등한 원자재 가격은 납품단가에 반영되지 않고 있다”며 “대기업에 납품하는 중소기업들의 매출 의존도가 80%가 넘다보니 납품단가 얘기를 꺼냈다가 오히려 거래가 끊길 것을 걱정한다”고 말했다.
실제 중기중앙회 조사에 따르면 중소기업 제품은 공급원가 중 원자재비가 58.6%에 달해 제조원가에 미치는 영향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2020년 대비 원자재 가격은 51.2%나 상승했지만, 원자재값 상승분을 납품단가에 전부 반영 받은 중소기업은 4.6%에 불과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한 중소기업계는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인한 어려움을 호소했다. 정한성 한국파스너공업협동조합 이사장은 “납품가격을 조정하지 않으면 안 되는 시점인데 일부 대기업들은 가격 인상을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며 “이로 인해 1차 밴더기업은 물론 2차 밴더기업까지 큰 어려움 속에 고사 직전”이라고 말했다.
유병조 창호커튼월협회장은 “지난해 창호·커튼월 프레임의 주소재인 알루미늄 원자재 매입 단가는 3000원이었지만 현재는 6200원으로 200% 이상 가격이 뛰었다”며 “이대로 살 수 없고 납품단가 연동제가 도입됐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강조했다.
향후 원자재 가격 상승분이 납품대금에 반영되지 않을 경우 중소기업계는 생산을 중단하게 될지도 모른다고 우려했다. 배조웅 한국레미콘공업협동조합연합회장은 “시멘트, 골재 등 재료비, 유류비, 운반비 모두 급격히 올라 중소레미콘 업계는 구매 건설사 사이에 끼여 최악의 상황”이라며 “시멘트 대기업은 유연탄가 상승을 이유로 19% 추가 가격인상을 요구하며 공급중단 압력까지 행사하고 있어 생존을 위협받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달 말까지 납품가가 조정되지 않으면 불가피하게 생산을 중단해야 할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강성진 청송건설 대표 역시 “최근 건설 원자재 가격이 1년새 50% 상승해 더 이상 납품단가 상승 없이는 공사를 수행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며 “치솟고 있는 건설자재비 반영이 안되면 현장 셧다운이나 페업이 불가피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기문 중기중앙회장은 “우리 경제는 0.3%의 대기업이 전체 영업이익의 57%를 가져가고, 99%의 중소기업이 25%를 가져가는 상황”이라며 “대·중소기업간 양극화 문제 해결의 출발점은 납품단가 현실화”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납품단가 문제는 가장 고질적이고 근본적인 문제임에도 아직까지 해결되지 않고 있어, 새정부에서 반드시 납품단가 연동제 도입과 대통령 직속 상생위원회 설치를 통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날 기자회견에는 중기중앙회, 한국여성경제인협회, 대한전문건설협회, 대한기계설비건설협회, 한국창호커튼월협회, 전국철근콘크리트연합회를 비롯해 한국레미콘공업협동조합연합회 등 중소기업협동조합을 포함한 18개 단체가 참여했다.
welcome@fnnews.com 장유하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